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롭게 하다.’

인턴 생활할 때 휴가를 리프레시(refresh)라고 불렀다. 사람이 일에 치이면 각박해지더라. 가까운 친구에게 만나면 일 얘기밖에 할 줄 모른다고 꾸중을 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고개 들어 하늘 볼 여유도 없이 지낸 것 같다. 스펙이 무어라고.

친구들과 눈물 나게 웃고 떠들어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 휴가가 그래서 필요한가 보다.

리프레시, 마음의 창을 열고 환기하라는 시간일 것이다. 먼지는 아주 작지만 그 작은 먼지가 쌓이면서 마음의 병이 시작되는 것이니까. 그러니 이따금씩 문 열고 머리 좀 식히라는 것.

나는 이번 여름휴가 때 섬에 다녀오기로 했다. 섬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섬- ‘낯섦.’ 매번 나를 낯설게 만드는 섬 종로 인사동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마싣구론(論)] 섬 중에 낯섦, 인사동
인사동은 날마다 새롭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언제나 나를 새롭게 한다. 나는 그때 만나는 내 모습을 좋아한다. 이전에 없던 이색적인 것을 접할 때의 놀라움과 참신함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 느껴지는 새로움과 낯섦에 반응하는 나.

그때 부는 바람이 마음에 쌓인 먼지를 더욱 시원하게 쓸어내린다. 일시적인 감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와서까지 긴 여운을 준다. 그곳 즐비한 전통 찻집에서 마신 차 향기처럼.


인사동이 날마다 새로운 건 때마다 새롭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물건이나 볼거리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낯설게 느껴주는 ‘사람’ 때문.

관광객들의 휘둥그런 눈 때문에 길이 생기를 갖는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그 사람들과 이 길을 걸을 때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는 것들을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감흥이 나까지 낯설게 만든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국스러운 곳일지 모르는 200미터가 채 안 되는 이 짧은 거리의 행렬 속에서 나까지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마싣구론(論)] 섬 중에 낯섦, 인사동
가수 노영심의 노랫말처럼 ‘날마다 나를 새롭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하루하루가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역으로 그대가 일상적인 것들을 다르게 볼 줄 안다면 똑같은 하루, 세상이 달리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인사동 거리처럼 말이다.

일에 치여 여유를 잃고 이번 여름, 휴가 한번 제대로 못 다녀온 사람이 있다면 종로 인사동에 들려봤음 좋겠다. 그곳에서 새로움과 낯섦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기운으로 자극을 받아보기를.

꼭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 아님을 알 수 있기를.

사실 지구가 다 거기서 거기다.
[마싣구론(論)] 섬 중에 낯섦, 인사동
사과나무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84-5 / tel : 02-722-5051 / 11:30~24:00

인사동 여행이 즐거운 것은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비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가 코너를 돌아 색다른 광경을 마주할 때 새롭다. 연인들 데이트하기 좋은 음식점으로 이름나 있는 ‘사과나무’를 찾아가는 길이 그러하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페인트칠을 한 예쁜 집이 나온다. 햇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작은 정원을 바라보며 점심 먹기 좋은 곳이다. 깔끔한 음식에 가격까지 착한 곳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덮밥 & 점심 세트메뉴 5000~7000원 선)
[마싣구론(論)] 섬 중에 낯섦, 인사동
아름다운 차박물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3-1 / tel : 02-735-6678

전통적인 틀에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시켰다. 외관은 한옥의 느낌을 잘 살리고 내부는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며 보다 세련된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천장이 커다란 창으로 덮여 있어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온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도 좋고 갤러리가 있어 전시 중인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더운 날
이 집의 빙수 메뉴들이 인기가 좋다. (녹차빙수 1만5000원, 각종 차 1만 원대)
[마싣구론(論)] 섬 중에 낯섦, 인사동
좋은씨앗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61 / tel : 02-725-4474

인사동에서 여럿이 모이는 약속이 있다면 이곳 ‘좋은씨앗’은 어떨까. 푸짐한 양에 매콤한 찜닭 요리가 맛있는 집이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보통 술안주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맛있는 찜닭 요리와 함께라면 모임의 분위기도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막걸리, 동동주 한잔과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찜닭 2만5000원)
[마싣구론(論)] 섬 중에 낯섦, 인사동
청진식당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93 / tel : 02-732-8038

종로에서 ‘오삼불고기’ 하면 단연코 이 집. 그러나 막상 이 식당에 들어서면 오삼불고기란 메뉴를 찾아볼 수 없다. 오징어볶음과 불고기가 따로 있을 뿐이다. 하나하나 따로 시켜 먹다가 나중에 섞어서 볶아 먹는 것이 이 집의 암묵적인 룰. 섞어 먹을 땐 ‘시너지라는 말이 이 집의 오삼불고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막힌 맛이 난다. 친구들 데려가면 칭찬받는 곳. 특히 밥을 볶아 먹을 때 박수갈채가 나온다. (오징어볶음, 불고기 각 7000원)
[마싣구론(論)] 섬 중에 낯섦, 인사동
김삿갓(김필범)
세상의 모든 경험을 한 입씩 맛보길 원하는 극단적 경험주의자.
맛있는 일상을 블로그로 전하는 남자. 단국대 재학 중.
2010, 2011 NATE(싸이월드) 선정
파워블로거, 2011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KBBA) TOP100 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