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여정 2015년 6월 30일 화요일~7월12일 일요일


#Day 2~14.

폴란드: 훈호의 일기


명지대 4명의 친구가 6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동유럽 자전거 종주에 나선다. 남다른 계절학기를 보내겠다고 해서 팀 이름도 <계절학기>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총 49일간 계속되는 이들의 여행기를 앞으로 두 달 동안 싣는다. 마지막에는 이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6월 30일,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맛있게 햄버거를 먹으면서 사진을 찍고 놀다 보니 이륙 30분 전! 정신없이 수속을 밟으러 갔는데, 손짐에 액체류가 많단다. 눈물을 머금고 스킨과 엉덩이크림을 반납했다. 그런데! 이륙 10분을 남겨두고, 이번엔 우리가 완전히 반대편 게이트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방을 들쳐 메고 달리기 시작했다. 가방이 너무 무거워 바닥에 주저앉는 순간 방송이 나왔다.

“김훈호 탑승객은 지금 즉시 6번 게이트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우는 심정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정확하게 이륙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탑승했다. 힘겨운 출발을 진토닉 한 잔으로 잠재웠다.


7월 3일, 이틀의 폴란드 바르샤바 관광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12일 오스트리아에서 지호 형을 만나기 위해서는 매일 100km 라이딩을 해야 하는 상황. 라이딩 시작 둘째 날 폴란드 어느 시골마을의 큰 언덕을 넘고는 나무그늘 아래에 쓰러지듯 누웠다.


[유럽 자전거 종주기] 1. 아우슈비츠 거쳐 비엔나 커피까지

l 폴란드 라이딩 중 소나무 아래 쓰러져 쉬는 모습


그러자 잠시 후 까마귀들이 날아와 우리 위를 맴돌았다. “우리를 송장으로 아나?” 하며 낄낄 웃었다. 그날 저녁 라이딩을 마칠 즈음 우리는 다시 소나무 아래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때는 정말 거의 반송장이 돼 있었다.


우리가 폴란드에서 배우고자 한 주제는 ‘전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까지 가는 여정부터 우리에게는 전쟁이었다. 치열하게 나와 싸우는 과정 속에서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수용소의 현장은 정말 끔찍했다. 처형당한 죄수들, 그리고 고문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오감을 긴장시켰다. 특히 사람을 불태웠던 소각장의 기운은 더 없이 음산했다.




<49일간의 여행 일정 및 테마>

폴란드 : 전쟁

체코 : 사랑

오스트리아 : 음악

슬로바이카 : 휴강

헝가리 : 죽음

슬로베니아 : 여유

크로아티아 : 수상레저

몬테네그로 : 농럽

알바니아 : 발칸반도

그리스 : 철학


글·사진 계절학기 김훈호


[유럽 자전거 종주기] 2. 아우슈비츠 거쳐 비엔나 커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