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CEO 1위(금융부문)

“소통·융화 잘하는 청년이 매력 있다”

“지난해부터 개인적으로 받은 상이 12개 정도 됩니다. 그런데 가장 뜻깊게 생각하는 상이 바로 대학생이 꼽은 ‘닮고 싶은 CEO’ 1위예요. ‘작년에는 받았는데 올해 못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들더군요.(웃음)”

캠퍼스 잡앤조이가 창간 2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은행·지주)’ 부문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CEO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수상이다. 어 회장은 고려대학교 총장 시절부터 ‘CEO형 총장’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개혁과 혁신의 전도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혁신의 핵심은 학교나 교수보다는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집중됐다.

어 회장의 혁신 의지는 한국 대표 금융기업인 KB금융그룹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동네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은행에서, 기업 금융을 선도하고 젊은이들과 호흡하는 은행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 “아직도 회장보다는 총장님 소리가 더 좋다”고 말하는 어 회장을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단이 직접 만났다. 기업 경영에서부터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화가 두 시간 남짓 동안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다.
[창간 2주년 기념]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대담에 참여한 대학생 기자
(사진 왼쪽부터)
- 하두철(고려대 경영 3)
- 장은지(인하대 국제통상 4)
- 오은별(한성대 경영 4)
- 윤호진(한양대 국제학부 2)


캠퍼스 잡앤조이 선정 ‘대학생이 닮고 싶은 CEO’에 2년 연속 선정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어윤대 회장 이 정도면 압도적 1등인가요? 작년 한 해 동안 KB금융그룹 내 10여 개 자회사에서 받은 상이 160여 개입니다. 개인적으로 받은 상은 12개이고요. 한국경제에서 마지막으로 ‘올해의 금융 CEO 상’을 받았죠. 금융 CEO로선 오스카상 격인데, 개인적으로는 ‘대학생이 닮고 싶은 CEO 상’이 최고예요. 올해는 혹시 떨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했어요.(웃음) 사람에게는 누구나 롤모델이 있어요. 저를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죠.

‘락스타존(樂star Zone)’ 등 젊은 고객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성과는 어떤가요.

어윤대 회장 은행 입장에선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없는 사업이죠. 모든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가게끔 돼 있거든요. 공짜 커피에 좋은 시설, 여기에 송금 수수료도 없어요. 학생들이 하는 10만 원, 20만 원 저축으로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죠. 장학금 같은 걸 많이 주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금융기업으로서 금융을 통한 혜택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또 KB는 예전부터 ‘동네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은행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젊은 고객이 찾도록 바꾸는 게 중요했죠. 그래서 만든 게 락스타존입니다. 모든 대학의 캠퍼스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기부해야 할 금액이 상당해요. 모두 총장 시절에 제가 만들어놓은 관행이라 누굴 탓할 수도 없더군요. 대학마다 기존 은행 지점들이 자리를 잡아 침투하기도 어려웠죠. 이익보다는 철저히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 락스타존입니다.

상생 경영이 화두인 가운데 ‘KB 히든스타 500’ 제도가 1년을 넘겼습니다. 제도 도입 계기와 성과는 어떻습니까.

어윤대 회장 우리나라 경제가 잘되기 위해서는 소위 ‘히든 챔피언’이 필요합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 비즈니스가 아닌 ‘B2B’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하죠.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 독일입니다. 이들에게는 강소기업이 많아요. 한국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기업을 많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히든스타 500’ 기업을 만들고, 현재 140개 기업에 대출과 금리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기술 제휴나 기업공개(IPO) 등도 돕고 있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우선 직원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실제로 연수원 교육이 두 배나 늘었죠. 힘들고 귀찮지만, 결국 스스로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겁니다. 직원들도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창간 2주년 기념]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평소 메가뱅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우리금융 민영화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보험사 인수·합병(M&A) 계획도 들려주십시오.

어윤대 회장 우선 보험사의 경우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현재는 매각사에서 정보를 제공한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분명한 점은 인수 계획이 있다는 것이고, 5월 안으로 결정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경우 인수 능력 자체가 없습니다. 인수에 10조 원가량이 소요되는데 우리 여유자금은 3조 원 수준이에요.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대형 은행,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메가뱅크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KB를 비롯한 국내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이 60~70%에 이른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은행을 사들인다고 해도 외국인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쏟아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세금이나 자금 가용성 등 문제가 복잡하죠.

