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외국계 기업 이야기①] 영문 이력서·영어 인터뷰? “별거 아냐!”


영어로 경력을 기술한 커버레터와 영문 이력서 심사. 일차 관문 합격자들이 반드시 허물어야 할 장벽 영어 인터뷰와 인성 면접. 없던 ‘영어 울렁증’도 생기는 외국계 기업의 채용 절차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싶은 희망에 외국계 기업 입사를 꿈꾸지만, 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생소한 서류준비에 입사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


하지만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희망 직무를 정한 뒤 취업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커버레터와 영어 이력서를 한 장 써 놓으면 ‘취업의 문’이 반 이상 열린 셈.


‘영어 울렁증’을 이겨내고 외국계 기업에 입사한 선배들이 알려주는 외국계 기업 A to Z.


[生生 외국계 기업 이야기①] 영문 이력서·영어 인터뷰? “별거 아냐!”

l 장 기자가 외국계 제약회사 김 사원(여 29세, 경영지원-회계 입사 2년차. 첫 직장 외국계 유통업체 경력 2년)과 제조판매업체 이 과장(남 34세, 세일즈 입사 6년차)을 초대했습니다.


[生生 외국계 기업 이야기①] 영문 이력서·영어 인터뷰? “별거 아냐!”


Q 1. 외국계 기업 입사를 원하는 취업 준비생이 많은데, 대부분 ‘영어 두려움’에 입사 지원을 포기하지. 둘 다 영어 실력이 출중한가봐?


김 사원 아니야.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만 할 수 있는 정도야. 인사·마케팅 등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인 부서 직원에겐 원어민 수준의 영어 회화 실력을 요구하지만 이 외에는 일을 할 때 영어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돼.


이 과장 세일즈도 마찬가지야. 고객이 모두 한국인이라 평소에 영어를 쓸 일이 없어. 다만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본 능력은 갖춰야겠지. 본사와 교류가 잦은 부서 외에는 일반적으로 회화 능력보다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라이팅 능력이 더 중요해. 비즈니스 라이팅은 충분히 학습으로 익힐 수 있어. 나 역시 그 흔한 유학 경험도 없고 영어 발음도 좋지 않은 걸.


Q 2. 일할 때 영어 사용이 거의 없다니 의외인 걸. 그래도 외국계 기업에 입사 하려면 영어 인터뷰는 필수지?


이 과장 물론이지. 모든 외국계 기업은 영어 인터뷰를 봐. 하지만 회사마다 원하는 수준이 달라. 우리 회사는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요구했어.


김 사원 영어 인터뷰를 두려워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은데, 외국계 기업이여도 면접관은 한국인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면접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어. 실무에서 영어 사용이 없는 부서는 영어 인터뷰에서도 고난도의 대답을 요구하기보다 본인이 제출한 이력서와 관련된 추가 질문이나 자기소개·장단점·취미·대학전공 등 간단한 질문을 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 과장 대부분 한국인이 인터뷰를 보지만, 임원이 외국인이면 영어 면접을 열심히 준비해야 해. 모든 면접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이지.


김 사원 맞아. 입사를 원하는 기업의 임원이 외국인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대부분 한국지사의 임원은 한국인이지만, 아닐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체크해야 해.


Q 3. 영어 인터뷰 때 어떤 질문을 받았어? 답변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김 사원 처음 입사한 회사와 이직한 회사 모두 한국인 임원과 영어 인터뷰를 봤어. 취업 스터디를 할 때 외국계 기업 면접 출제 빈도가 높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했는데, 도움이 됐지. 자기소개와 장단점·대학 전공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어떻게 회사를 알게 됐는지 물었어. 기본적인 질문이라 막힘없이 대답했어.


이 과장 영어 발음도 좋지 않고 실력이 부족해서 걱정했는데, 기본 인적사항을 묻더라. 기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완벽하게 준비해야해. 질문은 어렵지 않지만 추가 질문할 가능성이 높아. 간혹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질 때 영어로 대답 하려고 노력하면 나쁜 점수를 받지 않을 거야. 물론 완벽히 영어를 구사하면 좋지만 유창한 영어 실력이 필수인 직무 외에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질문을 확실히 이해하고 한 두 마디라도 답변을 하면 좋지.


