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웅의 스펙 뛰어넘기

신입사원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를 하면 회사는 여러 부분에서 피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는 어떤 사람을 채용하고 싶을까. 아무리 스펙이 높고 능력이 탁월한 직원이라도 몇 개월 뒤 퇴사해버린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막심한 손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사원 채용에서 스펙보다도 우선시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근속 가능성’이다. 오래 근무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직원이 회사 입장에서는 귀중한 인재인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그렇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국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 중 입사 후 1년 안에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응답한 곳이 70%였다. 기간별로는 3개월 내 퇴사가 45.2%로 가장 많았다. 퇴사자 중 절반가량이 수습과정을 끝내기도 전에 나간 셈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율이 높기 때문에 채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취업과 관련한 문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직원이 입사 후 얼마 안 돼 퇴사하는 것 때문에 회사가 피해를 보는 현실에 대해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다. 실제로 신입사원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를 하면 회사는 여러 부분에서 피해를 보게 된다.

우선 다른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기회의 손실이 발생한다. 한 번 채용으로 끝날 일을 두세 번 진행해야 하고, 지원자 입장에서도 취직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기업 측에서 조기 퇴사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채용해버리는 바람에 본인이 탈락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기존 인력들은 자신의 업무 일부를 나눠주고 본연의 일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에 신입 인력에 대한 기대치와 고마움을 갖게 된다. 그런데 신입사원이 조기 퇴사를 하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분담했던 업무를 다시 맡아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조직의 활력도 떨어지며 업무 의욕이 저하되기 쉽다.

또한 신입사원이 본인이 받는 급여보다 많은 성과, 소위 ‘밥값’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은 그때까지 계속 투자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입 인력이 조기 퇴사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셈이다.
기업은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처럼 손해가 크기 때문에 기업은 채용을 진행할 때 입사 지원자의 객관적인 스펙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오랜 기간 함께 일할 수 있는 덕목을 갖췄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오래 같이 일할 사람임을 어떤 점을 보고 판단할까.

이력서상에 짧은 근속기간의 이직 경력이 많은 사람은 입사 후 힘든 일이 있을 때 견디지 못하고 쉽게 나갈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오래 있으면서 자기 역할과 영역을 서서히 키우고 사람을 관리할 줄 아는 직원으로 성장해주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회사에 몇 년 이상 일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경력이 있어도 조직의 리더로서 육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적응을 못하고 그만두기 쉽다.

연봉이나 근무 조건에 대해 예민하게 따지거나 요구사항이 많은 지원자 역시 인사담당자들의 기피 대상이다. 가령 연봉을 얼마 더 올려줄 순 없는지, 교통비 지원은 안 되는지, 집이 머니 출근 시간을 좀 늦춰줄 순 없는지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에도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있을 경우 쉽게 퇴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

또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우선 합격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근무 조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입사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역시 본인이 생각했던 직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기 퇴사할 가능성이 높다. 집과 회사의 거리가 너무 먼 지원자도 ‘오래 다닐 수 있겠는가’라는 평가 기준으로 봤을 때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일하기도 쉽지 않은데 출퇴근길까지 힘들면 현실적으로 오래 다니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처럼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조기 퇴직자가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오래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기업의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고 본인이 입사 지원하는 기업에 몇 년 이상 일하며 성장할 각오가 충분히 돼 있는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며 직장 생활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구직 활동을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기업은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박천웅 스탭스 대표이사

삼성그룹 임원을 역임하고 인재서비스기업 ‘스탭스’ 대표를 맡고 있다.
숙명여대·한국장학재단 취업 멘토, 한국경제신문 필진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