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신입행원 필기시험, 금융환경 변화 위기감 반영


17일 건국대학교 공과대학 B공학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기업은행) 신입행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기업은행이 느끼는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치러진 시험은 NCS와 약술, 논술 등 총 3단계로 구성됐다.

난이도는 다소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고려대 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한 응시자는 “NCS를 실제로 치러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90문항을 90분 안에 풀다보니 시간이 많이 부족했고, 지문이 길어서 문제를 풀기가 녹록치 않았다”고 말했다.


약술과 논술문제에는 금융권이 처한 환경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약술에서는 핀테크 통합 및 비금융사가 추진 중인 인터넷 페이먼트 시스템과 관련 은행의 기회와 위기 요소에 대해 서술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 외에도 4문제가 출제 돼 총 6문제 중 2개를 선택해서 서술토록 했다.

경제, 일반상식, IT 등 3개 분야 중 하나를 택해 의견을 개진하는 논술 시험에서도 경제 분야에서 “G2 리스크에 대한 은행의 대처 방안을 논하라”고 해 국제 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민감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한편, 이날 건대에서 열린 기업은행 필기시험과 인근 자양고등학교에서 치러진 KT의 인적성시험 시간이 불과 20분 차이 밖에 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해프닝이 벌어졌다. 중복으로 응시한 취준생들은 기업은행 시험이 끝나자마자 급히 KT시험장으로 뛰어가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수능시험 때나 등장하는 ‘인간 수송’ 퀵서비스도 등장해 진풍경을 연출했다.

시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퀵서비스 기사 김 모 씨는 “15~2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자양고등학교까지 취준생을 데려다주면 5만원을 벌 수 있어 쏠쏠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훈훈한 풍경과 씁쓸한 풍경이 교차하기도 했다. 작년에 입사한 기업은행 신입 행원들이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햄버거와 음료수를 직접 사다가 건네줘 후배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반면, 공채에 대비해 대기업별 면접족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이른바 ‘취업 입시 학원’에서 사람을 파견해 홍보전을 펼쳐 예민하게 시험을 치르고 나온 취준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