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JOB) 청년 스토리]

해답은 가까이 있다. 등잔 밑을 밝히자!

글 문현우 코아유 대표




“헉! 설마 이건 피…?”


아리랑 세계일주를 떠나며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까? 10여 년간 자기 분야를 전공한 친구들을 이끌고 세계일주라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엄청난 중압감과 공포 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첫 번째 고개인 홍콩을 무사히 넘었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다음 고개는 예사롭지 않은 고개, 바로 인도였다. 인도에 다녀온 한 지인은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하를 본다”고 인도를 소개했다. 그런 인도를 혼자도 아닌 5명의 단원을 이끌고 가야 하다니 앞이 캄캄했다.


인도에서 우리는 인도를 대표하는 델리대와 네루대에서 아리랑스쿨을 계획하고 있었다. 델리대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네루대에서 문제가 터졌다. 네루대에 도착해 한국어과 교수님을 뵙고 함께 식사를 했다. 주문한 카레가 나오자 점잖았던 교수님께서 갑자기 손으로 현란한 드리블을 펼치며 카레를 드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손으로 먹을까, 수저로 먹을까? 고민의 결과는 결국 수저였다. 우리 문화를 알리겠다면서 그들의 문화는 이해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인도의 강한 향신료 와 함께.


결국 고민과 중압감이 겹쳐 행사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 메스꺼운 증상으로 이어졌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쉴 새 없이 구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선명한 빨간색의 무언가를 토한 것이었다. 피였다.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걱정이 눈앞을 가렸다. 피를 토한 것에 이어 물갈이까지 이어져 위아래 상황이 모두 안 좋았다. 나를 믿고 따르는 단원들이 눈에 밟혔다. 그런데 나의 걱정보다 단원들의 걱정의 크기가 더 컸다.


맏형인 준영 형이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렇게 나갔다 돌아온 형의 손에는 우리나라 죽과 약 봉투가 들려 있었다. 알고 보니 한식당을 찾아내 죽을 주문해온 것이었다. 약은 현지 한국식당 사장님께 문의해 구해왔는데, 그분은 병을 이길 수 있는 진리를 이렇게 전해 주셨다.


“인도에서 걸린 병에는 인도 약을 쓰세요.”


언어도 통하지 않던 준영 형은 현지 약국에 가서 구토와 설사를 하는 시늉을 하며 약을 구해왔다고 한다. 단원들의 지극정성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놀랍게도 나의 병은 단원들의 정성에 힘입어 이틀도 안 돼 완쾌됐다.


나를 고쳐준 약은 한국에서 가져온 약이 아닌 인도 현지의 약이었다. 내가 병을 이겨내게 해준 사람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바로 내 곁에 있는 우리 단원들이었다. 문제의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눈앞에 있었다. 문제와 해결은 양날의 검과 같다고 생각한다. 무슨 문제가 일어나면 그 문제의 해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주변에서 찾는 습관을 길들이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듣기 전에 등잔 밑을 밝히자.






[듣보잡(JOB)청년 스토리] 해답은 가까이 있다. 등잔 밑을 밝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