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보다 큰 일터에서 오대양을 활주하는 ‘움직이는 63빌딩’을 만드는 사람들. 세계 최고의 배를 만드는 자부심으로 근무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단이 거제도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140만 평(460만㎡)에 달하는 부지, 세계 최대 규모의 설비에서 만들어지는 선박의 모습은 그 크기에서부터 단숨에 시선을 압도했다.
[기업 탐방] 대우조선해양 "거제 앞 바다에서 세계 정복을 꿈꾸다"
기업 개요
대표이사 : 고재호
설립일 : 1973년
사업 분야 : 조선 사업(LNG선·유조선·컨테이너선·LPG선 등), 해양 플랜트 사업(FPSO·RIG선 등), 특수선 사업(잠수함·구축함 등), 건설 사업 등
연간 생산 능력 : 대형 상선 70여 척, 대형 해양 플랜트 4기, 잠수함 2척, 구축함 3척


기자단을 태운 버스가 경남 거제시 아주동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무렵. 비 소식이 있던 그날 오후의 하늘은 뿌옇게 흐렸지만 푸르게 돋아난 관내 야자수들은 앞 다퉈 여름의 활기를 뽐내고 있었다.

“조선소는 지저분하고 황량할 줄 알았는데…” 분주하게 카메라를 꺼내드는 기자단을 향해 안내를 맡은 대외협력부 김재형 사원이 다가와 첫인사를 건넸다.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죠? 이곳을 찾아온 외국 바이어들도 ‘조선소 공원(Shipyard Park)’이라고 부르며 칭찬을 많이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73년, 옥포조선소가 세워졌다. 대우조선해양의 모체인 ‘대한조선공사’는 당시 옥포조선소에서 선박 수리 사업을 하던 중소기업이었다.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되며 컨테이너선, 광물운반선 등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쌓은 회사는 2000년 10월 ‘대우조선’으로 분사하며 독립기업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2002년부터 대우조선해양(DSME)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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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만을 향해 ‘ㄷ’자 형태로 펼쳐진 조선소는 선체 블록을 만드는 공장 지역과 대규모 블록을 조립해 도장·외장 작업을 하는 도크 시설, 완성된 선박을 시운전하는 해상 구역, 주변의 주거·편의시설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곳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직원 수가 3만여 명, 내부에서 운영되는 식당만 28곳이라고 하니 140만 평(460만㎡)에 달하는 그 어마어마한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서울 여의도보다 더 큰 지역입니다. 이 안에 병원, 우체국, 소방서 등 웬만한 편의시설은 다 갖춰져 있죠.”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고가는 회색 유니폼 차림의 직원들을 바라보던 대학생 기자가 손을 들었다. “왜 다들 자전거를 타고 다니죠?” 주차장마다 늘어선 수백 대의 자전거 행렬도 옥포조선소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오토바이 시승이 금지돼 있어요. 배를 만드는 일이 절대 안전을 요하는 일이다 보니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된 셔틀버스나 자동차, 자전거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조선소 내에서는 모든 차량의 속도가 30km/h 이하로 제한돼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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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도크, 63빌딩보다 큰 배를 품는다

자본과 기술, 노동이 집약된 조선 해양 산업에서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글로벌 ‘Top 3’의 위상을 자랑한다. LNG선을 비롯해 초대형 유조선, 컨테이너선, 자동차 운반선, 반잠수식 석유시추선 등 다양한 선박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LNG선의 건조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이다.

“LNG-RV선은 바다에서 육상 터미널까지 가스 운반을 해주는 재기화 장치를 탑재한 선박이에요. 쉽게 말해 바다에서 육지의 가정집까지 가스를 보내 집에서 바로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기능을 가진 배입니다.” “얼마인가요?” 기자단 사이에서 호기심 어린 질문이 나왔다. “배 한 척의 가격은 3000억 정도 됩니다.” 감탄사가 새어나오자 이번엔 안내하던 김재형 씨가 농담을 던졌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오늘 배 한 척 수주하고 가시죠?” “할부되나요?” 누군가 받아친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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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 주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들이닥쳐 큰 피해가 생겼을 때 바다에서 가스를 공급하면서 도시 복구에 큰 기여를 했던 배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같은 해엔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대우조선해양의 LNG-RV 건조 기술이 선정되기도 했다.

