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스타


시집 <나한테 시집와> 작가 지민석 씨

“제 사랑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lt;나한테 시집와&gt; 작가 지민석 “제 사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올 3월 SNS에서 첫 선을 보인 지민석 씨의 시는 약 3개월 만에 ‘여심을 녹이는’ 문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지씨는 특히 반응이 좋았던 시를 모아 시집을 출간했다. 달콤한 사랑 메시지로 여심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의 시집 이름은 <나한테 시집와>다.


대학생 시인 지민석 씨는 오래 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일기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짝사랑하던 ‘그녀’가 떠오를 때마다 시로 마음을 달랬다.


좋아서 꾸준히 했던 글쓰기는 그를 조금 특별한 대학생으로 만들었다. 그의 SNS에 시가 올라올 때면 수백 명이 댓글을 달고, ‘지민석 작가’를 응원하는 팬도 생겼다. 실제로 인터뷰가 끝난 직후 카페 한 켠에 있던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팬레터를 건네기도 했다.


대학 1학년, 그것도 2월생이라 만으로 채 스물이 안 된 나이에 시집을 출간하고 길에서 팬레터를 받는 남자, 대학생 시인 지민석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달달한 사랑시집 <나한테 시집와>


‘지구는 어벤저스가 지키고/ 너는 내가 지키고’(어벤저스 <나한테 시집와> 중에서)


지민석 씨의 시집 <나한테 시집와>의 8할은 좋아하는 여자를 향한 남자의 애절한 사랑고백이다. 꿈에 자꾸 나오는 너 때문에 깨기 싫었다든가, 불금에 뭐하냐는 질문에 너랑 있고 싶다며 고백 아닌 고백을 날린다.



&lt;나한테 시집와&gt; 작가 지민석 “제 사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자칫 오글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심쿵’을 유발하는 이들 시는 전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씨가 영감을 받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바로 어릴 때부터 허물없이 지내온 그의 절친이다. 서로에게 이성친구가 생길 때마다 연애상담도 해주는 사이지만 사실 그는 홀로 이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탄생한 시가 <상담>이다.


‘너 인생고민 / 너 친구고민 / 너 연애고민 // 상담해줄 때마다 / 너도 상담해준다고 / 말하지 좀 마라 // 너 좋아하는 걸 / 너한테 어떻게 상담 받냐’(상담 <나한테 시집와> 중에서)


“SNS에 시를 올릴 때마다 늘 ‘좋아요’를 눌러줘요. 그게 다 자기한테 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고 말이에요. 시집도 사실 이 친구에게 제 마음을 전하려고 만든 거였죠.”


반대로 그를 짝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의 시집 이름처럼 ‘시집가겠다’며 고백해오는 열혈팬들이다. SNS에 시와 함께 셀카도 가끔 올리다보니 길에서 그를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자는 사람도 있다.


&lt;나한테 시집와&gt; 작가 지민석 “제 사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오빠한테 시집가겠다는 동생들도 있고 요리 잘하니 장가 오라는 누나들도 있어요. 감사한 마음에 틈 날때 마다 답장을 보내는 편이에요. 하루는 가로수길의 공원을 걷고 있는데 한 분이 팬이라며 음료수를 건네주시더라고요.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뻤죠.”


하지만 그의 시집에 사랑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2할은 힘든 사람을 위로하고 바쁜 사람을 쉬게 하기 위해 쓴 시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이 세상 힘든 모든 이에게>라는 시를 써서 SNS에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힘이 된다고 응원을 해주셨어요. 저를 위로하려고 쓴 시가 다른 사람에게도 힘이 됐다는 사실에 뿌듯했죠. 시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


최종 목표는 ‘방송PD’ 되는 것


감상적인 성격의 그는 어릴 때부터 달달하게 말하기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급 친구들이 지어 준 별명 역시 ‘MBC’였다. 마(M)가린, 버(B)터, 치(C)즈라는 뜻이다.


지씨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건 초등학교 때 방학숙제로 주어진 일기를 쓰면서였다. 일기 쓰는 게 재밌어서는 아니었다. 개학을 코앞에 두고 몇 주 전 일을 되짚어보며 겨우겨우 페이지를 채워나간 건 다른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글을 창조(?)하는 재미를 느꼈다.


이 때부터 글 쓰기는 그의 취미가 됐다. 그렇게 소소한 감정들을 시 형식의 일기로 정리해놓았던 그는 지난 3월, 처음으로 이 글들을 SNS에 올렸다. 틈틈이 공책에 적어뒀던 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다 보니 자연스레 ‘친필’ 시가 됐다.



&lt;나한테 시집와&gt; 작가 지민석 “제 사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시간별 맞춤’ 전략도 세웠다. 공부로, 일로 바쁜 낮에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가벼운 시를, 감정이 몽글몽글해지는 밤에는 낭만적이거나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시를 올렸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입소문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씨는 시를 책으로 출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lt;나한테 시집와&gt; 작가 지민석 “제 사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방법을 알아보던 차에 무료로 책을 출간해주는 곳을 알게 됐고 직접 찾아가 계약을 했다. 표지는 사비를 투자해 제작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의 골수 팬 덕에 수입도 생겼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시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랑꾼' 지민석 씨는 뜻밖에 <가족>이라는 제목의 시를 펼쳤다.


“제가 주로 사랑시를 많이 쓰는데 사랑을 꼭 연인에게서만 찾으란 법은 없잖아요. 더 가까운 곳에 언제나, 당연히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현재 그는 오래 전부터 꿔온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바로 방송PD다. 선배PD들이 쓴 책도 하나하나 찾아보고 관련 영상도 챙겨본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2년간, 한 방송국의 ‘청소년 방송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게 계기가 돼 지난 3월부터는 이 방송단 팀장으로서 후배 단원을 돕기도 한다.


“제 또래의 친구들은 다들 저와 비슷한 처지일 거예요. 제가 꿈을 위해 조금씩 준비하는 것처럼 다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몰두했으면 좋겠어요.”



&lt;나한테 시집와&gt; 작가 지민석 “제 사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