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기획단체 ‘꿈톡’ 수장 강주원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꼴Q열전]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꿈톡’ 수장 강주원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항상 입에 ‘취업’ 이야기를 달고 사는 청년들은 사실 할 말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은 어느 곳에도 없다. 결국 청년들은 입을, 꿈을 굳게 다물어 버린다. 또래의 청년 연사가 청년들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쇼 ‘꿈톡’의 수장 강주원(29) 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꿈톡’은 대학생 강주원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오래도록 숙성시킨 결과물이다. 20대 초·중반을 ‘살아갈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시간이 지나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하자 지인들이 하나둘 그를 찾아왔다. 고민을 들어달라며. 그렇게 한두 명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청년들의 이야기를 나눌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다. 이름하여 ‘꿈다방’.


“이런 카페에 와서 2~3명씩 만나 이야기를 듣는 식이었어요. 진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요. 그러다 10회 정도 됐을 때 어떤 친구가 말하더라고요. 자신의 이야기 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꿈다방이 꿈톡으로 진화하게 된 계기죠.”


[꼴Q열전]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꿈톡’ 수장 강주원


꿈다방에서 만난 사람 중 3명을 연사로 세우고, 20명 정도의 청중을 모았다. 하나의 작은 발표회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계획대로 준비를 마쳤고, ‘꿈톡’은 지난해 5월, 대망의 1회를 맞았다. 연사로 나선 이들은 꿈에 대해 고민하고 달려가는 여느 청춘들과 다를 바 없었다. 때문에 ‘유명인의 이야기도 아닌데 누가 들으려 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꿈다방을 통해 사람들이 저를 찾은 이유는 제가 성공한 사람이나 유명인이라서가 아니었어요. 같은 처지의 친구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줄 친구를 찾는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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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꿈톡은 ‘느리게 가는 청년’ ‘또라이 나르시스트’ ‘외국인청년 특집’ 등을 주제로 13회가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몸집을 불려 현재는 꿈톡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 30명의 연사 중 6명과 매주 일요일 오전 회의를 거쳐 콘서트를 기획한다.




평범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으세요!

아무리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 서서 긴장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 타고난 이야기꾼이거나 지독한 노력을 하지 않고선. 그는 후자에 가깝다. 사람들 앞에 서면 정말 말도 못하게 떨던 평범한 경영학도였으니 말이다.


[꼴Q열전]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꿈톡’ 수장 강주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조금 자신감이 붙었는데,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게다가 영어로 말해야 했으니까요. 극도로 긴장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연습을 시작했어요. 질문이나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손을 들었죠. 그러다 한번은 제가 손을 들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라고요. 왜인가 했더니 한 청중이 “저 XX 또 질문한다”고 했다더군요.”(웃음)


그렇게 훈련을 마치고 실전에 투입돼 자신감을 키웠고, 그 결과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는 815명의 청년을 청중으로 두고 진행한 ‘청년 광복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꼴Q열전]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꿈톡’ 수장 강주원


온라인으로만 꿈톡 일정을 공유하는데도 언제나 청중은 만석. 그가 말하는 모객 노하우는 '평범한 이야기'다. 공감할 수 있는, 누구나 겪는 고민들. 하지만 '평범한 이야기'라고 해도 아무나 꿈톡의 연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꿈톡이 이름을 알리자 최근에는 연사를 자청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꿈톡은 자기만의 가치를 따라 걷는 청년들과만 함께한다. 청중이 가장 실망하는 연사는 “나 이렇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


“처음에는 지인들과 함께하다 제가 먼저 제안하기도 했어요.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광대 복장을 한 청년 한 분이 들어오더라고요. 일 끝나고 집에 가는 듯했는데, 지하철 안에서 광대의 행동거지로 웃음을 주더라고요. 그날만큼 지하철이 훈훈했던 적은 없는 듯해요. 그 모습에 반해 뒤따라가 명함을 건네고 꼭 연사로 서달라고 초빙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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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톡은 이렇게 섭외한 연사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청중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메신저로 고민을 보내면 화면에 띄워놓고 연사와 고민을 나누는 방식.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구나’ 정도만 알아도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단지 고민을 나눴을 뿐인데, 꿈톡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단골 청중’도 생겨났다.


“지방에서 올라와 꿈톡에 참여하는 학교 선생님이 계세요. 1회 때 참석하신 이후 자주 와주시는데, 꼭 제자를 데려오시더라고요. 덕분에 선생님이 계신 학교에 가서 강연도 했죠.”





빨간 클립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

문제는 공간이었다. 수익이 발생하는 이벤트가 아니기에 콘서트를 열 공간을 대여하는 것에서 제동이 걸리곤 한다. 모교인 동국대 강의실을 빌려 진행한 것도 5회까지. 이후 지인 덕분에 국회에서 한 번, 무료로 공간을 대여해주는 동그라미재단에서 또 한 번 진행했다.


[꼴Q열전]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꿈톡’ 수장 강주원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여의치 않았다. 최근에는 한 카페에서 꿈톡을 진행했다. 카페 대표가 꿈톡의 취지를 듣고 무료로 대관해준 덕분에 부담은 덜었지만, 앞으로도 꿈톡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기에 공간걱정은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빨간 클립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클립 하나를 물물교환해 집을 얻은 카일 맥도널드 아시죠? 그렇게 공간을 마련해 보려고 시작했어요. 빨간 클립을 찾던 중 마침 연사들의 이야기를 모아 쓴 <우리는 부끄러운 청춘으로 살 수 없다>는 단행본이 눈에 들어왔어요. 우리의 이야기로 처음 시작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았죠. ‘책을 홍보하려려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는데, 한 번 교환되고 나면 책은 또 다른 물건으로 교환되니 홍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빨간 클립 프로젝트와 함께 그는 연사와 청중의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꿈톡클래스’를 계획 중이다. ‘꿈톡클래스’는 연사와 청중이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연사들이 짠 커리큘럼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한 달에 걸쳐 한 연사에 10명씩 함께할 예정이다.


[꼴Q열전] “청년이 청년다운 세상,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꿈톡’ 수장 강주원


은행의 청원경찰 알바까지 불사하며 그가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청년들과 감동을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다 알지는 못하지만, 경험해보니 저 혼자 행복하고 즐거워서는 소용 없더라고요. 서로 고민을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을 보내며 정말 행복을 느꼈어요. 앞으로도 청년들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지금 제가 가장 공감하는 사람들은 청년이니까요.”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제공 꿈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