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모비스 채용..면접 넘고 최종 합격한 제 비결은요~”


지난 25일 치러진 SK그룹 인적성검사(SKCT)를 끝으로 올 하반기 4대 그룹의 이른바 ‘입사고시’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는 면접이다. 면접이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해야만 사원증을 목에 걸 수 있다.


지난해 상·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통해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 입사, 열심히 적응 중인 현직 사원에게 각 회사의 면접 진행 방식과 노하우 등을 물었다. 신입사원이 전하는 이른바 ‘면접 족보’를 선물한다.



삼성전자·현대모비스 현직의 ‘면접 족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직군 A씨


지난해 상반기 신입 공채를 통해 7월에 입사했어요. 서울의 한 사립대 인문계 학과를 졸업했고요. 인문계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양성하는 SCSA(삼성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소프트웨어 직군으로 입사한 케이스예요.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CJ E&M 면접에 참석했는데, CJ E&M은 1차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한 명을 뽑는 공연콘텐츠 직군의 면접이었는데, 면접장에 가보니 경쟁자가 수십 명에 달하더라고요. 면접 전부터 주눅이 들고 의욕도 많이 떨어졌어요. 실무진으로 구성된 면접관 두 명 앞에서 지원자 한 명이 면접을 진행하는 형식이었고요.


지원동기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어요. ‘뮤지컬을 좋아하느냐’는 질문도 기억에 남는데요. 3~4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답했죠. 다른 지원자들은 1시간 정도 면접을 진행한 반면 저는 30분 만에 면접장을 나서야 했어요. 지원직군에 대한 지식이나 구체적 목표가 없었고, 절실함도 부족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삼성전자 면접에서는 절실함이 통했던 것 같아요. 지난해 상반기에는 실무진면접과 임원면접을 같은 날 동시에 진행했어요. 인성검사도 같은 날 치렀죠. 주어진 컴퓨터를 통해 약 40분 동안 인성검사를 진행했어요.


실무진면접은 면접관 네 명 앞에 지원자 혼자 들어가서 발표하는 형태로 이뤄졌어요. 직무 지원동기와 입사 후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PPT 자료를 가지고 10~15분 정도 발표했죠. 면접 전 자료를 회사에 제출해야 했어요. CJ 면접 경험 때문인지 긴장하지 않고 소신껏 발표할 수 있었죠.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지원동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면접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도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죠. 기본적인 부분부터 잘 챙겨가길 바랍니다.


임원면접은 면접관 세 명 앞에서 진행했어요. 가운데에 가장 높아 보이는 면접관이 앉아 있었죠. 양쪽에 위치한 면접관들은 학창시절 리더로 활동했던 경험이나 봉사활동 유무 등에 관한 단순한 질문만 했어요.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내용 중심의 일반적 질문이 많았죠.


반면 중간에 앉으신 임원은 ‘인문계 전공자로서 그동안 쌓아온 학업이나 스펙이 아깝지 않냐’고 물었어요. 그에 대해 결연한 의지로 대답을 잘 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전혀 아깝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제대로 배워서 이건희 회장님처럼 관련 산업을 제패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하게 대답했죠.


주변 친구들은 물론 저 역시 면접 자체는 부담스러워요.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는 게 두려워 방어적으로 임하게 되고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면접스터디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모의 시뮬레이션을 자주 하다 보면 면접 준비는 물론 면접장에서의 압박감이나 긴장을 이겨내는 데도 도움이 되니까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자기소개서에 관한 팁도 하나 드릴게요. 주변에서 보면 자소서에 자신의 이력을 나열하듯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큰 주제 하나를 뽑아서 자소서를 작성했어요. 입사 동기들만 봐도 학점이나 스펙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자소서에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한 친구들이 좋은 결과를 거뒀던 것 같아요.




한 취업응시자가 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09 건설업체채용박람회'에서 건설회사와 면접을 가지고 있다.
/정동헌기자 dhchung@hankyung.com 20090507
한 취업응시자가 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09 건설업체채용박람회'에서 건설회사와 면접을 가지고 있다. /정동헌기자 dhchung@hankyung.com 20090507



현대모비스 영업 직군 B씨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를 통해 올 1월에 입사했어요. 서울의 한 사립대 인문계 학과를 졸업했고요. 영업 직군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난해 하반기에 총 40여 개 기업에 지원했고, 면접까지 본 곳은 15군데였어요. 최종 합격한 곳은 현대모비스와 LG유플러스(영업), GS샵(경영지원)이었죠.


재학 중 면접 스터디를 운영했어요. 스터디원들과 함께 수시로 모의면접을 진행했고, 교내 면접아카데미를 활용하기도 했죠. 면접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익숙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대부분의 기업은 면접에서 지원자의 말솜씨나 토론기술 등을 평가하기보다는 인성이나 회사와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주로 보는 것 같아요.


저는 평소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가진 곳보다는 어느 정도 규율이 존재하는 회사들의 면접에 참석할 수 있었죠. 따라서 평소 자신의 성격과 기업문화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곳에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대모비스는 선후배간 체계가 잘 잡혀있는 기업 중 하나죠.


저는 현대모비스 입사를 위해 자동차 산업이 어떤 트렌드로 흘러가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느 분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리했어요. 준비한 만큼 면접에서 직·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게 되죠.


1차 면접은 영어면접과 인성면접, 토론면접으로 나눠서 진행했어요. 영어면접은 현대자동차그룹 SPA 영어시험을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원어민 두 명 앞에서 지원자 한 명이 5~7분 정도 진행하는데, 디테일한 질문보다는 오픽이나 토익 스피킹과 비슷한 유형의 질문이 대부분이었어요.


인성면접에서의 면접관은 세 명이었어요. 자소서에 작성한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이 이어졌고요. 지원 직무나 실무지식 등에 대한 질문은 따로 없었습니다. 다만 저는 지원동기에 대해 ‘평소 자동차산업에 관심이 많아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하자 ‘현대자동차그룹이나 자동차산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별도의 질문을 받게 됐죠. 준비한 대로 잘 답변해 좋은 인상을 심어줬던 것 같고요.


인성면접 직전에 역사에세이를 쓰는데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왜 그런 역사관을 갖게 됐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어요. 에세이 주제는 ‘조선시대 경연제도의 정의와 경연제도를 현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작성하시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토론면접에서는 각 조(5~6명)별로 A4 5~6장 분량의 자료가 주어졌어요. 자동차산업에 대한 시뮬레이션 자료였는데, 특정 상황에 직면했을 때 3~4가지 안건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와 해당 안을 선택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토론했죠. 면접관 2~3명은 따로 개입하지 않고, 개인별 토론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 같았어요. PT면접은 따로 없었습니다. 1차 면접이 끝나고 약 10일 뒤에 합격자가 발표됐어요.


2차 면접은 임원면접으로, 1차 면접보다 훨씬 편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어요. 자소서 작성 내용 위주의 질문이 이어졌고, 특별히 어려운 질문도 없었습니다. 1·2차 면접 모두 별도의 압박질문도 없었고요.


제 합격 비결이라면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와 면접장에 들어섰을 때 최대한 자신 있는 태도로 임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결국은 이미지 싸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패기 있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죠.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사진=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