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동아리] "교내 아침밥? 이젠 우리가 책임져요" 동래원예고 '굿모닝 런닝밥'


이달 초 등교 준비로 한창인 오전 7시 30분, 동래원예고 동아리실엔 분주함이 가득하다. 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 앞에 선 12명의 학생들. 능숙한 솜씨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과연 보통 실력이 아니다. 샌드위치부터 김밥에 컵밥까지, 하나 둘 완제품이 채워지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워난다. 아침밥의 따뜻한 온기처럼 마음 또한 뜨거운 ‘굿모닝 런닝밥’(동아리장 정연리.3학년)이 그들이다.




[특별한동아리] "교내 아침밥? 이젠 우리가 책임져요" 동래원예고 '굿모닝 런닝밥'



동래원예고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다혜(1학년) 평소 조리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일식이나 한식 조리사가 되는 게 꿈이라 식품가공과가 있는 동래원예고에 입학하게 됐죠.

정연리(3학년 동아리장) 저는 전학을 왔어요. 제 꿈이 영양사인데, 전에 다니던 학교에는 식품 전공이 없었거든요. 결국 원예고로 전학을 오면서 제가 원하는 식품가공과로 전공을 선택하게 됐어요.

전미루(1학년) 특수학급이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진학 했는데 학교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교내 아침밥 배달 동아리 ‘굿모닝 런닝밥’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정연리 ‘굿모닝 런닝밥’은 아침밥을 직접 만들어 판매?배달하는 비즈쿨 창업 동아리예요. 저희 동아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활동하는데,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음식을 만들고 50분까지는 판매와 배달을 해요. 위생상의 문제로 학생들에겐 판매만 진행하고, 선생님들의 경우 전날 예약 주문 시 배달을 실시하고 있어요.


동아리 활동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정연리 동아리를 만들 때부터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메뉴를 정할 때 전교생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메뉴와 상품 이름, 금액 등을 정했어요. 그렇게 샌드위치와 컵밥, 김밥이 주 메뉴로 탄생했고, 2000원에서 2500원까지 판매 금액을 정했죠.

서희주(3학년) 저희 동아리는 활동 틈틈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해요. 안건을 통해 이벤트나 앞으로의 활동 방안을 정하죠. 예를 들면 음식 포장 시 라벨에 들어가는 문구가 있는데, 친구들이 낸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매번 재미있는 문구를 적어요. 오늘은 하늘은 높고 너는 살찐다를 뜻하는 ‘천고너비’를 명언으로 적었어요. 또 수화로 주문하는 학생들에게는 10% 할인, 활동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공모전 등도 있죠.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기빈(3학년) ‘굿모닝 런닝밥’은 기존에 없던 참신한 동아리이기도 하고, 평소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가입하게 됐어요.

장진엽(2학년) 음식 만드는 과정을 배우고자 가입했어요. 동아리 활동이 힘들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음식을 자를 때가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전미루 처음엔 호기심에 들어오게 됐어요. 들어와서도 평소 학교생활처럼 지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풍경에 깜짝 놀랐어요. 직접 계란 후라이도 만들고 설거지를 해보면서 참 좋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별한동아리] "교내 아침밥? 이젠 우리가 책임져요" 동래원예고 '굿모닝 런닝밥'




아침밥 만들기 활동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정연리 첫 판매 때 맛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있었어요. 맛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와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호 조사를 실시했어요. 그때 김밥에 오이를 빼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 이젠 맛있다는 소릴 듣게 됐어요.(웃음)

장진엽 저희 동아리 인기 메뉴는 샌드위치예요. 가장 맛있거든요.

정다혜 초반엔 학생들이 밥 짓는 법을 몰라서 선생님들께서 대신 만들어주셨는데, 이제는 저희들끼리 알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밥을 짓는 경우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1학년 학생이나 제일 먼저 등교한 사람이 밥 담당을 맡아요.


각종 동아리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소감이 어때요?

전미루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대회도 많이 참가하고, 상을 받으니까 학교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요리 할수록 음식 실력도 느니까 뿌듯한 것 같고, 중학교 땐 못 느꼈던 감정들을 느끼고 있어요.

정연리 올해 교내 비즈마켓이라고 창업대회가 열린 적 있는데요. 학교에 있는 수많은 동아리들을 제치고 저희가 1등을 차지했어요. 그 기회로 서울에서 개최된 ‘2015 고졸성공 취업박람회’에 참가했죠. 그때 눈 가리고 김밥 말기, 한 손으로 김밥 말기 등 장애 체험 활동 부스를 운영했는데, 학생들이 소감으로 진정성 있는 말들을 적어줘서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남아요. 동아리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고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김선우(2학년) 장사하기 힘들어요.(웃음)

정연리 아침밥 만들기라는 동아리의 특성상 일찍 등교해야 하는데요. ‘다른 친구들이 아침 일찍 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활동을 시작해보니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졌고,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대책이 서지 않았죠. 그때 특수학급 친구들이 힘들면 돕겠다는 말을 해줘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서희주 아침밥을 거르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가 직접 음식을 만들다 보니 아침상 차리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서로 몰랐던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좋고요.

김기빈 처음엔 낯설고 쑥스러웠어요. 동아리 가입하기 전까진 특수학급 친구들과 교류가 없었거든요. 이후 같이 활동하면서 거리감이 사라지고 ‘이 친구들도 우리와 다른 점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벽이 사라진 거죠.

김민수(2학년) 알지 못했던 친구들이 많은데, 제게 흥미를 가져줘서 고마워요.



[특별한동아리] "교내 아침밥? 이젠 우리가 책임져요" 동래원예고 '굿모닝 런닝밥'


[특별한동아리] "교내 아침밥? 이젠 우리가 책임져요" 동래원예고 '굿모닝 런닝밥'


심혜미 특수학급 교사 / 이융 일반학급 교사


“아침밥으로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의 경계 허물었죠”


“‘TV에 먹방은 많지만 정작 학생들은 아침밥을 못 먹고 나온다’라는 학생의 말에 아침밥 배달 동아리를 개설하게 됐어요.” 동래원예고 이융·심혜미 선생님은 학생들이 아침밥을 못 먹고 학교로 온다는 말에 지난 3월 ‘굿모닝 런닝밥’ 동아리를 개설했다.

이 교사는 “교내에 비전공 교과 비즈쿨 창업 동아리가 없었어요. 전공의 심화나 지식의 함양이 아닌 교육적인 의미가 있는 동아리를 만들고자 심혜미 선생님과 힘을 합해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심 교사는 동아리 활동과정을 통해 학생 교육에 변화를 얻었다고 자부한다. “최근 대회 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회의한 적 있는데, 일반학급 학생들이 단체 여행을 제안해 놀랐어요. 그동안 제가 속한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은 합동 수업 외에 특별한 교류가 없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서로 협업하고 친구가 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꼈죠.”

두 교사 모두 향후 동아리 활동에 대해선 아침밥 콘셉트를 유지하지 않고, 매년 아이템을 바꾸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앞으로도 학생 모두가 함께 가는 행복한 동아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결같았다.


글 박유진 인턴기자 rorisang@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