어느새 셔틀버스는 옥포조선소가 자랑하는 제1도크를 지나고 있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제1도크는 길이 131미터, 너비 530미터, 깊이 14미터, 부피 12만 톤에 달한다. 존재만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크기였다. “도크는 물을 빼낸 큰 수영장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배를 조립하고 도장, 마무리 작업을 한 뒤 수문을 열고 바닷물을 채워 배를 띄우죠. 물이 가득 차기까지 네 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해요.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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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도크에선 LNG선의 용접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아직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배에 블록을 이어붙인 자국이 선명했다. 건장한 체격의 기술자들도 큰 배에 매달리니 엄지공주라도 된 듯 작아보였다. “이곳에서 건조하는 배 한 척의 평균 길이는 290미터, 긴 것은 400미터 정도 됩니다. 여의도 63빌딩을 옆으로 눕힌 것보다 긴 길이죠.” 배의 일부 부품인 프로펠러 한쪽 날개만 8미터가 넘는다니 인간이 하찮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세계 제패 DNA’ 가진 인재를 찾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태어나 오대양을 활주하게 될 ‘거대한’ 배들은 그 ‘작은’ 사람들의 땀과 기술이 모여 완성되는 것. 설계부터 절단, 조립, 도장, 외장, 시운전까지 10단계의 공정을 거쳐 배 한 척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년 정도다. FPSO(바다에서 LNG를 생산해 액화시키고 저장하는 기능을 가진 선적)와 같은 특수선의 경우 장장 3년이 소요된다. “크리스마스도 설날도 없이 1년 365일 돌아간다”는 설명에는 선박 건조 작업에 쏟는 열정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곳에 여자 직원은 얼마나 있나요?” 이번엔 여학생들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질문이 나왔다. “지금은 10% 정도입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섬세함이 강점인 여성 직원들은 설계 분야로도 많이 진출하지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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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전공이나 자격증 제한이 따로 없지만 ‘대우조선해양의 DNA’를 가진 인재인지를 중요하게 살핀다고. 39년의 역사 속에서 갖은 위기를 극복해 온 선배들처럼 기업의 핵심가치인 ‘Trust & Passion(신뢰와 열정)’을 실천하며 회사를 세계 최고의 종합 중공업그룹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된 인재를 찾는다는 설명이었다.

옥포조선소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 대학생 기자가 휴대폰을 꺼내 배경화면을 바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기네스 기록. 제1도크의 기록을 공인하는 기네스북 명패 사진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배를 품을 수 있는 옥포조선소. 그곳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배가 만들어지듯 어쩌면 탐방에 함께한 30명의 대학생 기자 중 누군가도 대우조선해양 안에서 세계를 제패할 꿈을 꿨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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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인사팀 인터뷰
경험 녹여쓴 자소서, 채용의 핵심 ‘키’

대우조선해양의 신입사원 채용제도와 입사 후 옥포조선소 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인사팀 관계자에게 물었다.

Q. 대우조선해양의 신입 채용 시기와 규모가 궁금합니다. 채용에서 우대하는 전공이나 자격증, 경험이 있나요?

A.
상반기(3월), 하반기(9월) 두 차례에 걸쳐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합니다. 연간 채용 규모는 약 300명 수준입니다. 특별히 우대하는 전공이나 자격증, 경험은 없습니다. 전공과 상관없이 본인이 희망하는 직무에 지원할 수 있으므로 인문계 학생들도 다양한 분야로 취업이 가능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대학 생활 중 취득한 자격증, 해외 경험, 기타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잘 녹여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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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입사원 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일하는 인력은 몇 %나 되나요?

A.
주로 설계, 생산관리 분야의 직원들이 옥포조선소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최근 해당 직군에서 신입을 많이 채용하기 때문에 신입사원의 70% 이상이 옥포조선소에서 근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옥포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겐 최신식 기숙사를 제공해 생활의 편의를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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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우조선해양이 자랑하는 복지 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우리 회사의 복지 제도는 국내 어떤 대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결혼한 직원들에겐 사택 제공, 또는 주택 마련 융자 지원의 혜택이 있습니다. 자녀를 낳으면 그 수에 상관없이 대학 등록금까지 학자금을 전액 지원합니다. 주말과 명절엔 거제에서 서울·부산을 오고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본인이 희망하는 날짜에 휴가를 쓸 수 있는 ‘리프레시 휴가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 거제 =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윤영석 대학생 기자(동아대 사회복지 4)·대우조선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