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자가 말한다  “계열 교차 복수전공, 인터넷 강의 도움까지 받아야”


복수전공이 졸업의 필수조건이 되고, 복수전공 선택에서 계열 간 벽이 허물어지는 움직임에 대해 대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전혀 다른 분야를 복수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복수전공을 앞두고 있다면, 현재 복수전공을 선택한 경우라면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이런 게 궁금해요!

1. 해당 전공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 복수전공을 이수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요?

3. 복수전공을 성공적으로 이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4. 대학에서 복수전공 제한을 없애는 추세입니다. 인문계열 전공자가 공학게열을, 공학계열 전공자는 상경계열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같은 대학의 움직임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 전소영 (홍익대 경영·화학공학 2)


1. 더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학문을 배우고 싶었어요. 수학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약점인 이공계 과목에 대한 도전 욕구도 있었고요. 복수전공이라는 제도를 통해 도전 욕구를 충족하고, 동시에 두 전공의 시너지가 생기면 취업 문턱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2. 배워본 적 없는 과목을 몇 년간 배워온 친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 다른 내용을 다루는 두 전공을 같은 비중으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점, 복수전공 분야에 대한 이해도와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요.


3. EBS 인터넷 강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등학교 교육과정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있어요. 전공 공부 역시 복수전공 이수 전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하고요.


4. 학교에서 복수전공 제한을 없애는 추세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문과생들이 공학계열 복수전공 선택 때 필요한 기초교양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둬 차질 없이 수업을 따라가도록 배려하는 듯하지만, 문과생에겐 버거운 것이 사실이에요.

취업이요?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요. 최근에는 ‘멀티플레어’를 원하잖아요. 때문에 전혀 다른 계열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단순히 취직을 위한 복수전공은 지양해야 해요. 정말 원하고 좋아하는 공부를 해야 그만큼 열심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오수현(성신여대 국어국문·의류 2)


1. 의류학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진로를 고려해 선택했어요. 대부분 학교에서 복수전공을 권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성신여대의 경우 복수전공을 하지 않으면 그 학점만큼 ‘심화전공’을 듣도록 하죠. 심화전공이란 전공 과목을 필수 이수 학점의 2배가량 더 듣는 제도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학생이 복수전공을 선택해요.


2. 학과별로 복수전공 인원이 한정되어 원하는 복수전공에 합격하기 어렵다는 점, 서로 관련 없는 두 전공을 함께 공부하다 보니 혼란스럽다는 점이 어려워요.


3. 복수전공 담당 교수님을 찾아가 상담도 받고, 수업에 들어가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정보를 많이 얻으려고 노력해요. 주 전공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추는 편이고요.


4. 인문학을 사랑하고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현실이 안타깝지만, 학교로서는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타당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강요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다면 말이죠! 인문학과 공학을 함께 공부한 학생들이 어느 편에 치우치지 않는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 이상재(군산대 경영·체육 4)


1. 다른 사람의 기준을 따라가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체육’이었어요. 경영과 체육의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복수전공의 의미가 없겠지만요.


2. 복수전공을 하기 전부터 학점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4학년 2학기인 지금 이수해야 할 학점이 단 4학점밖에 남지 않았죠. 계절학기를 들어야 했고, 한 학기에 24학점을 이수한 적도 있지만 계획을 잘 세운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3. 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학사제도를 정확하게 알고 도전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합니다. 그래서 학사관리과에 자주 들러 학사제도를 확인합니다. 또한, 과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는 조교들과도 늘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4. 제가 복수전공을 결정한 계기는 전형적인 문과 학생으로서 ‘이과’ 과목에 대한 거리감이 있어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지요. 한쪽으로 치우친 가치관을 갖고 싶지 않았거든요. 미래의 우수 인재들을 기르기 위한 것이 대학의 목적 중 하나라면 이러한 제도는 오래 전에 시행했어야 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 박지연(명지대 영어영문·국제통상 4)


1. 본 전공이 인문학이다 보니 주위에서 복수전공은 꼭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하던 중 복수전공으로 국제통상을 공부하는 선배의 조언을 들었고, 꼭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국제통상학과가 상경계열이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습니다.


2.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계절학기를 들어야 합니다. 재수강까지 더해지면 5학년을 다녀야 해서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또한, 늦게 시작한 만큼 1학년 때부터 착실히 전공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아온 주 전공 학생들을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3. 강의시간에 참고하는 책과 유인물 외에도 책을 많이 찾아보는 편입니다.


4. 모든 학우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있습니다. 문과 학생들이 이과 과목을 배우고 싶다면 복수전공제도를 통해 배울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겠지만, 이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더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차지원 복수전공에 대해 긍정적입니다.







■ 김수란(고려대 수학·경제 3)


1. 주 전공이 학부과정만으로는 학문에 대한 이해를 하기 힘든 순수학문이에요. 그나마 수학과는 순수학문 영역에서는 취업이 잘되는 편인데 대부분 암호학·금융공학과 같은 연계전공이나 이중전공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경제학과를 선택한 것은 공기업 필기시험이나 각종 고시 등에서 유리한 면이 있어서예요.


2. 이과 성향이 강해서인지 주 전공으로 하는 친구들에 비해 어학 수준이 많이 떨어져요. 그런데 경제학과 수업은 영어강의가 대부분이고, 토론식 수업이 많죠. 따라가기 버거울 때가 있다 보니 주 전공에 쏟는 두 배 정도 공을 들여요. 정보를 얻는 창구가 부족한 것도 어려운 점이에요. 이중전공을 하는 학생들에게도 학과 행사 참여를 독려하지만 어울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3. 기초가 없어 입문 공부를 따로 했어요. 필요하면 인터넷 강의도 듣고요.


4. 분명 장점이 있어요. 주 전공에 크게 흥미가 없음에도 순수학문만 공부하다 보면 시간은 시간대로 날리고 남는 것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단점도 있죠. 이런 제도가 인문계열이나 자연과학계열 학생들에겐 단비나 다름이 없다고 하지만 이들 학생에게 과목에 대한 이해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죠. 취직·재능·학점·경제사정 등 때문에 정작 하고 싶었던 공부를 오래 깊이 해볼 기회도 없어져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모든 학문의 뼈대가 되는 순수학문 공부를 지양하게 하는 이 같은 제도는 근시안적 시스템인 듯해요. 학교도 들어오자마자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고시를 준비하는 학점공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요.







■ 김홍욱 (연세대 경영·기계공학 4)


1.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문과로 가게 됐지요. 미련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진로에 대해 고민했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한번 해보자는 마음에 기계공학과를 선택했습니다.


2. 타 학과의 학생, 더구나 문과 학생이 이과 과목을 들어야 하니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이럴 경우 어떻게 공부하면 좋겠다'는 방향 정도만 알면 좋을 텐데, 그런 부분도 쉽게 알 수 없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더 많은 학점을 들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복수전공을 하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3. 수학과 물리 과목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있어요. 개념서나 문제집을 개인적으로 구입해 공부하기도 하고요.


4. 문과 학생으로서 이과 과목을 복수전공하기 때문에 제도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제도가 운영되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문과 학생들이 이과 과목을 복수전공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들을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좋을 듯합니다.











글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