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취준생을 위한 '친절한 시사 창'

[혐오에 물든 대한민국]


하루에 수십 개, 수백 개씩 쏟아지는 뉴스. 그 많은 뉴스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해 <캠퍼스 잡앤조이>가 나섰다.



최근 음식점이나 카페들 가운데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 선언을 한 업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상에선 ‘맘충(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무 개념 아기 엄마를 의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며 엄청난 혐오의 댓글이 달렸다.


[면접 대비 시사 이슈] 당신은 어떤 충&#40;蟲&#41;에 속하시나요? - ‘혐오’에 물든 대한민국


이 사례 외에도 최근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계층, 집단의 이름에 충(蟲)이라는 단어를 합성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토익에 올인 하는 사람을 뜻하는 ‘토익충’부터 뭐든지 진지한 사람을 의미하는 ‘진지충’이나 보수사이트 일간베스트의 이용자들을 가리키는 ‘일베충’까지. 어떤 곳이든 ‘충(忠)’이라는 한자만 가져다 붙이며 손쉽게 혐오하려하는 사회다.



~충(蟲)은 언제부터?

‘디시인사이트’에서 유래한 ‘무뇌충’이란 단어는 2002년 국립국어원의 신어 자료집에 포함될 만큼 그 당시 널리 사용됐다. 이 단어가 바로 혐오의 의미를 담은 충(蟲)이란 표현의 시작이다. ‘뇌가 없는 벌레’란 뜻이며, 흔히 머리가 텅 빈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로 사용됐다.


그리곤 사라지는 듯 했던 유행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전충’이라는 단어로 부활한다. 의과대학의 학생들과 의사들이 의전원 학생들을 비하하는 표현이 바로 ‘의전충’이다. ‘로퀴벌레’(로스쿨+바퀴벌레)나 ‘법퀴’(법학전문대학원+바퀴벌레)와 같은 표현들도 전문가 집단 내의 성분의 차이를 의미하는 단어들로 인터넷상에서 퍼져갔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의미를 담았던 ‘충(蟲)이라는 단어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불안정한 사회 속 자신을 비웃는 자조의 의미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다. 그 예시로 직장인들을 뜻하는 ‘출근충’, 학생들을 뜻하는 ‘등교충’ 등이 있다.


이 후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찍어먹는지 부어먹는지의 여부를 구분하는 단어에도 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등 (‘부먹충’, ‘찍먹충’) 오늘날 충(蟲)이란 단어는 혐오, 차별의 의미를 넘어 대중들이 거부감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충이 등장하는 이유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유행하는 배경으로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경제적 불황과 청년 세대의 불안감을 꼽고 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실업률은 9.4%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임을 의미한다. 곳곳에서 열리는 취업 박람회 마다 사람은 넘치지만 기업들은 청년 고용을 늘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바늘구멍 뚫기와 같이 치열한 취업 경쟁 사회 속에서 청년들은 타인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없다. 결국 커져만 가고 해결되지 않는 내부의 불안감과 허무감을 분출할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곳이 바로 익명의 가면을 쓸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표현들은 공감대를 얻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표현으로 등장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 같은 표현 방식은 보다 냉소적인 국가관까지 발전돼 ‘헬조선’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헬조선’이란 ‘헬(hell·지옥)’과 ‘조선(朝鮮)’의 합성어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자조적 표현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사회 소통망의 부재를 현상의 이유로 꼽았다. 노인, 여성,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이 사회 전반에 등장하며 사회적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새로 등장한 구성원들과 기존 구성원들이 대화할 수 있는 사회 내부 소통 시스템은 함께 구축되지 못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재가 무조건적인 ‘혐오’라는 반응을 낳았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벌레에 비유하는 현상들은 갈수록 살기 팍팍해져만 가는 현실 속에서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서로에 대한 혐오와 미움이 커져만 가는 사회. 이 것이 앞으로 우리 청년 세대가 주도해 이끌어 가야할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바로 지금 충(蟲) 이슈에 주목해야 한다.




글 서일영 대학생 기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