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코마(COMA)에 빠졌다. 몇 주가 지나도록 의식을 찾지 못했고 무한도전의 팬들은 피가 말랐다. 나 역시 그의 회복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회복 소식이 들리기도 전에 해를 품은 달까지 의식을 잃었다는 소식이 먼저 찾아왔다. 무한도전에 이어 해를 품은 달까지. 탐정소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장안의 최고 인기인들을 연이어 코마에 빠트린 이는 누구인가.
[이종산의 이슈탐정소] 무한도전 코마 유도사건
MBC 주변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MBC 주변 분위기는 흉흉했다. “박성호 기자회장이 해고됐다며?” 지나가는 사람의 말이 들렸다. MBC 51년의 역사에 기자회장이 해고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이번 사건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징계를 받은 것은 기자회장만이 아니었다. 기자회장이 해고된 지 닷새 만에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이 해고되고 보직 사퇴자를 포함한 7명이 정직 2~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MBC에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단서를 찾아 무작정 여의도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KBS 여의도 본관에 닿았다. KBS가 시끄러웠다. “국민만이 주인이다.” 이런 소리가 들렸다. 그곳에서 KBS 새 노조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무서운 일을 목격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스스로 약을 마시고 잠들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지지하는 SBS 노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둬요.” 나는 닥치는 대로 붙잡고 말렸다. “지금 잠들지 않으면 곧 완전히 죽게 돼요. 지금 잠들어야 살 수 있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믿음에 굴복했다. 누구도 그들을 말릴 수 없었고 구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구하려 애쓰고 있었다.

무한도전을 코마에 빠트린 것도 물론 무한도전 자신이었다. YTN과 18개 지역 MBC 노조들도 파업을 선포하면서 코마 사태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그들을 궁지로 내몰은 거대한 힘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달의 시사이슈 & 키워드 다시 읽기
방송 3사 동시 파업

- 지난 1월 MBC 기자협회의 제작 거부로 시작된 MBC 파업이 KBS, YTN의 총파업으로 확산. 언론 노조 차원의 연대 파업이 아닌 주요 3사의 동시 파업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알려짐.

-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 KBS 노조는 ‘부당 징계 및 보도본부장 임명 철회’, YTN 노조는 ‘배석규 사장 연임 반대’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

- 각 방송사 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고 공정치 못한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친정부 성향의 사장이 임명된 이후 편향적인 보도가 많아지며 시청률 악화로 이어졌다는 주장.

- 이에 대해 회사 측은 4월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불법 파업이라고 주장. MBC 측은 파업 한 달째인 지난 2월 2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한 데 이어 3월 5일에는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하고 보직 사퇴자를 포함한 7명에게 정직 2~3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등 강경하게 대처.

- 파업의 장기화 여파로 MBC는 뉴스 프로그램을 단축 편성하고, ‘무한도전’ ‘해를 품은 달’ 등 대표 프로그램도 잇따라 결방되는 등 방송에 차질이 빚어짐.




이종산

사건의 여파를 추적하는 이슈탐정소장. 잡글이라면 다 쓰는 잡문쟁이. 한량 생활에는 염증이 나고 샐러리맨이 되기는 두려운 졸업 유예자로 캠퍼스를 어슬렁대고 있다. role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