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권리’가 있습니다!

인턴·알바생도 아닌 실습생 이야기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생이 부당한 처우를 지적하는 이야기는 숱하게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는 직업계층이 있다. 바로 실습생이다.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기회이지만, ‘실습’이라는 단어는 허울뿐이라는 실습생들의 실상.






‘실습’이란 학생 또는 피훈련자가 실제 직무를 수행하면서 직무 수행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훈련을 말한다. 실습생은 순수하게 훈련이나 교육만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생’과,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실습생’ 등으로 나뉘는데, 어느 쪽이든 실습생은 근로자가 아니다.


그러나 출퇴근시간의 제약을 받거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등 근로 제공의 성격이 강하면 실습생도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


현장에 나가 있는 실습생은 대부분 근로자처럼 일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관련 직무를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는 업무와 거리가 있다. 실습생들은 자신의 업무를 ‘허드렛일’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근로자에 준하는 실습을 하지만,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턴·알바생도 아닌 실습생 이야기



CASE1. 실습생들의 처우가 개선되었으면

경기도에 위치한 전문대에서 응급구조학을 공부하는 A씨. 그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5주간 실습했다. A씨가 맡은 임무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구조사들의 보조 역할.


A씨는 “서울에 위치한 종합병원의 특성상 실습환경은 크게 나쁘지 않았으나 하루 8시간, 많게는 10시간이 넘도록 서 있다 보니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다”고 실습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이렇게 일하고 A씨가 받은 임금은 0원. 현장실습을 마쳐야만 졸업할 수 있는 제도 때문이었다. 임금 대신 A씨는 한 학기 이수에 해당하는 학점을 받았다. 인턴 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은 요즘 한 학기 동안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만이 힘든 실습생활을 위로했다.


A씨는 “학교에서 이론으로 공부하던 것을 실제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상대로 실습해보며 내가 하는 일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지금 배우는 것이 훗날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습생의 처우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다. 그는 “실습생을 위한 휴게공간이 없어 실습기간 동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뿐만 아니다. 5주간 매일 10시간을 일했음에도 한 푼도 받지 못하니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처우. 배우기 위해 실습하는 것이라고 해도 일한 만큼의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CASE2. 진정한 ‘실습’은 어디에서?

배화여대 국제무역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소연 씨. 그는 여름방학 동안 강남의 한 포워딩 업체의 수입부에서 4주 동안 수입관리화물에 대한 B/L서류를 작성하고 EDI 신고 등의 업무를 맡았다.


고용노동부의 ‘청년강소기업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실습에 참여해 얻은 기회였다. 덕분에 실습비는 정당하게 받을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받은 실습비는 40만 원. 1학점도 취득했다. 실습환경도 좋았기에 꽤 만족스러운 실습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습생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업무를 할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당시 회사 사정으로 업무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직접 업무를 처리하고 배울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4주 실습기간 중 순수하게 일한 시간은 5일 정도”라며 “실습기간 동안 할 일이 없어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 더 많았다. 실습생이 실제로 실습할 수 있는 회사를 선별해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CASE3. 실습생을 존중해주세요

경기도의 한 호텔에서 머물며 한 달간 현장실습을 한 K씨. 그는 호텔의 F&B 부서에 배치받아 일을 시작했다. 그의 주 임무는 레스토랑 홀이나 행사장의 서빙과 뒷정리. 실습 여건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실습기간 내내 호텔에서 숙박했다고 하면 모두 부러워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방에는 바퀴벌레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했다. 먼지도 수북이 쌓여 있는 열악한 시설이었다. 업무환경도 좋지 않았다. 홀을 정리하거나 행사장 뒷정리를 할 때면 냉방은 언감생심이었다. 항상 땀에 젖어 일해야 했다.


K씨는 “실습생을 관리하는 책임자는 일정을 상의 없이 바꿔버리곤 했다. 덕분에 쉬는 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습생을 소모품 다루듯 대한 것. 이렇게 일한 K씨에게 주어진 것은 2학점과 20만 원이 전부였다. 시간당 1250원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따질 수도 없었다.


K씨는 “열악한 환경, 차별대우, 임금 등 불만족스러운 점은 많다. 하지만 실습생이라고 해서 허드렛일만 시키는 것이 가장 화가 났다. 나는 관광학도로서 실습을 통해 배우고자 했던 것이 있었다. 하지만 호텔 측에서는 단순반복적인 일만 시켰다. 사실 일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도 알고, 모든 일이든 가장 기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업무를 가르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존중. 사실 실습생은 실습을 하며 받은 부당한 대우를 교수님이나 회사 측에 항의할 수 없는 위치다. 때문에 회사 측에서 먼저 실습생을 존중해주고 일을 배울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글 최지현 대학생기자(배화여대 국제무역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