내가 연애 고자라니!

루통령 최욱이 전하는 '원포인트 연애레슨'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그대가 솔로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무리 “혼자 영화 보면 더 집중할 수 있다”“문자를 하지 않아도 되니 손가락이 덜 피곤하다”고 자신을 위로해 봐도 소용없다. 연말에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니까. 급연애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루저들의 대통령, 최욱이 나섰다. 핵심만 콕콕 집어 알려주는 ‘원포인트 연애레슨’.






첫 번째 사연

개그 준비성 甲, 그래서 갑갑한 너란 남자


내가 연애 고자라니! 루통령 최욱이 전하는 '원포인트 연애레슨'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지 3년째입니다. 2번의 낙방 후 절치부심해 1년 더 공부하고 있죠. 3년 동안 앉아서 공부하다 보니 몸이 점점 ‘도토 잠보’가 되어가더군요. 0.1톤 정도 나갈 듯싶네요. 그나마 있던 자신감도 뚝뚝 떨어졌죠. 사실 제가 키도 작은 편이거든요. (속닥속닥)

연애요? 한 번도 경험은 없습니다. 재미가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개그 욕심이 있어서 항상 드립을 한 보따리씩 장전해 놓죠. 비록 친구들은 저의 개그를 듣고 10번에 2번 정도만 웃지만 말이죠. 성격에 대한 평가는 꽤 괜찮아요. 정이 많고 잘 챙겨주거든요. 손재주가 있어서 일러스트도 취미 삼아 그려서 선물하고.

동아리 활동과 같이 여자와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100% 거절이네요. 역시 외모가 문제인 거겠죠?







욱 Said 흔히들 말하죠.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의 조건 중 하나가 유머라고. 그래서 저도 미친 듯이 웃겼습니다. 그게 끝이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자들은 개그맨처럼 웃기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요. 자신이 여자를 개그맨처럼 웃긴다고 해서 여자가 호감이 있다고 착각하면 네버, 절대 안 됩니다.

여자들이 말하는 ‘유머 있는 남자’는 편안하게 이야기하다가 툭툭 튀어나오는 센스 있는 멘트를 두고 하는 말 이예요. 양념 정도랄까? 게다가 10번 중에 2번 웃는다니! 이러면 못써요. 지긋지긋해 합니다. 다정다감하다고요? 그 장점을 어필할 기회도 없는데, 상대가 그대의 장점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연애를 시작하게 하는 장점과 연애를 유지하는 장점은 천지 차이입니다. 정이 많은 것은 연애하면서 어필할 부분이죠.

또 하나, 살은 좀 빼야겠어요. 건강을 위해서요. 건강하지 않으면 사랑도 못 하는 거예요. 외모로 플러스 요인을 만들자는 게 아녜요. 최소한 마이너스는 되지 말자는 거죠. 살 빼고 개그 대신 자신감 장착합시다.












두 번째 사연

고백을 하느냐 마느냐, 5개월 째 골골 앓는 남자

내가 연애 고자라니! 루통령 최욱이 전하는 '원포인트 연애레슨'


대외활동을 하다 만난 여자아이가 있어요. 리액션도 정말 좋고 얼굴도 예쁘죠. 착하기까지 해요. 처음 봤을 때부터 호감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이야기하고 활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살짝 마음을 떠보니 그녀는 “지금 하는 일이 많아 연애할 생각이 많지는 않다”는 답변을 줬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제 마음은 점점 깊어가고, 마음을 고백하자니 연애할 생각이 없는 그녀에게 거절을 당할 것 같습니다. 거절당하면 친구 관계도 틀어지고요. 벌써 고민한 지 5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욱 Said 연애를 잘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유형입니다. 혼자서 마음을 품고, 그 마음을 점점 부풀리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요. 우선, 여자는 연애할 여유가 없는 게 아니라 당신과 연애할 마음이 없는 겁니다. 사인을 줬잖아요! 연애할 마음이 없는 기간을 누가 정해놓던가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신과만 연애하지 않을 상황은 아닐거예요.

긴 호흡으로 가세요. 공유, 조인성 같은 사람이야 짧은 시간에 여자의 마음을 뺏을 수 있지만 저같이 양호하지 않은 사람은 쉽지 않아요. 우선 상대와 친해진 다음 ‘어느새’ 가까운 사이를 만드세요.

만나다 보니 손을 잡고 있고, 영화를 보고 있는 거죠. 그리고 내뱉으세요! “사귄 지 며칠이나 됐지?”라고. “나랑 사귀자”라며 멋지게 고백하는 설레고 아름다운 장면은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입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세요.

또 하나, 절실함이 티가 나면 안 됩니다. 안달 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 있던 매력도 사라집니다. 카톡 하나 보내놓고 답 오면 해석해달라고 친구들을 지지고 볶고. 고백 실패율이 높은 남자들은 “오빠, 부담스러워”라는 말을 자주 들을 거예요. 여유 있는 모습이 여자들의 호감을 삽니다. 마음을 컨트롤 하고 긴 호흡으로 그녀에게 다가가세요!










