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한동안 정규직 채용 대신 즐겨 활용했던 인턴의 자리를 최근 산학장학생이 대체하고 있다.


산학장학생은 기업이 특정 전공을 수료한 석?박사급 인재의 학업을 지원해 채용하는 제도다. 입사와 동시에 바로 ‘쓸’ 수 있는 데다 R&D분야 채용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인재 선점으로 경기 불황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젠 인턴도 아닌 ‘산학장학생’ 채용… 학부생 구직자는 어디로?



현대차그룹?LG하우시스?롯데케미칼 등 장학생 채용


3월에 들어서자마자 현대차그룹 8개 계열사가 산학장학생을 채용 소식을 들고 나왔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파워텍, 현대제철, 현대오트론, 현대건설 등 현대차그룹의 8개 계열사가 연구장학생 채용을 통해 석?박사 및 3학년 학사를 선발한다.


LG하우시스는 올 상반기 신입 공채 대신 석?박사 산학장학생만 채용한다. 롯데케미칼은 4월 중순 열리는 그룹 통합 신입채용에 앞서 지난 2일부터 석?박사 산학장학생 채용 지원서 접수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도 신입 채용 대신 석?박사를 대상으로 산학장학생을 선발한다. 2일부터 20일까지 장학생 채용 서류를 접수 받는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인턴을 채용한 바 있다. 포스코도 5월부터 산학장학생 채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학비 지원 외에 입사 혜택까지


이들 장학생은 등록금 지원과 함께 경우에 따라 생활보조금을 추가로 받는다. 현대차는 노트북과 함께 학부 3~4학년에게는 월 평균 75만원, 석사 1~2년차 145만원, 박사 3~5년차에게는 17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LG하우시스도 석사과정에게는 학기마다 1000만원씩, 박사과정에게는 매월 200만원의 학비보조금을 제공한다.


롯데케미칼은 석사과정에게는 월 10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며 박사과정에게는 월 150만원과 함께 학비 전액, 1회의 논문연구비 50만원을 지급한다.


무엇보다 졸업과 동시에 해당 기업에 바로 입사가 가능해 인기가 높다. 특히 석?박사의 경우 경력을 인정받는 데다 전공에 특화된 직무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학부생 구직자는 어디로?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사 출신 구직자의 취업문이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산학장학생의 경우 지원 대상이 한정적이다 보니 캠퍼스 리크루팅이 열리는 강의실 규모도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학교 내 대형 강의실 대관율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학원의 지하 대강당 행사가 하루에도 몇 건씩 이어졌지만 올해는 많아야 2개에 아예 열리지 않는 날도 많다. 대신 상담부스가 설치된 학생회관이나 공학원 세미나실, 전공 수업이 열리는 제1, 2공학관 등 소규모 강의실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연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찬영 씨는 “몇 달 동안 상반기 공채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을 제외하고는 많은 기업이 아예 뽑지 않거나 석?박사 대상 R&D 장학생만 뽑더라”며 “작년보다 채용행사에 방문할 수 있는 기업이 줄었다는 점에서 취업난을 실감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