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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富者)들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대학생들이 있다. 부자를 만나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돈을 많이 버는 노하우를 얻으려는 것일까? 아니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돈을 버는 자세, 부(富)에 대한 시각이다. 매달 젊은 부자 CEO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건강한 부(富) 문화를 배우고 있다는 부자학 연구학회 대학생 서포터즈 ‘플루토스’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최강 동아리] 젊은 부자들에게 우리가 배우는 건?
“사 회적 기업을 신청한 이유가 뭐죠? 오히려 수익에 제한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도 하지만 법인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더라고요.”

4월 6일 저녁 7시 서울 시내 한 음식점. 10여 명의 젊은이가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눈다. 오고 가는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20~30대에 창업을 한 젊은 CEO들이다.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김한균 완(WHAN) 대표,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로 사업을 펼치는 허지원 지원그룹 대표를 비롯해 권태훈 모두 커뮤니케이션 대표, 안영일 DCG그룹 대표, 이인영 아이디어보브 대표, 임희영 쉬즈컴 대표까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여섯 명의 젊은 CEO가 모이다 보니 이야기가 끊일 새가 없다.

누가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을까. 그들 사이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8명의 대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말수는 적지만 눈빛만은 생생하다. 이들이 그날의 모임을 주도한 ‘플루토스’ 회원들이다.

플루토스는 지난 2007년 만들어진 부자학 연구학회의 서포터즈다. 서울여대 동아리로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여섯 차례 신입 회원을 뽑으며 연합 동아리 형태로 발전했다. 올해는 서울여대, 인하대, 서울대, 서강대, 상명대 등 5개 대학에서 8명이 모여 활동 중이다.

학교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부(富)’가 궁금해 모인 이들이다. 그렇다고 마냥 돈이 좋아 부를 좇는 학생들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플루토스 회원들이 알고자 하는 것은 건강한 부자의 모습이다. 매달 젊은 CEO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꿈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플루토스는 중견기업의 대표이사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부자들을 만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해왔다. 인터뷰이 선정부터 섭외, 인터뷰 진행 및 영상 제작까지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다. 동아리가 결성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만난 부자들만 70여 명에 달한다.

올해 1월부터는 인터뷰를 진행했던 부자 중 각기 다른 사연과 개성을 지닌 20~30대 창업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들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비슷한 또래인 청년 CEO들을 멘토로 삼아 삶의 가치를 배우겠다는 포부다. 이상훈(인하대 경영 3) 플루토스 회장은 “진로 고민이 많은 시기이다 보니 CEO분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될지 잘하는 일을 해야 될지’ 항상 묻는다”며 “답은 CEO마다 다르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도전 정신의 가치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활동을 통해 부자에 대한 남다른 가치관을 정립하게 되는 것도 플루토스의 장점. 이상훈 회장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부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인데 젊은 CEO들을 만나며 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단순하게 여겼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꿈을 이루는 부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

인터뷰와 좌담회가 모두 소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CEO들과 돈독한 인맥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점도 플루토스 활동만의 특징이다. 김민희(서울대 수의학 3) 씨는 “창업 쪽에 관심이 많아 플루토스에 들어왔는데 평소 만나고 싶던 분들을 가까이에서 뵙고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는 젊은 CEO들을 보면서 사람 사이 관계도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이들은 지금까지 진행해온 CEO들과의 만남을 꾸준히 열어 올해 8월 ‘젊은 부자 클럽’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상훈 회장은 “젊은 CEO들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지며 다른 대학생들에게도 부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플루토스 홈페이지 club.cyworld.com/kaas1

글·사진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