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그룹 이름에 호기심이 동해 무대영상을 찾았다.
‘포켓’에 맞는 상큼한 음악과 모습을 기대했지만
귓가에 흘러나오는 것은 꽤나 자극적인 EDM 장르의 노래였고,
무대는 ‘쎈 언니’들 네 명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이들은 ‘풋풋함’ 외에는 설명할 단어가 없는 소녀들이었다.
주아가 입은 재킷은 자라, 목걸이는 겟미블링, 세아가 입은 재킷은 로우클래식, 톱과 스커트는 모두 스타일난다,
귀걸이는 케이트앤켈리, 팔찌는 티아도라, 연지가 입은 원피스는 자라, 목걸이와 팔찌는 모두 파사빈티,
소윤이 입은 원피스는 자라, 팔찌는 파사빈티
4월 10일 첫 싱글앨범을 발매했죠?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주목받았어요. 소감이 어때요?
연지 준비할 때는 ‘데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막상 데뷔하고 나자 바쁘게 움직이는 게 무척 좋아요. 연락이 없던 친구들에게서도 연락이 오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가수를 꿈꾸었기 때문에 더 꿈만 같아요.
소윤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났어요. 하지만 알아봐주시고 노래도 많이 들어주시는 걸 보고 가수가 됐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주아 포털사이트에서 ‘포켓걸스’를 검색하면 ‘가수’로 뜨는 것도 신기해요.
연지
원피스는 로우클래식, 모자는 화이트샌즈, 팔찌는 프란시스케이
배드키즈의 ‘귓방망이’, 김종민의 ‘살리고 달리고’ 등을 작곡한 단디 프로듀서와 호흡을 맞췄다던데, 앨범 준비과정은 어땠어요?
주아 생각보다 정말 편했어요. 단디 프로듀서님이 장난기도 많으셔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희 의견을 많이 존중해주셨어요.
소윤 밝고 경쾌한 음악을 만드시는 분답게 함께 작업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히트메이커시니 같이하는 것도 영광이었고요. 말도 잘 통해 친오빠 같았어요. 심지어 뮤직비디오 찍을 때도 옆에 계셨어요.
가수가 되기까지, 또 앨범을 내기까지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연지 본격적으로 포켓걸스 음반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예요. 그전에는 세아씨, 소윤씨,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은 레이싱모델을 했는데, 모델기획사 대표님께서 가수 제의를 해서 모델 일을 하면서 꾸준히 준비했어요.
주아 저는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늦게, 지난 1월부터 함께하게 됐어요.
레이싱모델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연지 원래 프리랜서로 모델을 했어요. 그러다 다른 일을 좀 더 해보고 싶어 알아보니 레이싱모델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시작했죠. 추위도 견뎌야 하고, 아픈 발을 잡고 끙끙댈 때도 있지만,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팬도 생기고.
세아 저는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도 많고요. 무용을 전공하다 모델을 하기 전에는 승무원이 되고 싶어 항공 관련 전공으로 바꿔 공부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레이싱모델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멋져 보이더라고요. 승무원이 되려면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 길로 면접을 보고 레이싱모델을 하기 시작했어요. 사람 만나는 일, 스펙 쌓는 일을 워낙 좋아해 거침없이 도전했던 것 같아요.
첫 무대를 서울모터쇼에서 연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연지 그런 셈이죠. 모델어워즈에서 상도 받을 만큼 활발히 활동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서울모터쇼에서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의외로 많은 사람이 모여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워낙 사람들 앞에 많이 서봐서 그런지 떨리지는 않았어요. 분야를 막론하고 무대에서 더 자유로운 느낌이었어요. 다만, 연습도 계속해야 하고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대중을 만나야 하는 점이 조금은 어려운 듯해요.
세아 익숙한 공간이어서 그랬는지 긴장은 많이 안했어요. 모터쇼에 가면 알아보는 팬들도 있고. 첫 무대인만큼 실수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죠. 모델로서 보여주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단단히 각오를 다지기도 했고요.
주아
셔츠는 커밍스텝, 베스트는 커스텀멜로우 젠티, 팬츠는 자라
주아씨는 연기자로 활동하다 가수로 데뷔했죠?
