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취업을 위한 스펙을 준비하는 ‘감각’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 대학생들의 오감은 안녕하게 잘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일단 대학생의 오감 사용은 다음과 같을 듯하다.


1. 시각 : 스마트폰(특히 문자와 카톡), 토익 책, 강의실 스크린과 칠판, 인터넷 검색 화면, 학교 내 가득한 현수막

2. 청각 : 학교와 학원의 강의 내용, 이어폰으로 울리는 MP3 노래, 휴대전화 수신음과 통화

3. 후각 : 학교와 학원의 복도 냄새, 대중교통의 매연, 지나가는 사람들의 향수 냄새

4. 미각 : 종종 마시는 소주와 맥주 등 알코올, 학생식당의 매일 똑같은 식단의 음식

5. 촉각 : 4인치 스마트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손가락의 터치, 키보드 타이핑



인간의 오감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필자도 오감을 편향적으로 느끼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 슬그머니 퇴화됐을지도 모를 감각을 재생시키려고 노력했다. 필자가 찾은 ‘오감 찾기 프로젝트’의 내역을 밝힌다.
[이우곤의 잡 멘토링] 당신의 오감(五感)은 안녕하십니까?
1. 시각 : 지방대 강의를 가면 꼭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얼마 전 갔던 곳에서 바라본 바닷가의 지평선을 잊을 수 없다. 지평선 끝에서 확인한 지구의 광활함, 그리고 한없이 작고 나약한 나. 손을 잡고 백사장 위를 거니는 연인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 청각 : 산행을 가서 정상에 섰다. 유려한 경치보다 눈을 감고 세상의 소리, 자연의 소리에 귀를 열어보았다. 처음에는 막연히 고요했지만 점차 커질 뿐 아니라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새로웠고, 예민하게 소리에 몰입됐다. 새들의 지저귐, 먼 개울의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고, 소리와 어우러지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3. 후각 : 어느 대학의 식물원에 갔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여러 향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식물 냄새로만 느껴졌고 가까이 가야만 느껴졌던 향이 스스로 저희끼리 서서히 줄을 서기 시작했다. 기억이 된다. 향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을 머리와 눈으로만 기억하려 했던 내가 보였다. 그렇다. 사람은 향으로도 기억한다.

4. 미각 : 감사하게 먹기 시작했다. 봄나물의 푸름을 맛깔나게 씹어보고, 과일이 탐스러운 과육과 달디 단 과즙으로 영글기까지 무던히 지지해준 햇살과 바람의 과정을 헤아려보니, 천천히 오래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5. 촉각 : 봄바람에서 느껴지는 촉각을 과거의 시간과 연결해보았다. 바람다운 바람을 더 느끼고자 산도 가고 공원도 가고 자전거도 타보았다. 그러던 중 어린이날, 땀이 잔뜩인 작고 여린 딸들의 손을 꼭 잡은 딱딱한 손, 한참을 걸어갈 때 느껴진 아빠에 대한 신뢰! 최근에 느낀 가장 가슴 절절한 촉각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오감을 잊고 살았다. 아니 잃어버렸었다. 이제 찾고자 한다. 대학생들도 취업 준비와 스펙 강박에 시달리면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오감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대학이 낭만적인 이유는 볼거리, 들을거리, 먹을거리, 느낄거리 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그런 낭만이란 단어는 사치로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오감을 살리자! 깨우자! 그러면 막막했던 취업 준비가 조금은 더 가볍게, 나아가 인생의 탐색 과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우곤의 잡 멘토링] 당신의 오감(五感)은 안녕하십니까?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KTV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MC.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