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토론,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곳
“훕스라이프아카데미를 알고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HUFS Life Academy 운영위원회의 모습 (좌측부터 오영민, 가정준, 양현정, 김수완)
HUFS Life Academy 운영위원회의 모습 (좌측부터 오영민, 가정준, 양현정, 김수완)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전누리 대학생 기자] ‘나’를 깨우고 세상을 배우는 열여덟 번의 아주 특별한 금요일이 시작됐다. 훕스라이프아카데미(이하 훕라)는 ㈜동원그룹 동원육영재단의 후원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HUFS Life Academy 사업단이 주관 및 운영하는 전인교육프로그램이다.

훕라는 201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4년째 진행되는 행사다. 동원육영재단은 독서와 토론, 문화체험, 초청인사의 특강, 사회봉사 등을 통해 인성과 감성, 지성과 공감능력을 겸비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현재 전국에 13개의 라이프아카데미가 개설돼있다.

라이프아카데미의 핵심은 동원그룹 김재철 이사장의 ‘자양정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회에 지식 수준이 높은 인재들은 많다. 하지만 그동안의 교육 방식이 지식의 암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성교육에는 소홀했다. 김재철 이사장은 미래를 열어갈 청년들의 지식과 인성이 균형을 이뤄야 함을 강조한다. 라이프아카데미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배려심과 이타심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고자 한다.

이번 훕라 4기생들은 두 가지 모듈의 교육과정을 동시에 이수해야 한다. 하나는 HUFS LAP (Life academy Advanced Program)으로, 금요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총 18회 진행되는 전인교육 과정이다. 세부 교육프로그램에서 수림문화재단, 밀리의 서재, 와디즈와 협업도 진행된다.

다른 하나는 수요일에 개설된 교양교과목 TRTL(Today’s Reader, Tomorrow’s Leader)이다. 한 학기 동안 12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독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pass-fail 평가방식의 2학점 교양수업이다. 8월에 두 가지의 교육과정이 모두 끝나면 수료생들은 자발적으로 리딩클럽에 참여할 수 있다. 훕라 동문들끼리 모여 심화된 독서토론을 진행하는 모임이다.
배움을 향한 열정, 소통을 향한 의지가 가득한 공간 훕스라이프아카데미
2월 19일 HUFS LAP 첫 번째 금요일 – 메모: 기록이 변화시키는 삶
동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포근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4기 훕랑(훕라생들을 지칭하는 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시간 간격을 두고 5명씩 순차적으로 입장이 진행됐고,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이 이뤄졌다. 모든 이들에게 투명한 마스크가 제공됐다.

오영민 담임선생님 (HUFS 라이프 아카데미 책임연구원)의 진행으로 운영위원회의 환영사와 함께 그들의 첫 번째 금요일이 시작됐다. 김수완 운영위원(한국외대 융합인재대학 교수)은 “초심보다는 항상심이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4기생들을 격려했고, 양현정 운영위원(한국외대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수)은 “여러분이 자신에게 맞는 책이 무엇인지 알고 졸업하면 좋겠다. 내가 무엇에 열광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을 알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날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가정준 위원장(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독서에는 고난이 따른다. 일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한데 서로가 친한 친구가 돼 독서를 장려해주면 좋다. 그래서 이런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4기 훕랑들의 52초 릴레이 발표 ‘그래서 나는 훕랑이 되었다’가 이어졌다. 모이기 전날 자정까지 훕라 웹아카이브에 각자가 올린 ‘나는 나의 삶이 ( )이길 바란다’는 글을 바탕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혼자 글을 쓰다 보면 슬퍼지는데, 여러분과 함께 소통하며 더 이상 슬프지 않고 싶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여기에 왔다' 등 52명의 52초에는 각자의 진솔한 마음과 열정이 가득 담겼다.

다음으로는 CBS PD이자 작가인 정혜윤 씨의 강연 ‘메모, 기록이 변화시키는 삶’이 진행됐다. 정혜윤 씨는 “어떻게 살지는 알 수 없지만 쓴 대로 살 수는 있다. 일단 한 번 써보고 그대로 살아보는 것,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훕라 2기를 수료하고, 3기와 4기 TA로 활동 중인 손관주(한국외대 3) 씨는 TA(Technical Assistant)가 된 이유에 대해 “훕라를 통해 본인의 인생이 송두리째 변했다며 시간의 주인이 되어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발표를 경청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발표를 경청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훕라와 4년째 함께하고 있고 훕랑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오영민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훕라의 모집 과정은 어떻게 되나
“우선 지원서를 받는다. 4500자의 에세이 형식이다.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건 삶에 대해 알고자 하는 진지함이다. 무지에 대한 자각이 어느 정도 있는지, 그 무지를 배움으로 어떻게 메우고자 하는지 살펴본다. 지원서를 제출한 모든 학생들과 전화로 면접을 한다.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두 시간까지 통화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단단한 친구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찾고자 한다.”

지난 기수들과 함께 훕라도 성장했을 것 같다
“1기생들 대상으로는 협업과 프로젝트를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인교육을 표방하면서 너무 기능적으로 협업에만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기생들 대상으로는 문화체험을 많이 실시했다. 그 결과 2기는 1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대관계가 깊었다. 3기는 1기와 2기의 하이브리드 버전이었다.”

이번 4기와는 어떤 프로그램을 목표로 하나
“이번 4기에서는 ‘나’에 많이 집중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학생들에게 불안과 고독감이라는 요소가 크다는 걸 알았다. ‘나’를 잃어버린 채 시대를 표류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각자의 ‘나’가 좀 더 단단해지고, 능동적이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세부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훕랑독, 습관 프로젝트 我묻따 시트, 주간 OOO도 이런 취지의 일환이다.”

훕라가 학생들에게 어떤 존재였으면 하는가
“삶은 어쩌면 고통인데 그 고통 속에서도 굉장히 아름답고, 행복한 지점들은 존재한다. 훕라가 그런 지점이었으면 한다. 삶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는 자신의 호흡과, 자신의 속도를 믿는 게 중요하다. 책, 청자인 친구, 삶을 앞서 산 사람의 노하우, 재정적인 지원 – 이 모든 게 모여서 만들어진 공간이 훕라라고 생각한다. 훕라는 학생들의 숨구멍, 쉼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훕라가 지향하는 목표를 소개한다면
“훕라를 수료한다고 해서 삶에 극적인 변화나 성장이 일어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수의 훕랑들이 성숙해지는 건 사실이다. 집단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훕라는 성숙의 두 가지 도구를 제시한다 – 독서, 그리고 독서가 낳는 ‘나’의 진솔한 이야기. 학생들이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찾아주는 한 훕라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 생각한다. 배움의 장이라는 대학의 본질 중에서 오염된 부분을 정화하고 상쇄하는 작용을 훕라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