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술지주회사, 기술 상품화 주도…결과는 ‘성공적’


밥스누(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약콩두유’ 출시 6개월여 만에 200만 팩 판매 돌파, 전북대 햄(전북대 학교기업) 연 매출 20억 원, 지투지 솔루션(서강대 공동투자 법인) 연 매출 46억 원 달성. 대학 기술지주회사(및 자회사)들이 각 대학의 우수한 기술을 상품화 한 일명 ‘대학 표 상품’이 성공의 신호탄을 힘차게 쏘아 올렸다. 국내에 첫 기술지주회사가 설립된 지 만 6년에 접어든 현재, 스타트업의 저력을 보여주는 주요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대표 상품과 인기 비결을 짚었다.


대학가의 새바람  ‘대학 표 아이디어 상품’


대학의 기술 상품화는 각 대학 기술지주회사(및 자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올해 기준 35개 대학의 기술지주회사가 201여개 자회사를 운영 중인 가운데, 차별화된 제품으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업체들이 있다. 해당 업체들은 대학 인지도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기술 및 품질, 신선한 이미지 등을 어필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두유·햄·화장품·스마트기기 등 비교적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는 소비재를 중심으로 승부수를 띄운 결과는 그야말로 성공적이다.

맛과 기술의 조화…매출 고공행진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충성고객 확보가 어려운 식품시장에서 대학 표 상품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식품의 기본인 맛에 대학의 특별한 기술을 더하니 금상첨화. 대학의 명성을 믿고 제품을 구매한 뒤 차별화된 맛과 품질에 만족해 재구매하는 고객이 많아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이기원 교수가 설립한 ‘밥스누(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대표 이기원)’의 ‘약콩두유’는 ‘서울대 우유’로 알려지며 인기몰이를 한 뒤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1차 생산분 19만5000개 완판, 2차 판매 4일 만에 5만개 완판 등의 쾌거를 기록했으며, 지난 6월 말 기준 200만 팩 이상 팔렸다.


대학가의 새바람  ‘대학 표 아이디어 상품’

지난 6월 말 기준 200만 팩 이상 팔린 밥스누의 약콩두유. 사진 제공=밥스누


밥스누 관계자는 “식품은 브랜드뿐 아니라 맛과 재료도 중요하기 때문에 약콩두유의 인기는 서울대의 명성과 첨가물 없이 고소한 맛을 내는 약콩두유의 품질이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전북대 학교기업 ‘전북대 햄’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견고한 실적을 낸 사례. 대표 상품은 ‘치즈 비엔나’와 ‘스모크 김밥햄’으로, 단가 인상 없이 높은 퀄리티를 보장해 지난해 약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학가의 새바람  ‘대학 표 아이디어 상품’

전북대 햄의 대표 상품 치즈 비엔나. 전북대 햄의 지난해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전북대 햄


전북대 햄 관계자는 “국립대학교에서 설립한 기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며, “특히 전북대 분야별 전공교수 7명이 전북대 햄의 전문위원회로서 운영지도를 하며 제품의 질을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믿고 구입한다”고 인기 비결을 전했다.


대학가의 새바람  ‘대학 표 아이디어 상품’

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가 개발한 제조방법으로 만든 회박사의 판매 상품. 사진 제공=회박사


부경대학교에서 설립한 벤처기업인 ‘회박사(대표 조영제)’가 판매 중인 고급 멸치액젓 ‘회박사 액젓’은 남다른 기술을 구현해 특허에 등록했다. 기업의 대표이자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조영제 교수는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한 멸치젓갈의 제조방법을 비롯한 총 4건의 특허를 등록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회사의 스테디셀러인 ‘회박사 액젓’은 비릿한 냄새가 거의 없고 깊은 맛을 내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IT분야 경쟁력 갖춘 대학의 기술 구현

IT소비재 시장의 경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상품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주요소로, IT분야에 경쟁력이 높은 대학의 기술지주회사가 활약하고 있다.


대학가의 새바람  ‘대학 표 아이디어 상품’

스마디의 블루투스 헤드셋. 스마디는 기성 업체와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 올해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 제공=스마디


스마트 기기와 연계 가능한 프로덕트 개발 사업을 하는 성균관대 스마디사업단은 스마디 프로덕트 사업을 위해 지난 2013년 2월 ‘스마디(성균관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대표 오경식)’를 설립했다. 스타트업인 스마디는 블루투스 헤드셋, 스피커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한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데, 기성 업체와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 매출이 꾸준히 성장해 올해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또한 스마디는 스마트 제품 및 시스템 10여 개의 특허를 등록 및 출원해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과열경쟁 속에서 사세를 넓히는 업체도 있다. 서강대 기술지주회사와 엠텍비전이 공동투자해 창업한 ‘지투지솔루션(대표 이천림)’은 차량 블랙박스 제조업체로, 기업 간(B2B) 블랙박스 부품 판매로 지난해 연매출 46억 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교수-산학협력단 연구의 산물

레드오션인 뷰티시장에 뛰어든 대학 기술지주회사들은 전문 교수의 주도 하에 특별한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을 개발해 승부수를 뒀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이남호 교수가 개발한 마유크림을 판매 중인 제주대 기술지주회사 ‘제주마유(대표 조용현)’는 제주대 산학협력단 공동연구를 통해 신뢰를 쌓은 사례. 2011년 개발한 제주마유크림은 2013년 아토피 치유 효과 검증, 2014년 화상시험을 검증받는 등 소비자 신뢰를 쌓아 제주공항 면세점과 타 지역 면세점, 홈쇼핑 등 판매망을 확장했다.


대학가의 새바람  ‘대학 표 아이디어 상품’

'제주마유'의 마유크림. 제주마유는 마유크림 판매망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사진 제공=제주마유


제주마유 관계자는 “마유크림은 항알러지 기능성 효과, 높은 흡수력을 비롯해 피부 트러블 안정에 좋다고 알려져 시중에 경쟁상품이 많은데, 제주대학교의 연구를 통해 제주마유크림의 효과를 검증한 뒤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가의 새바람  ‘대학 표 아이디어 상품’

인천대 해양 RIS사업단이 개발한 자외선 차단 물질로 만든 해숨 화장품. 사진 제공=인천대 해양 RIS사업단


인천대 해양 RIS사업단이 개발한 자외선 차단 물질을 구현한 화장품 ‘해숨’ 역시 특허 등록을 통한 신뢰도 형성으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올해 3월 론칭한 해숨은 인천대 해양 RIS 사업단장이 남극에 방문해 발견한 자외선 차단 물질과 비슷한 성분을 인천 강화도 부근에서 추출해 만든 화장품으로, 2010년 특허에 등록했다.

장구슬 기자 guse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