Q 4. 외국계 기업은 채용 절차가 까다롭다고 하던데.


김 사원 첫 회사는 신입, 현 직장은 경력 지원이었는데, 둘 다 인터뷰 비중이 상당히 높았고 인성 위주 면접이었어. 첫 회사는 서류 통과 이후에 한 시간 정도 인터뷰를 봤어. 당시 국내 기업 면접도 봤는데, 외국계 기업의 면접 시간이 상당히 길었지. 현 직장은 서류 통과 이후에 실무진(영어 인터뷰 포함)·임원진으로 나눠 두 번에 걸쳐서 봤어. 둘 다 인적성 평가는 없었어.


이 과장 면접 시간이 길고, 지원자를 심층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까다롭다고 하는 것 같아. 면접 시간은 길지만 인성평가 위주여서 시사상식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본인을 어필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기업보다 준비가 쉽다는 사람도 있어. 나는 서류 통과 이후 실무진 인터뷰·영어 면접이 포함된 임원급 인터뷰·인사팀 인터뷰 까지 총 세 번을 봤는데 모두 인성평가였어. 인사팀 인터뷰는 회사와 맞는 인재인지 최종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가볍게 대화를 나눠서 부담이 없었지. 인터뷰 외에 일반 대기업에서 보는 인적성 문제와 유사한 평가를 치르고 최종 입사했어.


Q 5. 면접 외에도 취업 준비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영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이야. 일차 관문인 서류는 어떻게 준비했어?


김 사원 외국계 기업은 자기소개서라는 개념이 없고, 커버레터와 영문 이력서를 준비해. 커버레터는 본인의 경력을 요약한 서류로 A4 한 장 분량으로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야. 업무능력과 지원 동기 등을 간결하게 작성하면 돼. 영문 이력서도 구구절절 쓰지 말고 본인의 이력만 정리하면 돼.


이 과장 국내 기업처럼 각 기업에 맞는 질문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영문 이력서를 완벽히 쓰면 수정할 필요 없이 여러 곳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야.


김 사원 다만 이력서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바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예를 들어 학교를 다닐 때 봉사활동을 했다면 무엇을 느꼈고,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과정에 초점을 맞춰서 쓰면 돼. 외국계 기업은 과정을 중시하거든.


이 과장 김 사원이 말 했듯이 외국계 기업은 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중시해. 경험을 구체적이면서 요점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데 한 번 써보면 국내 기업의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보다 편할걸?


Q 6. 감이 안 잡혀. 회사별로 특정한 질문이 없다면, 내 이력을 어떻게 표현해?


이 과장 형식적인 내용보다 개성이 담긴 스토리를 본다는 뜻이야. 어떤 일을 시작했고 어떻게 마무리 했는지 과정을 중심으로. 만약 본인이 3개월 인턴십을 했을 때, 보조 수준의 업무만 맡았더라도 성과를 어필하면 돼.


김 사원 시중에 영어 이력서 쓰는 방법에 관한 책 두 세권을 정독하고 따라서 써보는 것을 추천해. 나도 막막해서 책을 보고 서류를 준비했거든. ‘이력’이라고 하면 학생들이 부담을 갖는데, 방학 때 한 아르바이트여도 얼마든지 성과와 느낀 점이 있을 테니 내 이력으로 만들 수 있지.


이 과장 대학생이 엄청난 경험을 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그걸 원하는 게 아니야. 작은 일이여도 그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쓰는 거지. 포커스만 잘 잡으면 충분히 나만의 경쟁력이 생길거야.


Q 7.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어.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외국계 기업에 취업했는데, 회사 분위기는 어때?


이 과장 기업문화가 유연하고 위계질서가 세지 않아. 회의 시간에 마음껏 내 생각을 전하고 동료· 상사와 의견을 나누면서 보완해 나갈 수 있지. 다만 한국에 있기 때문에 외국 본사처럼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는 없고, 외국의 시스템과 한국 마인드가 합쳐져 있다고 봐야지.


