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국내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 교육과정을 갖춘 대학원대학교를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굴지의 IT 기업이 특수한 학교를 세운다는 것도 화제가 됐지만, 세간에서는 ‘대학원대학교’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대학원인지 대학교인지, 그 이름부터 헷갈리는 대학원대학교에 대해 알아본다.



[스페셜 - 대학원대학교 바로 알기] 대학원대학교, 맞춤형 교육으로  취업·학업 진로 개척


전문분야에 특화한 학교

대학원대학교는 특수한 목적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30조에 의거해 학부 과정 없이 대학원(석·박사) 과정만 있는 대학이다. 대학원이지만 관련법에 따라 ‘대학원대학교’로 규정된 셈이다. 대학정보공시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대학원대학교는 46곳(본교 기준)이다.


대학원대학교의 주를 이루는 것은 기독교·불교·원불교 등 신학대학이다. 46곳 중 25곳이 종교 교리와 선교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대학원이다. 이 외의 대학원대학교들은 국제학·북한학·상담심리학·원자력·암 등 특정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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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석사·박사·석박사 통합 과정 등 세 가지의 학위 과정으로 운영되며 여느 대학원과 마찬가지로 4학기제다. 졸업은 졸업논문 제출과 논문대체학점 이수 등을 거쳐 하게 된다.



이론보다 실무에 초점

대학원대학교가 일반 종합대 대학원과 다른 점은 이론보다 실무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설립 목적이 ‘특정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용문상담심리학대학원대학교의 경우 기본적인 심리학 이론은 물론이고, 아동·노인·부부·가족 등 상담이 필요한 부류를 세분화하고 놀이·위기관리·자살 등 실제적 접근법으로 상담학과 심리학을 체득하게 한다.


현장에 가장 가까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대학원대학교의 특징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사회문화언론을 전공하는 이희은 씨는 “책이나 방송을 통해 단순하고 수동적으로 북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었다면 대학원대학교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은행·공공기관·탈북자 등 다양한 인사들로부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 사례분석을 하는 것은 일반 종합대 대학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라며 차별화된 교육과정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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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뚜렷한 학생들과 전공에 최적화된 교수진의 결합에서 나오는 높은 시너지도 대학원대학교와 일반 대학원의 다른 점이다. 수십 개의 전공이 있는 종합대의 대학원은 입학경쟁률에 따른 편차, 정부지원사업 분배, 학과별 지원규모 등의 차이로 인해 교육과정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 대학원에서도 소위 ‘돈 되는 학과’만 잘 된다는 말이다. 재학생들도 취업을 잠시 연기하거나 학위 따는 데에만 목적을 둔 사람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학원대학교는 적게는 1개, 많게는 4~5개의 전공만 두고 있기에 학교차원에서 전공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다. 또 ‘이 공부만 하기 위해 입학했다’는 학생과 ‘이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교수진이 있어 학업집중도가 높다.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한영통번역학과에 재학 중인 이상훈 씨는 “여느 대학원과 달리 모든 프로그램이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짜여 있어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고, 그럴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웬만한 실력의 교수는 학생들의 기대를 채울 수 없어 학교도 최고의 교수진을 내세우려고 노력한다.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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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으로 취업·창업 도전

“어렴풋이 문화에 대한 관심만 갖고 있던 제게 대학원대학교는 그 관심을 구체적인 미래로 그릴 수 있게 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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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학과에서 공부하는 L씨는 자신의 진로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먼저 말을 꺼냈다. 막연하게 대중문화·교육 등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학했지만 입학 후 여러 분야의 현직자,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과 교류하며 꿈이 구체화되었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출판사·언론사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을 자주 만나며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해졌다. 미술관 큐레이터처럼 신문이나 방송 등의 미디어를 통해 대중문화의 겉과 속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문화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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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반 대학원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원대학교 졸업생들도 정해진 진로는 없다. 하지만 학교 자체가 특성화·전문화되어 있다 보니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그에 맞는 꿈이 있는 편이다. 다시 말해, 일단 입학한 다음 진로를 탐색하기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맞춤형 진학을 하는 곳이 바로 대학원대학교인 것이다.


