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속풀이
모두가 여름을 즐길 생각에 들떠 있는 지금, 뜨거운 태양을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더위에 고생할 ‘군화’들을 걱정하는 ‘고무신’들 되겠다.묵묵히 기다리며 매일 참을 인(忍)을 새기는 그녀들. 그 속마음은 어떨까. 같은 처지(?)의 고무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속 털어놓을 곳이 없는 이들이기에 마치 봇물 터지듯 수다 한마당이 벌어졌다. 군대 갈 남친들아, 군대 가 있는 남친들아, 우린 이렇게 산다! 흑…
![남친 군대 보낸 속사정? 그래, 우린 이렇게 버티고 있다규!](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77439.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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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재학 중. 4개월차 육군 특전사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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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 재학 중. 6개월차 의경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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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 비블리컬대(Philadelphia Biblical University) 재학 중. 육군 부사관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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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재학 중. 1년차 공군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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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 :일반 군인이 아닌 부사관으로 간 거라서 비교적 연락이 쉬워. 일반 사병이라면 시차 때문에 연락하기 쉽지 않았겠지. 시간 상관없이 전화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 새벽에 외롭고 힘들 때, 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군인 남친이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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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휴가 하면 공군을 빼놓을 수 없지. 다른 분야보다 휴가가 많거든. 거의 6주에 한 번꼴로 나오는 것 같아. 면회도 매주 갈 수 있고 전화하기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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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 :육군 특전사에 남친을 보낸 입장에선 부럽기만 하네. 난 멋진 베레모 자랑이나!
인 내
미선 :의경 고무신은 시위가 있을 때 제일 힘들어. 전경뿐만 아니라 의경들도 진압에 동원되거든. 국가 행사가 있을 때도 휴가나 외출에 제약을 받지. 폭행 문제가 이슈일 때도 마음이 쓰여서 혼났어. 다행히 남친 소대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니 마음을 놓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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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폭격 사고 같은 공군 관련해서 좋지 않은 뉴스가 있으면 걱정이 많이 되지. 복무기간이 긴 것도 슬픈 일이야. (군별 복무기간 - 공군(24개월), 해군(23개월), 육군(21개월), 해병(21개월), 의경(21개월))
은지 :휴가가 짜. 게다가 특전병이라 훈련도 더 빡세다고. 여기 남친들 중에서 가장 고생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부 재 중 전 화
은지 :행여 전화가 올까 24시간 기다리는 모드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잠잘 때도 옆에 두고….
미선 :맞아. 내가 전화를 걸고 싶을 때 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늘 긴장하게 돼. 벨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느낌이 들 정도야. 예전엔 모르는 번호는 수신거부 했는데 요즘은 무조건 다 받아. 스팸 전화에도 남친한테 하듯 ‘여보세용’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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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 :외국에 있다 보니 연락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 그래서 아예 남자친구만 볼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어서 하루 일과랑 하고 싶은 말, 사진 같은 것을 올리고 있어. 노트북 붙잡고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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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늘 보고 싶어. 남친이 주고 간 큰 인형을 끌어안고 그리워하곤 해. 다 큰 여자가 인형 끌어안고 뭐하는 짓이냐고 비웃어도 할 수 없어.
연정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 너무나 보고 싶어. 하지만 그런 티를 내면 남친도 힘들어할 거야. 힘내야지.
은지 :틈틈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는데, 살이 빠진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얼른 만나고 싶고….
영선 :어느 날 밤 룸메가 히스테리를 부리는데 주변에 하소연할 사람 하나 없고,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으면서 남친이 너무나 그립더군. 그래도 걱정시키기 싫어서 일부러 목소리 가다듬고 명랑한 것처럼 통화하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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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성년의 날에 남친이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편지와 자기가 배급받은 비타민C를 잔뜩 모아서 보내줬어. 훈련병 시절이라 제 몸 챙기기도 힘들었을 텐데…. 감동이란 말밖엔.
미선 :부산 출신인 남친이 오로지 나를 위해 서울지역 의경을 자원했어. 근무 강도나 편리함을 따지면 부산에서 복무하는 게 훨씬 편한데도…. 어떻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어?
영선 :날 슬프게 하는 행동을 안 하려고 늘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워. 틈만 나면 연락하고, 국제 편지도 보내주고…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한결같이 기다려주는 게 제일 고맙지. 이러니 내가 군화, 남친이 고무신 같네?
은지 :친구에게 미리 부탁해서 화이트데이에 내가 좋아하는 탄산수를 한 박스 보냈더라. 사실 난 그날이 화이트데이인 줄도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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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의경은 외부 근무가 많아. 그래서 핫팩과 수분크림을 꼭 챙겨주지. 첫 휴가 나왔을 때 찬바람 때문에 피부가 상해서 까칠해진 걸 보고 크게 놀란 경험이 있거든. 남친은 내가 직접 만든 과자를 선물했을 때 훨씬 더 좋아했지만.
연정 :나도 수분크림. 그리고 좀 특이하지만 커피 믹스를 꼭 챙겨줘. 매일 마셔야 하니까.
은지 :수분크림이랑 선크림! 군인들은 정말 얼굴이 잘 타는 것 같아. 운동화도 일주일이면 닳더군.
영선 :화장품은 기본이지. 난 미국에서 과자나 먹을거리를 사서 보내주는데 아주 좋아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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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 :고무신 생활에도 정보가 중요해. 고무신 카페에 가입해서 사전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내 친구 한 명은 훈련병일 때 사탕이랑 과자, 스킨, 로션을 편지 안에 넣었다가 남친만 크게 혼났대. 훈련병 때는 어떤 물품도 반입 금지라는 것을 몰랐던 거지. 입대부터 제대할 때까지 서로를 지키는 군화-고무신 커플을 ‘대한민국 1%’라고 한대. 그만큼 어렵다는 거지.
미선 :내가 할 일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 남친이 그리운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자신만 손해 아니겠어? 남친도 그런 여친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신참 고무신들에게 한 가지 귀띔하자면, 훈련병 때 남자친구가 너무 걱정되고 맛있는 걸 보내고 싶다면 마이쮸나 껌을 밀대로 얇게 밀어서 보내봐. 편지 사이에 넣어도 잘 안 들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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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 :가장 힘든 건 군대에 있는 사람이야. 그런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연락할 때마다 나 너무 힘들다고 투정 부리면 더 힘들 거야. 가능하면 밝은 모습으로, 남자친구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면 군생활도 힘차게 해내지 않을까. 사소하지만 신경 써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고무신 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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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던가. 고무신은 커플이되 커플이 아니고, 솔로이되 솔로가 아니라고. 하지만 오늘 만난 고무신들은 언제나 커플의 자세였다. 나라 지키러 떠난 남친, 그리고 그 곁을 꿋꿋하게 지키는 신(新) 열녀들. 깨지지 말고 서로 꽃신을 신겨주는 그날까지 꿋꿋하라!
글 이나영 대학생 기자(성균관대 경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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