고려대 총장 시절부터 ‘CEO형 총장’ 등 혁신 전도사로 유명하셨습니다. 기업 CEO로 변신하신 후에도 혁신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윤대 회장 리더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는 겁니다. 많은 경우 아이디어는 있는데 추진력·집행력이 없는 리더가 있어요. 상대적으로 저는 집행 능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CEO형이란 얘기가 나왔던 듯해요. 고려대 총장 시절 항상 국제 경쟁력을 생각하고 목표로 했어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만들자는 계획이었죠. 학교를 떠날 때 전 세계 150위였습니다. 미국의 조지워싱턴대보다 높았죠. 또 한 해에 2000명씩 외국 대학으로 보냈습니다. 고려대로 온 외국 유학생들을 위해 영어 강의도 시작했죠. 이런 모든 게 변화와 혁신입니다.

그런데 은행에 와서 “왜 입사했느냐”고 물으면 “안정되고 봉급이 많아서”라고 하더군요. 안정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거부한다는 뜻이에요. 금융산업이 개방되기 전에는 국민은행이 최고였죠. 지금은 HSBC, 씨티, JP모건, 골드만삭스가 다 들어와 있어요. 경쟁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수반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혁신을 많이 추진했죠.

구체적인 KB금융의 혁신 사례를 듣고 싶습니다.

어윤대 회장 은행은 조직의 속성상 공무원처럼 안정 지향적이에요. 변화에 대한 반발이 크죠.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신분·지위에 대한 불안입니다.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치, 즉 변화 관리가 쉽지만은 않아요. 예컨대 은행은 예전부터 군대와 비슷한 연공서열 중심입니다. 이른바 성과주의와는 거리가 멀죠. 작년 은행 인사의 경우 민병덕 행장에게 전권을 위임했어요. 다만 “발탁 인사를 하라”고 조언했죠. 경력이 1~2년 모자라더라도 능력껏 승진시키라는 뜻입니다. 작년에 처음 시행했는데, 호응과 불만이 모두 나오더군요.

기업 차원에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친근한 이미지가 강한 반면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는 게 사실이에요.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 고객 강화에 힘써야 합니다. 얼마 전 골드만삭스 대표였던 분을 부행장으로 모셔오기도 했죠. 작년 한 해 발전 설비 부문에서 우리가 산업은행보다 더 많은 돈을 내놓기도 했어요.
[창간 2주년 기념]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대학생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KB금융 변화에 큰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총장 재임 시절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추진하셨던 내용이 궁금합니다.

어윤대 회장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좋았지만 교수들에게는 ‘꽝’이었어요.(웃음) 독일이나 한국에서 공부한 분에게 영어로 강의하라 하고, 논문을 두 배 내라 하니 좋아할 리 만무했죠. 1년에 2000명의 학생을 유학 보내고, 제가 직접 나서서 관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캐나다 UBC, 영국 런던대, 호주 그리피스대, 중국 인민대, 일본 와세다대 등을 일일이 방문했어요. 해외로 나간다는 건 여러 의미가 있어요.

한국에만 있으면 한국 문화에 젖어 자기주장만 옳다고 생각하기 쉽죠. 반면 현지 문화에 한 번이라도 적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떤 문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요. 굉장히 중요한 경쟁력이죠. 그런 능력을 기르는 건 젊을 때일수록 좋습니다. 외국 학생들과 경쟁하다 보면 부족한 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깨닫게 되죠.

두 번째는 복수전공제를 만든 거예요. 예를 들어 독문학을 전공한 학생도 3~4학년이 되면 학원에 가서 영어 공부하는 게 현실이에요. 전자공학과 학생이 경영학을 듣는 등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복수전공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죠. 이를 위해 교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필수과목 수를 줄이기까지 했어요.

올 초 ‘KB스타상’을 계열사 우수 사원에게 시상하셨습니다.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성과주의의 바른 방향은 무엇입니까.

어윤대 회장
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절대적인 요소죠. 예전 주택은행 시절에는 정부 소유라는 한계 때문에 승진 등에 외부 압력이 많았어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통합 후에도 비슷했죠. 제가 부임한 이후로 2년 동안은 회장인 저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단 한 사람도 외부 압력으로 인한 인사를 진행한 경우가 없습니다. 은행 창립 후 처음이라고 해요. “직원들도 결과에 대해 인정하게끔 투명하게 만들라”고 지시했죠. 딱 한 사람, 제 지시로 발탁 인사한 경우가 있었는데 “구매 담당 과장은 남자보다는 성격이 꼼꼼한 여성을 중용하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영어 성적, 금융 관련 자격증, 학점은 입사에 기본이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KB금융그룹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윤대 회장 영어 성적, 논문 등 소위 스펙에 관한 사항은 모집 인원의 배수를 뽑는 필터링 과정에서만 필요합니다. 그 다음 과정에서는 성적이 평가 기준이 아니라는 뜻이죠. 무엇보다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봐요. 고객과 잘 소통하고 직원들과 융화하는 사람이죠. 단순히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면 필리핀 사람을 데려다 놓으면 되겠죠. 여기 여학생들도 있지만, 남자친구 사귈 때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성격 좋은 사람을 원하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돼요.

