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우아한형제들'


“경희야, 너는 먹을 때가 제일 예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등 주옥같은 명 카피를 날리며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로 거듭난 ‘우아한형제들’. 그들의 마케팅 비법을 배우기 위해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기자단이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방문했다. 마케팅,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죠?



[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39;우아한형제들&#39;

함께한 대학생기자 (왼쪽부터)

박소현(연세대 언론홍보영상 2) 김진현(고려대 세종 국어국문 4) 최우혜(서울시립대 경영 4)


‘우아한형제들’은 SBS <힐링캠프>에도 출연해 화제가 된 김봉진 대표를 필두로 각 분야 능력자들이 모여 만든 어플리케이션 개발 전문업체다. 대표적 서비스로는 배달 앱부문 1위인 ‘배달의민족’을 꼽을 수 있다.


‘배달의민족’이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질 좋은 서비스로 고객만족을 실천하기 때문. 그리고 그 서비스를 널리 알린 마케팅 덕분 아닐까?


롯데월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혀 일할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우아한형제들’의 회의실에서 막 조깅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패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장인성 마케팅 이사와 마주앉았다.


회사 분위기가 자유로운 듯해요. 이사님 패션만 봐도 알 수 있겠는걸요. 최근에는 4.5일 근무제도 도입했다고 들었어요.

패션에는 큰 제약이 없어요. 너무 심하다 싶은 복장만 아니면 돼요. 최근 회사에서 4.5일근무제를 도입했는데, 직원의 한 명으로서 굉장히 행복해요. 월요일 오전까지 쉬고 오후에 출근하거든요. 저는 얼마 전 금요일 퇴근 후 제주도에 가서 월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어요. 휴가를 내지 않아도 3박4일 제주도여행이 가능하죠. 다른 직원들은 월요일 오전에 자녀들 등교를 도와주기도 하고요. 다들 만족도가 크죠.

사내 홈페이지에 ‘버킷리스트’가 있더라고요. 2014년 12월 31일을 목표로 한 것들인데, 지금은 얼마나 달성됐나요?

31개 중 16개 달성이요. 2년6개월 전에 만들었는데, 그때는 굉장히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꿈같죠. 그 중 하나가 ‘사무실이 한적한 공원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는데,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으로 이사도 했고요.


[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39;우아한형제들&#39;












우아한형제들

장인성 이사



1999년~2006년

메타브랜딩



‘우아한형제들’의 성공에는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의 경우 마케팅 전략을 잘 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마케팅 핵심전략은 무엇인가요?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인 듯해요. 고객을 생각하는 것이죠. 우리는 배달 앱을 만드는 곳인만큼 배달 앱을 사용하는 사람을 잘 정해야 해요. 배달음식은 누구나 먹지만, 주문은 대부분 막내들이 하잖아요? 부장님은 ‘누구야, 뭐 주문해라’ 하고 시키기만 하니까요. 회사의 막내, 대학생들이 대부분 주문하는 역할을 맡죠. 그럼 그 친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죠. 그래서 ‘배달의민족’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태도, 말투 등은 모두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맞췄어요. 때문에 다른 커머스 브랜드와 조금 다른 느낌을 받죠. 저희는 타깃을 뾰족하게 선정해 오직 그쪽만 공략하죠. 그게 ‘우아한형제들’의 핵심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대표적 마케팅 성공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옥외광고로 유명한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가 아닐까요? 매월 잡지 하나씩 선정해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어요. <국회보>에는 ‘잘 먹고 잘살자’, 웨딩잡지에는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이런 식이죠.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는 <여성중앙>이라는 여성잡지에 실었던 광고예요. 옥외광고에 그걸 넣었는데, 사람들이 그걸 찍어 SNS에 올리고, 심지어 친구들을 소환하기도 하고요. 심지어 ‘경희야’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편집해 올리는 분들도 있었죠. 그걸 보면서 본인의 이름을 넣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했고, 100명의 이름을 넣어 버스 광고에 실었죠. 또 그중 어떤 분이 ‘내 이름은 없다’고 메일이 와서 고민 끝에 프린터기를 구매해 본인의 이름이 들어간 포스터를 만들어 발송했어요. 1700명 정도 되죠.



