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브랜드 vs 국내 브랜드 vs 개인 영업점

커피를 즐기는 대학생 A씨는 요즘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학교 앞과 집 근처 커피전문점을 드나들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끼면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보려고 하는 것. 코를 간지럽히는 커피 향, 단정한 유니폼, 수십 가지 커피 레시피는 모두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의 큰 매력이다. 단 하나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어디에서 알바를 시작할 것인가’.
[비교 체험! 커피전문점 알바]커피 맛부터 대우까지 다 달라!
똑같이 ‘커피’를 만들어 파는 매장이지만 브랜드, 종류 등에 따라 아르바이트 생활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A씨처럼 각양각색 커피전문점의 알바 조건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외국계·국내 커피전문점,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 3명을 통해 알아보는 그들의 ‘근로’ 생활. 비교 체험!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다.


외국계 커피전문점 ‘커피빈’
“칼 같은 업무 매뉴얼 짱이야” Y씨(고려대, 25세)
[비교 체험! 커피전문점 알바]커피 맛부터 대우까지 다 달라!
Y씨는 유명 외국계 커피전문점 ‘커피빈’에서 일하고 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매장의 컴퓨터로 출근 로그인을 하는 것. 그때부터 그는 커피빈의 팀멤버가 된다.

주중 오픈타임을 맡고 있는 그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청소다. 먼지를 쓸고 테이블을 하나하나 닦는 실내 청소, 테라스를 정리하는 야외 청소가 시작이다. 휴지, 빨대, 시럽 등이 비치된 서비스 테이블도 살펴보고 부족한 물품을 미리 채워야 한다. 또 음료를 바로 만들 수 있도록 제조 준비를 하고 당일 배정받는 청소 업무도 해낸다. 여기까지가 기본. 고객을 맞이하는 순간 진짜 업무가 시작된다.

“정직원은 바리스타, 아르바이트생은 팀멤버라고 불러요. 에스프레소 기계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정직원만 사용할 수 있어서 저는 곁에서 보조 역할을 하죠.”

커피빈의 영업 관련 매뉴얼은 엄격하다. 인터뷰 중 한 고객이 커피 맛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자 Y씨는 이내 음료를 폐기처분했다.

“새 베이글도 자르다가 비뚤어지면 그 즉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품질과 위생에 대해서는 철저하죠. 예전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지만 여기처럼 칼 같은 곳은 없었어요.”

근로 관련 계약이나 내용이 확실한 것도 커피빈의 특징이다. 시급은 경력에 상관없이 4580원에 4대 보험 적용 조건이다. 아르바이트생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휴수당(1주 동안 규정된 근무시간을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휴일을 주는 것)을 준다. 한 달간 결근 없이 근무하면 소액이지만 보너스도 지급한다.

“워낙 매뉴얼이 철저해서 서운할 때가 있을 정도랍니다. 팀멤버는 바리스타처럼 커피를 제조할 수 없고, 특별한 복지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런 방식들이 매장과 고용주에 대한 신뢰를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일은 고되지만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알바 생활에 만족합니다.”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세심한 청결 관리 “근무가 즐거워!”N씨(청주대, 21세)
[비교 체험! 커피전문점 알바]커피 맛부터 대우까지 다 달라!
“안녕하세요. 시원한 카페베네입니다!”

매장 문이 열리면 독특한 인사말이 제일 먼저 손님을 반긴다. 외국계 브랜드 속에서 토종 브랜드로 성장한 커피전문점 카페베네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 이런 특별한 인사를 한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안녕하세요. 따뜻한 카페베네입니다!”라고 외치게 되어 있다. 전 매장 공통의 인사 매뉴얼인 셈. 유명 베이커리 가맹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N씨는 위생 상태를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전에 일했던 베이커리는 불결한 환경이어서 근무 의욕이 떨어지곤 했어요. 하지만 카페베네는 재료가 신선하고 근무 환경도 깨끗해요.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은 ‘클린 데이(Clean Day)’로 대청소를 하고, 수시로 손 청결에 신경 쓰도록 돼 있어요. 사소한 지침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직원들도 청결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어서 좋습니다.”

N씨의 신분은 아르바이트생인 ‘스태프’다. 주말 오후 시간대에 일하고 있어 주문을 받고 메뉴를 제조하는 것이 업무의 주 내용. 커피는 정직원인 바리스타가 제조하기 때문에 N씨는 사이드 메뉴와 과일음료, 빙수 등을 책임진다.

“요즘은 음료 제조법이나 와플 주문 받는 법에 조금 익숙해졌어요. 휘핑크림을 음료에 올릴지, 음료는 어떤 컵에 담을지, 와플 토핑은 따로 포장하는지, 베이글을 데울지 말지 등 고객에게 맞춰 질문해야 할 사항이 아주 많아요.”

환경이나 보람 등의 측면에서 만족할 만하지만 임금은 좀 아쉽다는 게 N씨의 전언이다. 카페베네는 가맹점별로 임금 수준이 조금씩 다르다.

“원래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의 90%인 4122원을 받아야 하지만 제가 일하는 가맹점은 시급을 4000원으로 계산하고 있어요. 수습기간이 끝나면 4500원을 받게 돼요. 하지만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매장 오픈이나 마감 시간대에 일하면 임금에 식비를 포함해주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개인 커피전문점 ‘퐁당’
“자유로운 분위기에 일하는 맛이 절로” S씨(서울여대, 21세)
[비교 체험! 커피전문점 알바]커피 맛부터 대우까지 다 달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이래서 힘들다 저래서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할 때마다 ‘너도 개인 매장에서 일해봐’라고 얘기하곤 하죠.”

지난 2월 말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퐁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S씨는 지금 일에 만족하고 있다. 유명 커피전문점 브랜드처럼 4대 보험 적용 등 복지 혜택이 뛰어나거나 임금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다. 그가 받는 시급은 4580원. 그저 자유로운 매장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주말에만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가끔 급한 스케줄이 겹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사장님 재량껏 조정이 가능하죠. 다른 큰 브랜드에선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에요. 매장에서 트는 음악까지도 지시에 따른다고 하더군요.”

유연한 근무 환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카운터의 금고에서 식비를 해결하기도 하고, 가끔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로 간식을 먹기도 한다. 때로는 사장이 도시락을 만들어와 아르바이트생에게 쥐어주기도 한다. S씨에게는 4대 보험보다 이런 게 더 훌륭한 ‘복지’라고.

“주말에는 굉장히 바쁜 매장이에요. 만석일 때는 너무 바빠서 힘들기도 하지만 전 직원이 업무내용 구분 없이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힘이 나요. 일하는 맛이 나요.”

이 매장의 인기 메뉴는 브라우니와 쇼콜라. 물론 직접 정성 들여 만들어낸다. 아르바이트생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덩달아 자부심과 책임감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유명 브랜드의 멋진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음악을 직접 선곡하고 메뉴에 대해 사장님과 함께 고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아요. ‘진짜 바리스타’에 가까워지는 기분이에요.”




글 박혜인 대학생 기자(충북대 철학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