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키스하고 애무한 다음은? 불 보듯 뻔하다.

한 번도 시나리오를 벗어난 적이 없으니까!







[낭만팬더] 무한루프에 빠진 섹스






Q. 남자친구와 섹스라이프를 즐긴 지 1년 정도 됐는데, 고민이 하나 생겼어.

처음에는 키스만 해도 그가 나에게 흠뻑 빠질 만큼 자극을 받았는데, 지금은 가슴을 만져도 느낌이 별로 없어. 성욕이 사라진 것 같지는 않아. 혼자 해결하고 싶을 때도 종종 있거든.


사실 남자친구와 섹스를 생각하면 ‘지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어제도 마찬가지.

술을 한 잔 먹고 자연스럽게 내 자취방으로 갔어. 신발을 벗고 키스한 다음 옷을 벗었지.

그리고 그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애무했지. 그다음 손으로 내 소중이를 몇 번 터치하고 합체작업에 착수. 그대로 몇 번 움직이다 그는 사정하고, 입맞춤 한 번 나눈 뒤 잠들었어.


그런데 이게 어제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사귀는 내내 그랬어. 그와 술을 먹으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뻔~하다니까. 기가 막히게 시간도 비슷해.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나는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 걸까?


남녀관계에는 밀당이 필수다. “그런 거 못해요~”라며 쿨한 척은 금물. 밀당 없는 사랑은 쉽게 지루해지게 마련이다. 하물며 남녀의 가장 깊은 관계인 섹스라고 다를까? 섹스에도 밀당이 필요하다.


밀당을 하려면 서로 눈치를 살펴야 하고, 예상대로 또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그 맛이 사는 법이다.


영화를 관람할 때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고, 글을 읽을 때 다음 장이 궁금해져야 맛깔나지 않던가! 마지막 한 장면, 마지막 한 페이지를 아껴두고 보고 싶은 심정 말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에 놀라운 반전이 있다면? 그 짜릿함은 잊지 못할 것이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키스하고 애무하고 성교까지 일반적인 공식이 있지만, 매번 같은 공식이라면 감흥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심지어 공식이 완성되는 시간도 매번 비슷하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루한 섹스를 만들지 않으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눈 마주치는 시간을 늘리는 것. 숨소리만 달라도 서로 새로운 감정이 싹트는 게 섹스다. 하물며 감정을 전할 수 있는 눈빛은 오죽하겠는가. 서로의 몸을 한껏 터치하다 잠시 멈추고 지그시 눈을 바라보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그때부터 섹스는 더 뜨겁고 깊어질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애태우는 것. 말하자면 순서를 바꿔보자. 은밀한 부분을 만지다가도 다시 입술에 집중하고, 합체할 것 같다가도 다시 다리를 애무하고.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침대 위에서는 애태울수록 상대가 배로 섹시해 보이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면을 연출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굳이 성인들의 장난감까지 운운할 필요도 없다. 매번 누워 있던 여자가 등을 떼고 앉아 있을 수도 있고, 나란히 벽을 보고도 충분히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더 큰 쾌락을 위해서는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표현. 매번 같은 시나리오로 움직이는 상대에게 섹스 때 자신의 심정을 차분히 이야기하고, 함께 새로운 공식을 세워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만만 커질 테고, 오늘밤도 그는 누가 공식을 입력시켜놓기라도 한 듯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멀뚱멀뚱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상대를 원망하겠지.





[낭만팬더] 무한루프에 빠진 섹스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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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서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