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의 눈물 “CJ 채용설명회 표 구합니다”

CJ그룹 채용시사회 안내 포스터. CJ그룹 채용사이트 캡쳐



‘표 양도해 주실 분 없나요? 제가 밥 사겠습니다.’ ‘표 남는 분 저좀 데려가주세요.’


유명 가수의 콘서트 티켓 문의가 아니다. CJ그룹의 채용설명회 티켓을 구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대화다.


최근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CJ 채용설명회 티켓을 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CJ는 올해 ‘CJ그룹 채용시사회’라는 이름의 채용설명회를 계획하고 3월 16일 CJ CGV 신촌아트레온과 CGV서면을 시작으로 20일까지 5일간 전국의 CGV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난 9일부터 열린 이벤트 페이지에서 시사회 무료 쿠폰을 예매해야 했는데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구직자들이 취소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번 신청에 동반 1인의 형식으로 두 장의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만큼 ‘남는 자리가 있으면 데려가 달라’는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10일에도 서울 이화여대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었는데 사전에 준비했던 의자 420석이 시작과 동시에 가득 차는 바람에 백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선 채로 설명을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들은 ‘인문계의 취업난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대기업 신입 채용이 갈수록 이공계 직무에 집중되다 보니 비이공계열을 채용하는 곳의 경쟁률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J 외에도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의 비중이 높은 곳 역시 인문계 지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아직 두 곳 모두 공채 소식이 없는 상태다. 롯데는 다음달 중순께 채용공고를 오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 은행들도 신입 행원 채용에 전공 제약을 두지 않고 있지만 상반기 채용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IBK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채용소식이 없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에만 한 차례 신입행원을 모집하고 외환은행과의 통합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상반기 채용을 건너뛴 데 이어 올해도 아직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CJ 채용설명회에서 만난 김민영 씨(경영학과?24)는 “작년에 한 차례 취업에 실패한 뒤 이번 상반기 공채만 기다렸는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이공계열 채용만 있어 쓸 곳이 없더라”며 “인문·상경계열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