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취업, 얼마면 돼?″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취준생들은 취업을 위해 월 평균 3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에서 6월 발간한 <청년구직자 취업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취준생은 취업 사교육에 월 평균 30만4000원을 썼고, 수도권 대학생들(월 32만2000원)이 비수도권 대학생들(월 29만3000원)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취업 준비기간은 6개월~1년 미만 30.5%, 1년 이상 41.3%로, 취준생 70% 이상은 6개월 이상 취업을 준비했다. 최소 180만원에서 360만원(1년 가정)의 비용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쓰는 셈.


취준생들이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돈을 투자해서 이력서에 추가하고자 하는 항목은 주로 어학과 컴퓨터 처리 능력. 취준생의 80%는 어학, 50%는 컴퓨터 처리 능력을 쌓기 위해 학원 강좌나 프로그램을 수강한 경험이 있었다. 자연·공학계열 학생은 직무관련 교육에 주로 비용을 투자했으며, 인문·사회계열 학생은 어학 및 컴퓨터 관련 교육에 비용을 투자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요 취업 사교육 종류 및 비용


취업준비생 1년 취업비용 평균이 360만 원

<표설명>

*사교육 비용: 최저~최고 금액(ex. 토익 수강료 최저 13만 원 최고 40만 원)

*어학교육은 모두 종합반(1개월) 기준

*영어 말하기 응시료: 토스(최저), 오픽(최고) 적용

*컴퓨터 처리능력은 모두 인터넷 강의(1개월) 기준

*컴퓨터 처리능력 응시료: 필기+실기 포함 금액

*기업 입사 시험은 직무적성검사 등 인터넷 강의 기준

*취업 컨설팅 중 취업상담은 진로설계·자소서 작성·면접 등 취업 전략 상담(최장 1년) 기준

*취업 컨설팅 중 면접 컨설팅은 모의면접(1회) 12만 원, 1대 1면접 컨설팅(1개월) 55만 원 적용

*분야, 종류 기준, 사교육 금액 출처: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취준생들은 어학 및 컴퓨터 능력을 비롯해 각종 자격증 취득 및 직무관련 교육, 입사시험 준비, 취업컨설팅 등 ‘취업 기본 스펙’으로 꼽히는 항목에 비용을 지출했다. 여기에 전문 자격증, 유학 등 별도의 스펙을 추가하면 취업 비용은 배로 늘어난다. 또한 구직 기간이 늘어날수록 취업 준비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다.


취준생들은 취업 비용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느꼈지만, 바늘구멍인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지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 취준생 대다수가 ‘선택과 집중’보다 무작위 입사지원을 하기 때문에 여러 기업에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기본 스펙은 필수라고 여겼다.


취준생 A씨는 “일단 취업이 일차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직무는 상관없다”면서, “취준생 다수가 공채 시즌에 10곳이 넘는 입사지원서를 내기 때문에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를 통해 남들이 어느 정도의 스펙을 쌓았는지 보고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거나 더 높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취준생과 기업, 동상이몽

취준생 97.5%, '스펙=취업' vs 기업, '스펙<인성·열정'


경제적 부담에도 취준생들이 연 300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취업 사교육에 매달리는 이유는 ‘스펙이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스펙에 대한 기업과 취업준비생의 인식 차’를 조사한 결과 취준생의 97.5%가 ‘취업이 스펙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기업 응답자 중 단 1.1%만 스펙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꼽은 것과 극명한 차이다. 기업은 채용 시 출신학교·영어점수 등 외적인 요소보다 도전정신·열정과 끈기·성실함 등 내적 요인의 고려비중이 더 높았다.


스펙에 대한 취준생과 기업의 인식차이



취업준비생 1년 취업비용 평균이 360만 원


취업준비생 1년 취업비용 평균이 360만 원






최근에는 일부 공공기관·대기업이 입사지원서에 어학 점수·자격증 등의 항목을 없애고 스펙보다는 열정과 인성·직무적합성 등을 평가하겠다는 ‘능력중심 채용(탈스펙 채용)’을 선언했으나 취준생들의 스펙 쌓기 경쟁은 식을 줄 모른다.


대학생 B씨는 “기업들이 스펙을 안 본다고 해도 믿기 어렵다”면서, “스펙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고 해도 본인의 노력 정도나 성실성은 보여주기 때문에 경쟁자와 차별화하기 위한 스펙 쌓기는 필수”라고 말했다.


과도한 취업준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청년들이 기업에 가장 바라는 점은 ‘탈락자에 대한 결과 피드백’이었다. ‘채용 시스템 변화’와 더불어 ‘탈락 사유에 대한 피드백’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방지한다는 것. 탈락 사유를 모른 채 탈락 경험이 반복될수록 외적인 스펙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고스펙을 쌓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만 보완할 수 있도록 탈락사유에 대한 피드백을 희망했다.


취준생이 취업준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및 정부에 바라는 것


취업준비생 1년 취업비용 평균이 360만 원


취업준비생 1년 취업비용 평균이 360만 원





대학에는 취업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취업준비 관련 프로그램을 다양화·전문화하고 대학 1~2학년 때부터 적성과 진로를 고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진로·직업 탐색 프로그램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 차원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에 대해서는 ‘능력중심채용 문화 확산’을 꼽았다. 취준생들은 과도한 스펙 경쟁을 부추기는 기업의 불필요한 채용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랐다.


신용한 청년위원장은 “청년들이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취업준비 과정에서 과중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겪고 있다. 과도한 스펙 쌓기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능력중심으로의 채용관행 변화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고부가가치 유망서비스업 활성화, 임금피크제 등 노동시장 개혁 과제가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구슬 기자 guse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