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때만 진지한 눈빛으로 변하는 그가 조금, 부담스럽다.


[낭만팬더] 침대위에서 진지해지는 너에게



충분히 알겠어. 섹스가 얼마나 소중하고 성스러운 행위인지. 그래서 ‘장난’이 될 수 없다는 것도. 하지만 나에게는 섹스가 너무 불편한 행위야. 남자친구와 있을 때면 혹시나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로.


막상 사랑을 나누고 나면 남자친구와 감정이 더 깊어졌다는 것을 느껴 좋긴 한데, 하기 전이나 하는 과정이 내게는 곤욕이야. 1분이 1시간처럼 흘러갈 정도로 부담스러워. 몸을 보여주고 서로 숨결을 주고받기 때문이냐고? 그래서가 아니야.


사실 내가 부담을 느끼는 건 섹스에 지나치게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남자친구 때문이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치 내 몸을 검사하듯 훑는 그 앞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겠어.


그러다보니 행위에 집중하기보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여 섹스를 ‘섹스’로 느끼지 못해. 옷을 다 벗고 있는데도 정장을 입고 섹스를 하는 것처럼 불편해. 얘, 왜 이러니?







함께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유형에 대해 생각해보자. 분명 ‘재미없는 사람’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말하자면 ‘진지병’이 돋아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쓸데없이 진지하기만 한 사람!


섹스도 마찬가지다. 침대 위에서 진지함을 잃지 않는 게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병’적인 수준이라면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상대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이니, 잠시 진지함을 내려놓고 상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것이 사연 속 남자의 미션이다.


섹스는 소통이다. 단순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행동 또는 ‘의무’가 아니라 상대와 더 깊이 대화하고 사랑하기 위한 소통. 속 깊은 대화를 나눠도 모자란 때, 오히려 감당하지 못할 진지함으로 상대방에게 벽을 쌓게 하고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면 소통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소통하지 못하면 점점 대화가 줄고, 상대에 대한 흥미는 급속도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섹스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소통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여자도 마찬가지. 혼자 벽을 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언제까지 그와의 섹스를 피할 순 없지 않은가! 둘 다 섹스를 ‘즐거운 놀이’쯤으로 생각해보길.


즐거운 놀이를 하고 싶다면 우선 ‘예고편 삭제’를 추천한다. 이미 여자는 침대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아무리 애무해도 소용없다. 침대 위에서 보낼 불편한 시간에 대한 생각이 그녀의 자극과 흥분을 모두 ‘제로’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침대에 누워 예고편을 보여주면서까지 그녀를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다. 앉아있거나 서 있다가도 언제든지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 그러나 기막힌 타이밍에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다면 병세를 약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입을 열 것. 몸으로 하는 대화라고 하지만, 몸으로만 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달콤한 대사도 읊어주고, 변태 같은 말도 내뱉으며 마음을 더욱 깊이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 보면 몸을 검사하는 상대의 행동보다 상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더 집중하게 되고, 기대감에 들뜨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남녀라면 섹스에서만큼은 격이 없어도 좋다. 아니 오히려 격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섹스는 즐거워질 테니까.







[낭만팬더] 침대위에서 진지해지는 너에게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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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서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