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커피 한 잔

달콤한 슬픔(Sweet Sorrow)이란 이름처럼 스윗소로우가 걸어온 길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명문대 출신에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팀이라는 꼬리표는 그들을 단숨에 유명가수의 길로 올려놨을 것 같지만, 그들에게도 월세 25만 원의 연습실에서 ‘범퍼카’처럼 부딪치던 무명 시절이 있었다. 슬픈 현실도 달콤한 우정으로 극복하며 지나온 세월이 8년. 그동안 걸어온 과거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향해,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노래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청춘이 가득하다.
[sweet sorrow] VIVA! 네 남자가 들려주는 청춘의 목소리
Q. 3년 만에 새 앨범이 나왔네요. 시대의 흐름을 좇기보다 스윗소로우만의 속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보여요.

영우
지금처럼 빠른 흐름 속에서 대중에게 우리만의 페이스를 인식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요즘 트렌드를 보면 아이돌 그룹은 쉬질 않잖아요. 활동하면서 다음 앨범 준비하고, 공백기엔 외국에서 활동하고…. 우리는 하나하나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도 다 하는데 기한을 정해두지 않아요. 모두의 마음에 들 때까지 최대한 끌고 가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건 자신 있어요” 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거죠.

호진 요즘 같은 음악시장에서 앨범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지느냐도 중요한 문제라고 보거든요. 저희는 라디오 활동도 하고 콘서트도 매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정규 앨범 수로만 보면 조금 아쉽지만 돌아보면 알차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죠.

Q. 앨범 작업을 하면서 네 분의 의견이 부딪힐 때 어떻게 조율하나요?

호진
네 명의 의견이 뭉쳐서 하나가 되기까지 민주적인 토론과 회의, 다수결, 윽박지름을 거쳐요. (웃음) 모두가 수용할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앨범 작업에 더 빠져들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우진 이번 앨범에선 ‘첫 데이트’라는 곡이 가장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웠어요. 진환이가 썼던 가사로 거의 녹음을 할 뻔했는데 엎어지기도 하고… 제일 처음 작업을 시작한 곡이었는데 서로가 그리는 노래의 방향이 달라서 많이 헤맸었죠.

영우 그 고민이 앨범 작업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처음엔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보지?’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죠. ‘사람들이 우리보고 좀 더 섹시해야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간지러운 노래를 불러도 될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가 이걸 통해서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금 더 솔직하게 해보자, 답을 찾고 나서는 오히려 작업이 훨씬 쉬워졌어요.

진환 중요한 건 작업을 할 때 넷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그걸 무시하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형이든 동생이든 똑같이 의견을 존중해요. 그래야 넷이 같이 만드는 음악이 되는 거니까.
[sweet sorrow] VIVA! 네 남자가 들려주는 청춘의 목소리
Q. 네 분은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만나셨죠? 그 시절의 모습을 묘사해 주신다면?

우진
전 대학에 와서야 사춘기를 겪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앞으로 뭘 하면서 살지 전혀 고민을 안 했거든요. 대학에 온 뒤에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굉장히 갈등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합창단에서 멤버들을 만나게 됐죠. 아마 저 혼자였으면 음악을 하겠다는 용기를 못 냈을 것 같아요.

진환 저도 그래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차마 음악하는 꿈을 세우진 못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님 속을 크게 썩인 적이 없는 모범생이었는데 대학에 와서 형들을 만나면서 막연했던 꿈에 스파크가 튀었죠. 음악을 하겠다고 하면서 부모님하고도 그전까지 없었던 큰 문제가 생기고… 지금 돌이켜보면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sweet sorrow] VIVA! 네 남자가 들려주는 청춘의 목소리
Q. 명문대 출신이기에 보장된 길이 있었을 텐데 그것을 포기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영우
사실 대학에 들어가면 고등학교 때 배웠던 지식들이 삭~ 뒤집어지는 경험을 하잖아요. 저 또한 그랬어요. ‘내가 믿고 있던 세계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취직 안 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훨씬 더 자유로워진 거죠.

우진 저는 IMF 경제위기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만일 IMF 이전처럼 평생직장에 들어가 30~40년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면 그 생활을 위해서 내 꿈을 포기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저희가 대학 다니던 90년대 말 IMF가 오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졌고, 어차피 안정적인 삶을 꿈꾸기 어렵다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sweet sorrow] VIVA! 네 남자가 들려주는 청춘의 목소리
Q. 어떻게 보면 요즘 대학생들이 겪는 취업난과도 비슷한 상황이네요.

호진
그래도 저희 때는 희망은 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도전해볼 수 있는 그런 마음이요. 요즘엔 이런저런 정보가 넘쳐나잖아요. 그래서 꿈을 꾸는 게 더 어려워지는 것 같기도 해요.

진환 조금만 찾아봐도 나랑 비슷한 사례가 나오니까 ‘나도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하고 길이 하나로 정해진 듯 느끼는 거죠. 모든 길에 매뉴얼이 있는 것 같고…. 생각해보면 저희의 대학 시절엔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부딪쳐보면서 찾을 수 있는 여유와 낭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sweet sorrow] VIVA! 네 남자가 들려주는 청춘의 목소리
Q. 꿈꾸던 가수의 삶이 생각과 달라서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나요?

영우
좋아만 하면 안 되고 좋아하는 걸 잘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슬로 스타터’예요. 뭐든지 느린 편이죠.

호진 처음엔 방송도 잘 못했어요. 부딪히고, 또 부딪히는 범퍼카 같았죠. ‘야, 이게 아닌데 큰일났다’ 하면서요. 하지만 완만한 상승곡선을 꾸준히 그려왔다는 점은 자부해요. 예능에 나갔을 때도 방송을 다 찾아보면서 그 흐름을 연구했어요. 그 과정에서 열심히 했으니까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우 이제는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좀 느리지만 우리만의 스타일이 있어. 한두 번 실패하더라도 하면 돼. 인생 길잖아. 10년 만에 끝나는 거 아니잖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sweet sorrow] VIVA! 네 남자가 들려주는 청춘의 목소리
Q.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요?

영우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어요. 시간에 대해서 생각했으면 벌써 한참 전에 좌절했겠죠.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버리면 나한테 부족한 부분만 보이니까요.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이 아니라 자기만의 리듬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캠퍼스 잡앤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영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스윗소로우가 걸어온 길은 ‘소로우’를 어떻게 하면 ‘스윗’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모험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생이던 그때 그 시절, 데뷔 앨범을 준비하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는 자뻑하고 하루는 좌절하는 그 모습이 바로 청춘이겠죠. ‘스윗’과 ‘소로우’가 반복되는 삶, 그 속에서 때로는 좌절하더라도 나만의 무엇으로 다듬어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제공 젬컬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