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점에서 알바하는 천국이. 다음 주 월요일 여자친구의 생일에 알바를 쉬고 싶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 중이다. 더도 말고 딱 하루만 알바를 쉴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만, 일손 바쁜 가게에 “여친 생일이라 하루 쉬겠다”는 말은 차마 못하는 상황. 무릎을 절로 칠 만한 알바 빼먹기 전략 어디 없을까. 언제까지 사장님의 폭풍 통화를 피하고만 있을 것인가! 가장 효과적인 ‘핑계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Q. 알바 결근 시 가장 많이 대는 핑계는?

① 건강상 이유(40명) ② 피치 못할 집안일(21명) ③ 지인의 갑작스러운 사고(11명) ④ 사실대로 말하기(6명)
[재미로 하는 진지한 리서치] 천국아, 알바 하루만 빼자!
유형 ① 효(孝), 잠시 내려놓기
[재미로 하는 진지한 리서치] 천국아, 알바 하루만 빼자!
당신의 행복을 위해 잠시 효(孝)를 저버리는 방법. 평소 건강하시던 부모님에게 갑자기 불편한 일이 생기는 경우다. 뜻밖의 사고나 건강상 이유가 그것. 뛰어난 연기력까지 가미되면 가장 확실한 알바 빼먹기 수단으로 안전 보장이다. 응용 편으로 친인척 및 지인 드립을 쓸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 분을 주인공으로 모시는 게 양심적이다. 참고로 지인 상(喪)은 당일 결석에 유용하다.



Notice 고난도의 연기력을 요구하므로 직접 대면보다는 유무선을 이용한 간접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안전하다. 목소리 연기조차 자신이 없다면 문자나 메신저로 전달하는 방법뿐이다. 이때 문장 내에 약간의 말줄임표(…)를 넣어 자신의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센스!

Example “여자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갓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ㅠㅠ.”(Good)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셔서 하루 정도 쉴게요.”(No Good)





유형 ② 백과사전 급성질환 편을 펴라

“몸이 안 좋아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써먹는 국민 핑계. 눈치 백단 사장님에게 통할 리 없다. 설령 통한들 다음날 출근길이 다소 찝찝할 터. 이 경우 남들과 다른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거짓말이 뻔히 보이는 일반 병명이 아니라 독창적 급성질환 드립을 구사하는 것. 알바생 라이프에 통달한 사장님이라도 당신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Notice 루게릭병 환자 역으로 영화제 대상을 탄 김명민이 아니라면 이 역시 간접 대면 방식을 이용하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병명. ‘감기 몸살’ 같은 진부한 아이템은 스스로 거짓말쟁이 인증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단 하루의 알바 결근에 어울리는 급성질환은 다음과 같다. 사랑니 발치, 급성 치아 우식증, 치아 파절, 급성 인후통, 타박상, 급성 장염(설사) 등.

Example “사장님, 오늘 출근하다가 문에 입을 부딪쳐서 치아 파절이 됐어요… 치과 갔다가 좀 쉬어도 될까요?”(Good)

“사장님, 감기 몸살에 걸려서 하루 결근해야 할 게요.”(No Good)





유형 ③ 준비하는 자에게 영광이

평소 성실한 알바생이라면 사전 예고제를 추천한다. D-데이 전,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음을 사장님에게 직접 대면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평소 성실하게 근무한 사람이라면 사장님이 불허할 리 없을 터. 이 경우 핑계는 어떤 것이든 좋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강도가 심할수록 사장님의 허락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Notice 남성은 예비역 동원훈련, 예비신검이 적당하다. 집안 행사(제사, 부모님 상경 또는 귀경)는 남녀 공통의 훌륭한 핑계. 사생활 영역이라 확인이 쉽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이 밖에 자격증 시험 응시와 같은 진로에 관한 사유도 효과가 좋다.

Example “다음 주 수요일에 동원훈련 소집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Good)

“내일 동아리 엠티 가서 하루 빠져야 돼요. 알아두시라고요. 하핫.”(No Good)





유형 ④ 잠수에도 급이 있다

스쿠버다이버 뺨치는 잠수 능력을 알바 결근에 응용하는 전술이다. 한국외대 C씨의 경우 알바를 결근하고 잠수 탄 날 사장님에게 30통의 부재중 전화를 받았다. 결국 몇 시간 못 가 출근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무작정 전화를 받지 않고 피하는 것은 비효율적 전략”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런 유형은 하루 결근이 아닌 평생 결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Notice 일단 잠수를 탔다고 하더라도 다음날을 대비해야 한다. 폭풍처럼 들이닥칠 사장님의 타격에 대비하기 위해선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핑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해고 가능성도 있으므로 잠수형은 월급날 이후에 감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mple “어제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휴대폰을 꺼놨어요… 곤란한 상황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흑.”(Good)

“갑자기 몸이 아파서 응급실에 가느라 연락 못했어요.”(No Good)




글 윤성민 대학생 기자(중앙대 경영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