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연세대학교 공학원에서 열린 2014연세취업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40901
1일 연세대학교 공학원에서 열린 2014연세취업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40901

지난해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대거 참여해 취업상담을 받았다. 한경DB


# 해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씨(26)는 지난해 하반기 A대기업의 고졸 채용에 이력서를 넣어 합격했다. 김씨는 현지에서 상위권에 드는 학교를 나왔지만 귀국 후 한국의 취업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한 그는 잇따라 대기업 공채에 탈락하면서 결국 차선책으로 고졸 채용에 지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 지난해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씨는 OO기업의 생산직에 최종 합격하고 신입사원 연수 후 근로계약서 작성까지 마쳤으나 돌연 권고사직을 당했다. 지원 당시 최종학력을 고졸로 허위 기재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학력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며 OO기업에 시정조치를 내렸다. 당시 인권위 차별조사과 사무관은 “최근 심각해진 대졸자 취업난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제 대졸자의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기업의 고졸 및 초대졸 우대 채용정책을 ‘학력 역차별’로 인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은행은 특성화고 등 고졸채용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여기에 지난 2013년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체계화 된 시간제 채용도 한 몫 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는 신입보다는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의 경우 경력이 중요한 채용기준이 되는 만큼 대졸 신입 지원자는 사실상 합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00여명 규모의 고졸채용과 함께 상 하반기 각각 경력단절여성도 150명씩 선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8명의 고졸 행원을 채용했던 것을 올해는 70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2012년 이후로 최대 규모다.


일반 대기업도 최근 지원자격에 학력을 폐지하면서 고졸자에게도 문을 열고 있다. 롯데그룹은 대졸자들이 주로 지원하는 상하반기 공채에 지원자격을 고졸 이상으로 확대해 놓고 있다. 공기업은 아예 ‘학력 제한 없음’을 명문화 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일부 대졸자를 중심으로 학력을 낮춰 입사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6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 재학생을 비롯한 취업준비생 3373명 중 29.8%가 실제 학력보다 낮은 조건의 채용에 입사 지원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복수응답)로는 ‘취업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가 45.1%로 가장 많았다. 이 외의 답 역시 ‘빨리 취업하고 싶어서’(40.6%), ‘학력 외 다른 스펙이 낮아서’(26.7%), ‘지원할 공고가 별로 없어서(26.7%) 등 모두 취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