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은지

매일 저녁 일기예보를 전하던 그녀가 요즘은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로 등장한다. 기상캐스터에서 프리랜서 MC로 거듭난 지 약 4개월, 그 사이 출연 프로그램이 5개로 늘어났다. ‘박은지 같은 기상캐스터’라는 칭찬과 전성기를 뒤로 한 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박은지 씨. 넘치는 매력으로 방송국을 종횡무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스타와 커피 한 잔] “즐거운 기운만 전달하고 싶어”
프리랜서가 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뉴스는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훨씬 큰 자유가 있다. 뉴스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갖게 된 그 틀을 깨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방송인이 꿈이었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미술공부를 시작해 의상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학교생활도 굉장히 즐겁게 했다. 졸업할 무렵 ‘어떤 일을 해야 가장 즐겁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봤다. 의상 디자인에 흥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의견을 수렴해 다시 발표하는 과정이 좋았다. 동기들이나 교수들에게 칭찬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방송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기상캐스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방송을 공부하다가 민간 기상회사인 웨더뉴스에서 낸 채용 공고를 보았다. 웨더뉴스는 통신사 KTF에 날씨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일본 기상정보 회사였다. 요즘 말로 하면 해외 취업을 했던 것이다. 그때가 2005년, 23세 때였다. 그렇게 일본에서 1년간 일하고 돌아오니 마침 MBC에서 기상캐스터를 공채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어린 나이에 일본에서 일했던 이력을 독특하게 봤다고 한다.

입사 8개월 만에 MBC 뉴스데스크 기상캐스터 자리를 따냈다. 이후 7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는데, 일하면서 힘든 것은 없었나.

처음엔 카메라 공포증으로 고생했다. 생방송 중에 멘트를 잊어버리는 일도 많았다. 방송이 끝나면 매번 국장실로 호출을 당했다. 선배들에게 꾸지람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욱 활짝 웃으면서 일했다. 혹시 그 모습이 더 얄미웠을까.(웃음)
[스타와 커피 한 잔] “즐거운 기운만 전달하고 싶어”
프리랜서를 하겠다는 결심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계기가 있었나.

‘기상캐스터 박은지’로 알려지면서 감격과 함께 불안감을 느꼈다. 내가 받는 관심과 사랑에는 감사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미 누군가에 의해 ‘박은지는 00이다’라고 결정지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퇴사를 생각한 건 2~3년 전부터다.

두려움이나 후회는 없었나.

성인이 된 다음의 삶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부모님이나 친구가 아닌 100% 나 자신의 판단이었다. 만일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해도 그것은 내 결정과 행동에 따른 결과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끝없이 노력하다 보면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스타와 커피 한 잔] “즐거운 기운만 전달하고 싶어”
롤모델이 있나.

MC로 활동하는 김원희 선배를 존경한다. 그를 어렵게 대하는 사람이 없다. 프로그램을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나도 ‘재치 있고 편안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 똑똑하고 잘난 척하는 진행자보다는 즐거움과 유쾌한 힘을 전달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 그것이 연기든 무엇이든 범위를 제한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 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행운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믿는다. 잘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계속 부딪쳐 보고 싶다.

독자들에게 한마디.

우정, 사랑, 소소한 일탈까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봤으면 한다. 친구들과의 여행, 순수한 사랑은 대학 시절이 지나면 하기 힘들어진다. 일상에 갇히기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자신의 바탕을 잘 다져놓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글 박혜인 인턴 기자 pie@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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