주아 아역배우로 시작해 CF모델?영화배우 등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드라마 <빅맨> <엔젤아이즈> <내생의 봄날> <야경꾼 일지>에도 출연했고, <좋은 친구들>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 영화도 촬영했어요. 주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는데, 화장하면 이미지가 확 달라져 40대 역할을 맡은 적도 있었어요. 카페직원,규수,간호사,승무원 등 역할도 정말 다양하게 맡았어요. 유튜브를 통해 ‘격파녀’로 알려지기도 했어요.
각자 모델로서, 연기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했는데,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연지 모델도 좋았지만, 노래하는 게 정말 좋았어요. 앞서 말했듯 어렸을 때부터 꿈이 가수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음악에 욕심도 커요. 방송에 출연한다면 음악 관련 예능을 하고 싶어요. 얼마 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윤민수 선배님 편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마음껏 노래할 수 있어 좋았어요.
주아 저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음악에도 욕심이 많아요.
연지 주아가 절대음감을 타고 났어요. 그래서 연습할 때면 음정을 정확히 짚어주거나 옆에서 노래하고 있으면 피아노로 쳐주기도 해요. 그만큼 음악에 애정이 많은 듯해요.
세아
톱은 끌로에스트라 포 마이팬츠 by 플랫폼 플레이스, 슈즈는 모노바비
서로의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세아 저희끼리 부르는 별명이 있는데, 맏언니인 소윤씨는 막내 같다고 해서 ‘맏내’라고 하고, 정작 막내인 주아씨는 맏언니 같아서 ‘막언니’라고 해요. 나이가 많다거나 적다고 해서 서로 경계하거나 다그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소윤씨는 영혼이 정말 맑아요.(웃음) 동생들을 살뜰하게 잘 챙겨 많이 의지하는 편이예요. 연지씨는 엉뚱한 매력이 있고. 다 다른 캐릭터인데, 모이면 놀랍도록 잘 맞아요.
연지 주아씨는 처음에는 엄청 수줍어했는데, 2~3일 지나자 본모습을 나타내더라고요. 장난도 많이 치고 살갑게 다가와 고마웠죠. 힘도 장사예요.(웃음)
소윤 맞아요. 주아씨가 눈치도 빠르고 센스가 있어요. 속도 깊고요. 세아씨는 리더답게 정말 잘 이끌어주고요. 회사 분위기가 가족 같아서인지 저희끼리도 서로 애정이 강해요.
각자 하고 싶은 음악도 다를 듯해요.
연지 기회가 된다면 발라드를 하고 싶어요.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나중에 작사도 해보고 싶고요.
소윤 저는 지금처럼 들으면 기분 좋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포켓걸스 만의 색을 가지고 한국뿐 아니라 케이팝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걸그룹으로 정상에 서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주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이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드럼 같은 악기를 연주해왔는데, 그런 실력을 발휘해 저만의 신선한 곡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후회할 때는 없나요?
연지 후회는 없어요. 친구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대학교에 가지 않은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전공도 없었고, 필요성도 못 느꼈기 때문에 대학에 가지 않는 쪽을 선택했거든요. 면접까지 보고 합격했지만 입학해서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안 들더라고요.
주아 친구들과 똑같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는 꼭 학교에 가거든요. 요즘에는 연극영화과?실용음악과 등 예술분야를 전공하고 싶어 입시를 준비중이에요. 친구들보다 제가 한 가지 일을 더 하는 것쯤으로 생각해요.
세아 지금까지는 욕심껏 해왔어요.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물론 앞으로 잘되면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하겠지만, 친구들은 하지 못하는 것을 제가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큰 기쁨이 되는 듯해요.
소윤
원피스는 커스텀멜로우 젠티, 코르셋 벨트는 스타일난다, 슈즈는 모노바비
닮고 싶은 뮤지션, 또는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연지 발라드를 부르는 남성 보컬은 모두 좋아해요. 특히 성시경 선배님, 나윤권 선배님이요.
주아 제가 다니는 동덕여고를 졸업한 선배님 중에 아이유 선배님을 닮고 싶어요. 선생님들께서도 “제2의 아이유가 되기 바란다”고 격려해주시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세아 현재는 중국·말레이시아·일본·튀니지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어요.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글 김은진 기자
진행 이동찬 기자
사진 엄효용(DARI 스튜디오)
헤어 장해인
메이크업 조하리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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