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환상속에서' 불가능은 없다



[낭만팬더] 넬라판타지아


남자친구와 나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야. 친구로 지내던 때를 생각하면 그립기도 한데,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설레는 것 같기도 해. 그런데 사실, 우리가 친구 사이였을 때 나눴던 대화 중에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도 거침없이 주고받는 사이였으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 중에도 그와 섹스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게 있는데…. 바로 ‘섹스 판타지’야.

서로 상대방의 성(性)에 대해 궁금하니 자연스럽게 나온 주제였지. 나는 그때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해보고 싶어”라고 말했었어.

그때는 서로 ‘그렇구나’ 하고 쿨하게 넘겼는데, 요즘 침대 위에서 하는 그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그때 내가 했던 말이 스멀스멀 생각나. 손길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거든.

나의 판타지를 실현(?)해 준다는 그의 마음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자니 너무 무서워.



자신이 포르노 배우가 되는 것을 꺼리지 않고, 근친상간의 관계를 맺는 상황을 거침없이 펼친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몸을 만지는 데 오히려 자극을 느끼기도 하고, 연예인이 상대로 등장하는 것은 예사다.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 즉 ‘상상’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상황이나 방법은 달라도 누구나 성적 판타지를 품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성적 판타지는 다양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바로 ‘쾌감’이다.


하지만 사실 남녀 간의 성적 판타지 경향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성행위’ 자체가 중요한 남자는 절정의 순간을, 여자는 절정의 순간까지 이르는 ‘스토리’에 판타지의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남자에게는 완벽한 그녀의 유혹도, 그녀가 애무로 느끼는 장면도 불필요하다. 남자의 판타지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그녀’와 ‘섹스 중’이라는 사실. 즉, 터질 듯한 가슴과 엉덩이로 야릇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시각적 자극을 받아야 판타지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상상’을 위해 눈으로 볼 수 있는 포르노 영상이나 사진을 필수 아이템으로 두고 애용한다.


반면 여자는 영상보다 소설을 애용한다. 분위기나 정서적 측면을 중시하는 여자는 사랑에 빠지기까지, 옷을 벗기기까지의 장면에 큰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 멤버들로만 구성된 아이돌을 주제로 ‘로맨스 소설’을 거침없이 써내려가기도 하고, 또 그런 소설이 큰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뤄져서는 안 될 사랑이 이뤄지는 ‘스토리’에 자극을 받는 것이다.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전 세계 여성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소설은 주인공 ‘존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위험하고 도발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여성의 시선으로 소설이 전개된다는 점도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끌기에 한 몫 했겠지만, 섹스까지 이어지는 둘의 대화와 애무 과정이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랫배의 근육을 긴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여성의 판타지에서 ‘강제적 섹스’가 종종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도 평범한 둘의 사랑이야기였다면 인기가 덜 했을지도 모른다. ‘역사상 가장 짜릿한 소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의 표현을 ‘BDSM(Bondage·Discipline· Sadism·Masochism, 결박·체벌·가학피학적성애)’으로 하고 있는 덕분일 것이다.


미국의 건강정보 사이트 ‘애브리데이헬스’가 선정한 ‘여성의 성적 환상 TOP 10’에서도 여성의 성적 판타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1위가 ‘지배당하고 거칠게 다뤄지는 것’, 2위가 ‘다른 사람 앞에서 강제적으로 하는 섹스’였으니.


잠깐, 이런 결과를 보고 ‘여자는 강간당하고 싶어한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이다. 상상 속의 강간은 언제든 자신이 그만두면 되기에 마음껏 상상할 뿐이다.


단언컨대, 현실에서 겪고 싶어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단지, 한 번쯤은 강하게 자신을 리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지.







[낭만팬더] 넬라판타지아
낭만팬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는 야담부터 나눈다는 성진보주의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은밀한 고민을 의심 없이 털어놓아도 좋을 상대다. 단언컨대 공감능력 갑(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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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