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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눈높이를 무조건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좋은 취업처가 많다는 점을 유념하길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는 건 아니고요"


가을이 깊어지면서 대기업 공채 시즌도 슬슬 마감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서류전형에 합격한 취업준비생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시기다. 대기업에 들어가기만 하면 부모님께도 자랑거리이고, 급여 및 복리후생 수준도 높아진다.


하지만 대기업은 들어가기도 어렵거니와 들어가서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특히 ‘상명하복식’ 수직적 기업문화는 새내기 직장인들의 주요한 퇴사 사유로 지목되기도 한다. 중견·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는 취준생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캠퍼스잡앤조이>는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을 만나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견·중소기업에 입사해 경쟁력 있는 직장인으로 거듭나는 비결을 들어봤다.

글 정유진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당장 제 아들도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기 위해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이렇게 운을 뗐다. 그 역시 여느 취준생 자녀를 둔 아버지와 다를 바 없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대변하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애쓰는 국가 관료의 모습이라기보다 아들의 취업을 걱정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취준생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을 인정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한 청장은 “극히 일부인 창업준비생을 제외하면 누구나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해야 하는데, 임금이 높고 복리후생이 좋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좋은 중견·중소기업이 많은데, 대학생들이 덮어놓고 대기업에만 ‘올인’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분명히 중소기업 중에도 대기업에 견줄 만한 좋은 곳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


그는 대기업 못지않게 취준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표적 기업으로 마이다스아이티?제니퍼소프트?안토니 등을 꼽았다. 실제로 공학기술용 CAE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마이다스아이티와 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 전문업체인 제니퍼소프트 등은 대학생들이 애용하는 취업 사이트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청장은 “중견·중소기업 내 4학년제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27.4%에 불과한데, 이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 임금격차에 기인하는 바가 가장 크다”며 “이 때문에 대기업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근로자의 61%, 중소기업의 복지 지출 수준은 47.1%에 불과하며, 상여금이나 퇴직금 등 특별급여는 17.4%에 그친다. 특히 중소기업의 복지 지출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대기업은 자녀 학자금 지원, 휴양지 사용, 사내 예식장 지원, 경조사 지원, 건강검진?자기계발 지원 등 다양한 복리후생을 제공하지만, 일부 중소기업에선 이러한 혜택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또한 취준생과 중견·중소기업들의 눈높이 차이도 지금의 ‘대기업 쏠림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청장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측면도 있지만 대학에서 중소·중견기업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이 미비한 면도 있다”며 “대기업만 바라보는 취준생들의 ‘구직 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에서 필요 인력 대비 부족한 20~30대 청년인력이 3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질청년실업자 100만 명의 3분의 1가량을 해소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이나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풍조 탓에 중소기업들은 실업난 속 구인난을 겪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한 청장은 “취업에 실패하는 청년이 많은데도 중소기업들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 높아진 구직자의 기대수준에 실제로 부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에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고용안정성도 낮아 취준생들이 기피하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선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기청이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 주력하는 대표적 정책은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지정제도’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직원에 대한 보상 확대, 자기발전 기회 제공, 복지 향상 등에 노력하는 중소기업을 발굴하는 제도다. 지난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현재 약 100여 기업을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으로 지정했다. 올해 말까지 150개 기업으로 늘리는 데 이어 2017년엔 300개 기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세 감면, 근속장려금 및 사회보험료 지원, 청년희망키움통장 등의 정책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실질소득 향상을 돕고 있다. 또한 기숙사 및 직장어린이집, 내일채움공제 등 복지시설 건립 지원 등을 통해 근로환경과 복지를 개선하고 있다.


이 중 중기청이 적극 추진하는 ‘내일채움공제’를 눈여겨볼 만하다. 중소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기금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5년간 이직하지 않으면 공동 적립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5년 이상 근무한 뒤 퇴직하면 이 제도를 통해 최소 2000만 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내일채움공제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인력의 이직을 방지할 수 있고, 근로자는 5년 후 자신이 적립한 금액의 3배 이상의 목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기청이 2014년부터 실시하는 이 제도는 중소기업 재직자 소득 향상을 위한 정부·기업·근로자의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 청장은 당장은 대기업이 좋아보여도 평생 일자리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 인재들은 한계가 나중에는 드러난다”며 “40대 이후 퇴직하더라도 나가서 막상 할 게 없지만 중견기업 인재들은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창업기업은 자신의 땀과 노력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죠. 기업과 자신이 함께 성장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주인의식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요. 취업을 위해 눈높이를 무조건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좋은 취업처가 많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피하는 편견을 버리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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