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녀의 신음 연기는 여우주연상감이다



[낭만팬더] 신음에 담긴 진심



최근 친구에게 영화 한 편을 추천받았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영화. 그런데 영화를 보다 한 장면에서 궁금한 게 생겼어. 샐리 역을 맡은 맥 라이언이 식당에서 갑자기 신음하는 장면 있잖아? 눈동자가 몽롱해지며 야릇한 신음을 흘리는 장면. 점점 더 크게 신음하면서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는가 하면 양손으로 테이블을 잡기까지 하더라고. 참, 그 전에 이런 말을 했어. “남자들은 여자들의 연기에 속고 있다”고. 섹스하면서 여자가 신음하는 게 다 거짓말이라는 말이야? 여자는 당연히 신음하는 줄 알았는데.




남자든 여자든 섹스 할 때 상대방의 ‘신음’에 자극받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입을 다물고는 참지 못할 만큼의 큰 쾌락이 상대를 찾아왔다는 뜻일 테니까.


하지만 과연 상대가 내는 신음의 원인이 ‘100% 성적 쾌락인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여성이라면 더욱. 샐리가 말한 것처럼 여자들은 침대 위에서 연기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여자들이 신음을 ‘내는’ 이유로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은 “파트너의 만족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자신의 신음이 자극적이게 느껴지면 남자가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특한 마음. 이런 의도로 내는 신음은 연기다. 99%. 엄청난 성적 자극을 받으면 호흡이 빨라지며 숨을 내뱉기는 하지만, 야동에서처럼 꽥꽥거리는 신음을 내는 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진심으로 내는 신음이라면 아프거나 오르가슴을 느껴 ‘뱉는’ 신음일 가능성이 크니 아픈지, 좋은지 물어보는 게 신음의 진실 여부를 파악하기에 100배는 현명한 방법일 터다.


그럼 여자들이 연기해야 할 만큼 정말 남자는 여자의 신음에 큰 자극을 받을까? ‘당연하다’는 답을 내놓을 수는 없는 질문이다. ‘여자의 신음이 싫다’는 답도 꽤 많으니까. 쥐어짜는 듯한 신음이 억지스러워 싫다는 것이 첫 번째, 방음이 안 되는 곳에서 신음을 내면 난감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심지어 억지로 내는 신음을 들으면 정이 뚝 떨어진다는 남자도 있다.


섹스 중 본능적으로 “좋아” 같은 말을 내뱉을 때도 있지 않나? 신음도 그중 일부라고 하면, 억지로 내는 신음은 거짓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자신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데, 여자는 거짓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일종의 배신감이랄까?


하지만 이들도 무조건 신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적당히’가 중요하다. 남자가 바라는 것은 야동에서의 신음이 아니라 서로 쾌감을 주고받으며 함께 오르가슴에 이르는 것이다. 힘이 잔뜩 들어가는 몸짓이나 눈빛만으로도 남자는 알아차릴 수 있으니 과장하지 말 것.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법! 자신을 위해서라도 억지 신음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좋지 않은데도 신음을 냈다가는 다음 섹스 때도, 또 그다음에도 계속 연기를 해야 하고, 결국 불만족스러운 섹스에 항상 툴툴대며 남자 핑계를 대겠지.


섹스 후 나란히 누워 좋아서 내는 신음인지 아파서 내는 신음인지, 어떤 곳을 만져줄 때 좋은지 솔직한 대화를 나누자. 서로를 위해, 자신을 위해 ‘까놓고’ 말할 필요가 있다.


참, 하나만 더. 남자들! 여자의 연기를 다 알아챘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그대의 여자는 ‘올해의 여우주연상’감이다.







[낭만팬더] 신음에 담긴 진심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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