[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39;우아한형제들&#39;

우아한형제들에서 진행했던 잡지 광고


늘 궁금했는데, 광고 속 ‘경희’는 누구인가요?

회사 직원이에요. 개발실의 유능한 수석개발자죠. 이 문구가 나오던 시점에 고민이 많았거든요. <여성중앙>을 보는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제일 좋을까 해서요. 그때 경희 씨가 “나는 신랑이 ‘먹을 때가 제일 예뻐’라고 할 때가 제일 좋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그 문구에 ‘경희’라는 이름이 들어간 거죠. 버스 광고에 넣었던 100명의 이름은 모두 회사 직원들의 이름이고요.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으로 유명하죠. 아이디어를 주로 어디서 얻는지 궁금해요.

관찰을 많이 해요. 주변인뿐 아니라 SNS, 카페, 블로그 등 모두요. 고객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관찰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어떻게 그 사람들과 재밌게 놀아줄지 답이 나오죠. 그래서 직원들도 소셜, 페이스북 활용을 잘하는 분들로 구성돼 있어요. 그런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나오죠. ‘언제까지 아이디어 10개씩 가져와라’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농담처럼 주고받는 말들이 뭉쳐져 굴러가다 빵 터지는 하나의 작품이 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하나의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 시작점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이거 누구 아이디어지?’ 하면 다들 모른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39;우아한형제들&#39;


[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39;우아한형제들&#39;

사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깨알 '드립'


스토어 이벤트, 판촉물, 고객 공감 프로모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더군요. 이것도 마케팅 전략의 하나일 텐데,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되나요?

앱에서 하고 있는 ‘스토어 이벤트’가 있어요. 보통은 고객에게 선물을 줄 때 ‘아이패드’나 여행상품권을 상품으로 많이 내걸죠. 그런 상품이 좀 있어 보이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돈도 없기도 하고, 사람들이 그걸 정말 좋아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우아한형제들’답게 재미있고 재치 있는 것을 주기로 했죠. 예를 들어 소녀시대 멤버를 모두 모은 ‘비타500’ 세트나 자취생을 위한 양 말 30켤레 같은 것이요. 아무도 양말을 30켤레나 사본 적은 없을 걸요? 하지만 받으면 얼마나 좋아요. 빨래를 한 달에 한 번만 해도 되는 그 안도감!(웃음)이런 작은 이벤트에서부터 우리 브랜드의 성격이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사실 브랜딩이라는 것이 작은 회사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부분이거든요. 큰 회사에서 ‘우리의 미래는 어디입니까’ 이러면서 큰 돈 들여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우리는 매월 50만 원을 들여 브랜딩을 하는 셈이죠. 좀 찌질한 듯하기도 하고, 웃긴 듯한 느낌을 주면서 ‘왠지 우리 또래일 것 같아’하고 고객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39;우아한형제들&#39;

우아한형제들 특유의 폰트로 만든 포스터


‘우아한형제들’ 하면 떠오르는 글자체도 하나의 브랜딩인 것 같아요.

폰트 역시 우리의 브랜딩 콘셉트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죠. 글자가 많이 나오는 서비스에서는 글자체 자체가 브랜딩이 될 수 있거든요. ‘우아한형제들’다운 글자체가 필요해 회사 디자이너가 직접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나온 폰트와 완전 다른 방식이죠. 자간도 장평도 모두 다른, 우리만의 방식으로 만든 폰트예요. 이걸 사람들에게 알리려다보니 듣보잡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포스터였던 거죠. 포스터에 폰트 넣어 만들어 나눠주고, 부채도 만들고, 카드케이스도 만들어 뿌렸어요. 그러다 보니 사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겨나 판매도 했고, 이것이 이슈가 돼서 ‘2013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아이덴티티 부문을 수상했어요. ‘BI를 넣지 않아도 너희 회사인지 다 알겠다’ 뭐 이런 의미죠.(웃음)


TV광고와 옥외광고 모두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중 효과가 더 컸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광고인가요?