이상훈(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씨는 “현존하는 통번역대학원 중 유일하게 통역과 번역, 그리고 동시통역까지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모든 학생에게 제공하는 곳이어서 입학했다. 이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역사가 되고 싶은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며 자신의 긍정적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도서관에서 자율적인 스터디 모임을 갖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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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정보관리학과를 졸업하고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데이터 관리기업을 설립한 K씨는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추게 해준 점을 대학원대학교의 장점으로 꼽았다. “요즘은 진로를 정할 때 관심과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성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대학원대학교에서 정보관리에 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결국 그 때문에 지금 내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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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미래, 학교 특성에 대한 분석 필요해

대학원대학교는 대체로 학업과 취업, 창업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원자 자신의 명확한 판단이 없다면 백약이 무효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교학지원실 최민호 씨는 “‘북한학’이라는 것을 공부하겠다는 것 자체가 남다른 선택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꿈을 확실히 정하지 않았더라도 재학 중 현직자들과 교류하며 학업에 대한 흥미를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취업의 길이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막연하게 대학원대학교에 진학했다가는 후회할 수도 있다. 하고자 하는 공부가 뚜렷하지 않다면 학업과 취업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다 허송세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향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주관을 세우고 진학하라는 것이다.


한 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기독교 선교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P씨는 “학부 때 전공인 마케팅을 살려 선교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진학했다. 그런데 다른 분야와 접목보다 교리에 충실한 저인망식 선교활동에 치우친 교육과정 때문에 적잖이 갈등하고 있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배우는 것도 많지만, 개인적 연구 방향이 철저히 무시되는 경향도 있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곳이 대학원대학교지만,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지원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terview 윤해수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총장

“학교별 특성에 맞는 준비를 미리 해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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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의 차별점은?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는 통번역사를 양성하는 전문대학원이다. 동시통역사의 정식 명칭은 국제회의통역사로 국제회의통역학 석사 학위를 지닌 통역사를 의미한다. 서울외대는 학업계획서와 면접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여느 대학원과는 달리 1·2차 필기 및 구술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또한 졸업 최소 이수학점이 49학점으로 다른 대학원에 비해 많은 편이다.


어떤 학생들이 주로 입학하나?

학업량이 비교적 많고 스터디 등을 통한 실력 향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 직장생활과 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간 풀타임으로 수업이 진행돼 주로 전업 학생이 대부분이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일을 그만 두거나 휴직을 하고 학업에 전념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몇 년간 근무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통번역사가 되려고 오는 학생들도 많다.


학생들이 대학원대학교에 가장 만족하는 점은 무엇인가?

높은 취업률이다. 전문적이고 실리적인 교육을 통해 재학 중에도 통번역 현장에서 실습을 할 수 있고 졸업생 대부분이 정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 인하우스 통번역사 또는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통번역 활동, 취업 현황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

졸업생 대부분이 통번역사로 활동하게 된다. 본인 성향 등에 따라 인하우스 또는 프리랜서로 나뉘겠지만, 거의 모든 졸업생들이 전공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무역·유통·금융 등의 회사에 입사해 전 방위적 활동을 하기도 한다.


대학원대학교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대학원대학교는 특정 분야에 특성화된 학교다. 따라서 각 학교마다 입시전형이 다르기 마련인데,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입시 전략이 필요하다. 또 본인이 해당 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하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서울외대의 경우 입학 경쟁률이 매우 높다. 입학을 하기 위해서 미리 학원에서 입시 준비를 해서 오는 학생들도 많다. 통번역은 다른 학문보다 더 현장감 있는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이나 요행으로 버틸 수 있는 학문이 아니고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도 실력이고 마지막도 실력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스페셜 - 대학원대학교 바로 알기] 대학원대학교, 맞춤형 교육으로  취업·학업 진로 개척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북한대학원대학교·한국경제 DB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