세 번째 사연

술이 있으면 못할 게 없다! 들이대~


내가 연애 고자라니! 루통령 최욱이 전하는 '원포인트 연애레슨'


남중·남고를 나와서 그런지 좋아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끙끙 앓다가 결국 제가 하는 짓이라곤 술 먹고 그녀에게 연락하는 일이에요. 그때 마다 싫어하는 눈치여서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술만 먹으면 손가락이 봉인 해제가 되나 봅니다. 그러다 우연히 술자리를 한 번 갖게 됐는데, 아 물론 일대일로 만난 건 아니고요. 그 자리에서 술을 또 한 두 잔 먹게 됐고, 평소와 같이 친구들과 거친 농담을 주고받으며 놀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용기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그녀에게 칭찬을 한마디씩 툭툭 내뱉었습니다. 나름대로 저만의 표현이었어요. 그런데 철벽도 아니고 이거 뭐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웃지도 않아요! 어떻게 해야 가까워질 수 있을지 당최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욱 Said

저도 남중·남고를 나왔어요. 심지어 여자 선생님도 한 분 없었죠. 그래서 여자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편했죠. 버스정류장에 같은 과의 여학생이 서 있으면 한참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다가 그 아이가 버스를 타고 떠나면 정류장에 가곤 할 정도였어요. 사귀는 건 더할 나위 없이 불편했죠. 해결책은 하나입니다. 수 없이 많이 부딪히고 깨져야 합니다. 그래야 여자를 대하는 게 편해지고, 사랑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술입니다. 술 먹고 연락하는 건 구속감입니다! 배우 같은 남자가 말도 걸지 않다가 전화해서 고백하는 건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고 평소 잘 알지도 못 하는 남자가 갑자기 전화해서 표현하면 누가 받아줄까요?

술 먹고 연락하는 지금의 그녀요? 안됩니다. 이미 망한 시나리오예요. 권하는 방법은 고백입니다. 우선 고백하세요. 차일테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경험이 될 거예요. 세상에 여자는 많습니다. 많이 만나고, 많이 깨져 보세요!















방송인 최욱


내가 연애 고자라니! 루통령 최욱이 전하는 '원포인트 연애레슨'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웃기는 일이 가장 행복했다. 고등학교 때 동네 깡패도, 살벌한 군대 선임도, 엄격한 교수님도, 방송국 피디들도 내가 한마디만 하면 그렇게 좋아했다. 그런데 못떴다.

누구는 화학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화장품 사업을 해보자고 했고, 누구는 강연자로 나가보자고 했고, 누구는 점쟁이를 찾아가보자고 했지만 단한번도 '웃기는 일'외엔 마음 흔들린 적 없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정영진 최욱의 불금쇼>! 언제나 그랬듯이 방송만 하면 제작진을 감동시키고 청취자를 데굴데굴 굴렸기때문에 이번에도 그려려니 했는데, 파장이 놀라웠다. 팟캐스트 1위를 하고, 루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출처 : <최욱의 원포인트 연애레슨>, 최욱 지음, 계란후라이, 2015)

“건강한 연애를 많~이 하세요!”


Q. ‘연애’에 관심을 둔 계기가 궁금해요.

A. 제가 남중, 남고를 나와서 여자를 보지 못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연애가 정말 어려웠죠. 대학에서 처음 여자를 봤다니까요. 길거리에 연인들이 걸어 다니는 것도 신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가가면 차이고, 다가가면 차이기를 반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죠. 저를 찬 여자들에게. 내가 뭐가 문제냐고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말해달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하나씩 알게 되면서 발전해온 듯해요. 무엇보다, 여자를 지나치게 좋아해요. (웃음)


Q. 연애를 굉장히 많이 했나 봐요.

물론 저보다 연애를 많이 한 사람, 잘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겠죠. 하지만 저보다 많이 차인 사람은 드물 거예요. 연애를 못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도전도 하지 않는 거거든요. 수 없이 도전하다 보니 책을 쓰는 경지에 오르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Q. 연애 고민은 ‘답정너’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상담도 어려운 것 같아요.

체질적으로 가르치는 것에 거부반응이 있어요.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를 가르쳐주겠다는 게 아니라 저는 차인 경험이 많은 만큼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만큼 같이 공감해주겠다는 거예요. 대신 마음가짐이 아니라 실제로 여자에게 쓸 수 있는 실전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누가 봐도 평범한 제가 “이렇게 하면 되더라, 나보다 나은 니가 더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거죠.


Q. 20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연애 고민은 무엇인가요?

연애를 못하는 남자의 경우, 다가가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어요. 연애가 서툰 남자들은 보통 어딜 가나 마음에 드는 여성들이 있어요. 문제는 매우 착하고 경험도 없다는 건데, 그래서 여성을 볼 때 사실보다 더 아름답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 다가가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죠. 여자들은 ‘이 남자가 과연 좋은 남자인지, 나쁜 남자인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많더라고요.


Q. 취업 때문에 연애도 포기하는 세대라고 해요.

그럴수록 연애를 해야죠! 최근 사회에 무시무시한 사건·사고들이 일어나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연애를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욕구불만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여자분들이 듣기에 불편할 수도 있지만,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남자들을 만나는 게 좋아요. 연애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그 친구들이 오히려 인간관계도 매끄럽고 꼬임이 없거든요. 물론, 결혼하고 나서 그럼 안 되죠. 결혼이라는 건 약속이니까요. 결혼하기 전에 수없이 많은 연애를 해보라는 거예요. 미친 듯이 좋아하고 상처받는 경험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녜요. 인생을 살면서 미친 듯이, 열렬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잖아요.


Q.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연애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여자들과 남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각이에요. 여자들은 생각이 너무 많고, 남자들은 너무 생각이 없죠. 그래서 “내 마음은 이렇게 큰데 너는 왜 작으냐”고 많이들 싸우죠. 이것저것 재지 말고 연애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건강한 연애니까요.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