많은 분들이 TV광고를 말씀하세요. 하지만 대학생들은 TV를 잘 안보잖아요? 대학생에게 우리를 알려야 하는데 TV로는 턱도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학생들이 볼 만한 매체에 광고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학생들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하철, 버스에 광고했죠. 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문구를 써서요. 마음속에는 담아두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 댓글에나 달릴 법한 말을 쓰는 거죠. 그런 이야기가 광고판에 걸리는 쾌감을 노리기도 했고요. 실제로 광고 이후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대부분 옥외광고를 말씀하더라고요.



[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39;우아한형제들&#39;

깔끔하게 정리된 사무실 모습


맞아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광고는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배달의 민족’ 광고는 재미있게 읽는다는 경우가 많더군요.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듣고 싶지 않은데 계속 밀어내는 광고는 잔소리 같다고 봐요. 그렇다고 모든 광고를 스킵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반면 어떤 것들은 SNS를 통해 함께 공유하고 일부러 찾아보기도 하죠. 대학생들의 눈길을 끌려면 그렇게 서로 돌려볼 수 있는 콘텐츠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희는 옥외광고를 만들 때, ‘사진이 찍힐 만한가’를 생각해요.(웃음) 문구 자체도 빵 터지고 공감할 만한 내용이어야 하고, 글자도 사진에서 잘 보이도록 큼지막하게 넣죠. 부정적 메시지는 함께 공유하면 부정적 에너지가 묻어난다고 생각해 긍정적 내용만 담고요.


류승룡 씨를 광고 모델로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후보로 오른 모델이 몇 명 있었어요. 예쁘고 잘생긴 분들도 있었죠. ‘우리한테 누가 가장 잘 어울릴까’ 고민했는데, 브랜드의 성격상 ‘키치’ ‘패러디’ ‘유머’ 이런 면에서 류승룡 씨가 잘 어울릴 듯싶었어요. 함께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저희와 딱 맞는 캐릭터여서 광고도 잘 나오고 배우도 잘된 듯해요. ‘우아한형제들’과 궁합이 잘 맞아요. 서로 사랑하는 관계죠.(웃음) 촬영장에 나오면 굉장히 잘해주시고, 광고와 관련해 직접 회의에도 참여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시죠.



[직무 완전 분석-마케팅] 병맛코드 마케팅의 일인자 &#39;우아한형제들&#39;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인성 이사와 대학생 기자들


마케팅 직무에서 일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요?

함께 잘하는 능력인 듯해요. 마케팅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디자인도, 개발자도, 협력사도 필요하죠. 마케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일이잖아요. 논리가 아니라 공감이죠. 당장 내 주변인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고객의 공감도 얻을 수 없어요. 함께 멋진 일을 만들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감의 센스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듯해요.


마케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려요.

후배 직원들에게도 하는 말인데, 좋은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마케팅이라는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만들고 설득하는 것인데, 좋은 경험이 없다면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모르거든요. 멋진 카피를 만들어도 리액션을 검토하는 것이 잘 안 되죠. 실제로 고객이 되어 좋은 서비스를 받아보고 경험을 많이 해보면 어떤 게 좋고 나쁘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죠. ‘버스를 기다릴 때 지루하지 말라고 이런 서비스를 해주니 정말 좋네’ ‘이 서비스는 이용해보니 이런 배려가 참 좋네’ 하는 것들이요. 그럼 일을 할 때 어떤 반응과 공감이 돌아오는지 상상하면서 할 수 있거든요. 때문에 여행도 많이 다니고, 축제도 가보고, 좋은 서비스도 이용해보고 물건도 구매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