김 사원 유동적인 분위기에 전적으로 동의해. 복장 규정이 없어서 다들 편한 복장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가끔은 회사라기보다 학교에 온 느낌이 들 정도야. 또 맡은 일만 확실히 마무리하면 눈치 볼 필요 없이 퇴근해도 돼. 휴가 사용도 마찬가지야.


이 과장 우리도 근무 복장이 자유로워. 외부 미팅이 있으면 형식을 갖춘 옷을 입지만 이 외에는 편하게 입지. 복지 시스템도 직원 위주로 잘 갖춰져 있고 남녀 직원 간 차별 없이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여성 사원의 근속 연수가 높아. 또 부서 간 이동이 활발해서 언제든지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야. 인사이동이 유동적이라 여러 업무를 접할 기회가 생기지.


Q 8. 직급체계랑 연봉이 궁금해.


이 과장 직급은 대리·과장처럼 국문 타이틀이 있는데, 보통 주니어·시니어·매니저 등 영문 타이틀에 따라 연봉이 좌지우지 된다고 보면 돼.


김 사원 맞아. 영문 타이틀이 올라야 연봉도 그에 맞춰서 오르기 때문에 국문 타이틀보다 영문 타이틀이 바뀌어야 진짜 승진이라고 보지.


이 과장 업종은 따지지 않은 채 ‘외국계 기업은 연봉이 높다’고 생각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은 듯해. 정유나 제약 분야 등의 연봉은 국내 대기업 수준이지만 당연히 사정이 안 좋은 분야도 있지. 국내 중소기업보다 연봉 조건이 열악한 곳도 있고, 성과급 지급이 없는 곳도 의외로 많아. 성과급을 지급하는 곳은 보통 분기별로 연봉의 10~30% 수준을 받아.


Q 9. 모든 조건이 완벽한 회사는 없을 거야. 외국계 기업을 다니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뭐야?


김 사원 항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 사원이 사원급 이상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개인 의견을 존중해 주는 만큼 능동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고 각자의 역량이 중요하지. 계속 본인의 능력을 보여줘야만 승진이 가능해.


이 과장 김 사원 말처럼 개인 능력이 부족하면 계속 같은 직급에 머물러야 하는 압박감이 크지. 국내 기업은 연차가 쌓이면 시험을 보거나 평가를 통해 승진을 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연차가 쌓여도 개인의 능력을 입증해야 승진이 원활해. 역으로 언제 기회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를 잡고 성과를 낸다면 초고속 승진이 가능한 것은 강점이 될 수도 있어. 우리 회사 홍보팀 여자 이사님은 초고속으로 승진한 케이스로 40대 초반이야.


김 사원 우리 회사에는 10년 동안 근무한 40대 직원이 있는데, 영문 타이틀이 바뀌지 않아서 연봉도 10년 내내 비슷한 수준이야. 개인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생각처럼 일이 안 풀리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이 과장 외국계 기업은 항상 사업철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지 않는 이상 고용이 불안정하다고 느껴. 물론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외국계 기업은 불안감이 더 크지.


Q 10. 마지막으로 외국계 기업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


이 과장 외국계 기업은 공개 채용보다 수시 채용이 많아. 하염없이 공채를 기다리지 말고 일단 본인이 원하는 직무를 설정한 뒤에 영문 이력서를 작성해 놓고 수시 채용을 눈여겨 봐야해. 또 외국계 기업 정보는 국내 기업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에 현직 외국계 기업 선배의 조언을 듣거나, 외국계 기업 인사 담당자가 참여하는 취업박람회에 참석해서 최신 정보를 얻어야 해.


김 사원 외국계 기업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직무에 맞는 이력서를 작성해두면 여러 기업에 지원할 수 있으니 직무 설정이 중요해. 또 외국계 기업은 경력직 채용이 활발하니 신입 채용에 떨어졌다고 해도 기회가 끝난 건 아니야.



글 장구슬 기자 guseul@hankyung.com

도움말 박정혁 Up-Class(업클래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