그렇다면 KB금융그룹이 바라는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어윤대 회장
며느릿감은 고분고분하고, 말 잘 듣고, 제사 잘 지내는 사람이 최고라는 건 구시대적인 생각이죠. 아마도 KB가 그동안 그랬을 거예요. 시키는 것 잘하고, 한 가지 일을 끝까지 처리하고, 상사에게 대들지 않는 유형이 20년 전의 인재였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바로 전문성이에요. 금융에서 가장 기본적인 경제·경영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은행의 일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예적금 등 일반 은행 업무와 투자은행(IB) 업무로 분리되는 추세죠. IB로 갈수록 전문화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동안은 모든 직원을 끌어안고 있는 문화였어요. 연공서열, 순환보직 등이 대표적이죠. 그러다보니 IB 역량이 유럽·미국 은행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게 KB뿐 아니라 국내 은행의 문제점입니다. 그 다음은 건전한 사고방식을 갖춰야 해요. 금융은 성실성·윤리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세계화에 따라 글로벌 리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생들이 미래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어윤대 회장 우리 경제 규모가 250개국 중 10위권입니다. 한국이 전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우선 세계화보다는 국제화라는 표현이 좋을 듯해요. 국제화는 단순한 세계화보다는 ‘국제 표준화’를 이르는 말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한국의 대학이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에 뒤질 이유가 없어요. “한국의 어느 대학 나왔다”고 하면 “좋은 대학 나왔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게 바로 국제화입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에서 중역이 되려면 영어부터 잘해야 해요. 예전처럼 막걸리 잘 먹고 직원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삼성전자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와요. 소나타도 한국에서만 파는 게 아닙니다. 인도, 중국, 미국에 가서 그곳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할까요. 바로 영어가 기본이죠. 우리말, 우리글을 낮추자는 뜻이 아닙니다. 뉴욕 금융가를 주름잡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우리말이 어려워 비즈니스하기 힘들다”고 거리낌 없이 얘기하며 영어를 사용합니다. 그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3개 국어를 해요. 단순히 필요하기 때문에 네덜란드 말이 아닌 영어, 독어, 프랑스어를 쓰는 거죠. 하나의 수단이란 뜻입니다.
[창간 2주년 기념]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인터뷰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화두입니다. KB금융그룹이 정의하는 CSR은 무엇이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내용이 궁금합니다.

어윤대 회장 예전 경영학에는 기업의 목적이 이익 극대화, 특히 주주 가치의 극대화라고 나와 있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죠. 이해집단의 이익 극대화입니다. 종업원이나 고객까지 확대된 개념이에요. 사실 지금도 주주 이익이 중요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CSR이 중요해졌어요. 그렇다고 기업이 정부와 같이 나설 수는 없어요. 무조건 돈을 많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죠. 금융 서비스를 잘하는 게 우리의 선택입니다. 예를 들어 미소금융 같은 마이크로 크레디트죠. 이밖에도 소외계층을 위한 재단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습니다. 소방대원 유자녀 장학금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죠.

해마다 각 지점에서 락스타존 학생 고객 중 한 명씩 뽑아 41명을 해외로 연수 보내고 있어요. 제가 젊을 때는 여권 만들기도 힘들고 돈도 없어 외국을 못 나갔죠. 처음에 몽고로 학생들을 보냈고, 그 다음에는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보냈습니다. 그 후에는 뉴질랜드 남섬에 보냈죠. 이번 여름에는 유럽 동구권에 보낼 계획입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사파리 여행을 경험한다고 생각해보세요. 평생 기억에 남을 학창 시절의 낭만이겠죠.

대학생들에게 꼭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어윤대 회장 도전하세요! 경제 사정이 좋아질수록 도전 정신이 사라지기 쉽습니다. 일본이 지금 고전하는 이유는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젊음은 곧 도전입니다.



진행 김상헌 편집장 ksh1231@hankyung.com│정리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