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촌스럽게 ‘첫 경험’을 운운하느냐고, 그런 건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단순히 인생을 통틀어 겪게 되는 첫 섹스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당신이 뜨겁게 안고 싶은 바로 그 사람과의 첫 섹스야말로 일생일대의 첫 섹스와 마찬가지로 뜨겁고 경이로울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지금 사랑하는 그 혹은 그녀와의 섹스를 앞두고 있는 당신을 위한 특별한 이야기.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첫 섹스의 장소
남자에게는 행위 그 자체가, 여자에게는 그 행위를 둘러싼 일종의 ‘공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 남자들에게 한 가지 충고하고 싶은 건, 여자들은 한 남자와의 첫 섹스의 정황이 어떠했는지 남자들보다 훨씬 상세하게 기억한다는 점이다. 그녀와의 첫 섹스에서만큼은 공을 들여 장소를 섭외하란 뜻이다.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그녀와 첫 섹스를 하는 장소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여자들은 첫 섹스에 크게 의미를 두기 때문에 럭셔리한 호텔이나 교외의 펜션에서 로맨틱하고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길 바란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전 그녀와의 첫 섹스가 아주 동물적이고 드라마틱한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녀를 위해 한 번쯤은 특별한 장소를 구해볼 생각은 있지만 ‘그 장소가 아니면 안 돼’라고 하거나 매번 특별한 장소를 원한다면 좀 짜증날 것 같아요.”-24세 남자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3개월 된 남자친구와 이번 달 안으로 섹스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친구들처럼 꼭 럭셔리한 호텔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늘 왔다 갔다 하는 동네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첫 섹스를 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섹스를 하고 나면 많이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절반, 어쩐지 서글픈 느낌이 절반이더라고요. 섹스를 마치고 나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고 서로에 대해 도란도란 수다도 나누고 싶은데, 시끄러운 도심에서 어두운 모텔 골목을 빠져나오는 건 영 그림이 안 좋을 것 같아요.”-23세 여자



첫 섹스의 액션

난생처음 하는 섹스도 아닌데 뭐 특별할 것이 있을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둘 다 첫 경험이 아니니 현란한 테크닉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게 낫다고 넘겨짚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할 것, 둘만의 첫 섹스는 오로지 그 순간, 한 번뿐이라는 것을. 그 첫 섹스의 액션을 두고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까?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얼마 전 사귀기 시작한 그녀와 처음으로 섹스를 하게 된다면 그녀가 너무 소극적이지만은 않았으면 해요. 일생일대의 첫 섹스라면 좀 어설픈 점도 많겠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말이에요. 어쨌든 두 사람 모두 특별하고 가슴 벅찬 기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같은 거 아닌가요? 괜히 서로 눈치 보거나 하지 말고 솔직하게 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서로에게 막 빠져드는 그런 느낌으로요.”-27세 남자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제가 첫 섹스 때 남자친구에게 원하는 건 온몸을 제대로 애무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몇몇 남자친구와 섹스를 해보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애무 패턴이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는 거였거든요. 키스하면서 가슴 만지고, 그러다 가슴에 키스 좀 하고, 바로 인터코스를 시작하는 식이죠. 제 친구가 얼마 전에 만났던 남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키스를 퍼부어 주었다던데. 그런 애무를 바라는 게 너무 무리인 건가요? 하여간 성의가 부족한 남자는 별로예요.” -25세 여자



첫 섹스의 멘트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상대방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달달한 이야기를 하거나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첫 번째는 효과가 좋겠지만 적어도 두 번째를 택한다 해도 중간은 간다는 것을 기억하라. 여자의 사례에서처럼 괜히 멋쩍다는 이유로 엄한 소리 하다가는 첫 섹스를 하자마자 바로 이별을 당할 수도 있다.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가장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여자친구와 처음 섹스를 하던 밤이 생각나요. 그녀는 분명 연애도 많이 했고 그래서 저와의 섹스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날 밤이 마치 처음인 듯한 달콤한 멘트들로 저의 애간장을 녹였죠. ‘아, 너무 떨려’ ‘그대, 나 좀 어떻게 해줘’ 뭐 그런 멘트들이요. 그녀는 남자가 원하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아프게 하지 마’ ‘뒤로 해주면 안 돼?’ 그런 말을 첫 섹스부터 하는 그녀라면 왠지 조금은 싫어질 것 같아요.”-25세 남자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아주 오래전 사귀었던 남자친구는 저와의 첫날밤 무척이나 황당한 멘트로 저를 놀라게 했죠. 그도 저도 서툴었기 때문에 뭔가 낑낑거리고 있는 상태였고, 저는 특히 느낌을 제대로 못 느끼던 터라 조금은 무표정한 상태로 있었거든요. 그때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그러더군요. ‘왜 그렇게 무표정해? 너 혹시 불감증이야?’ 그 말을 들은 후로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어요. 어쩌면 그와 오래 사귈 수 없었던 건 첫날밤의 불쾌한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첫 섹스 때 여자는 정말 많이 긴장하니까, 그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도록 남자가 훨씬 많이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24세 여자



첫 섹스의 대화

평상시 대화할 때도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말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직접적인 대화법을 선호하는 남자와 넌지시 사인을 보내고 그 사인을 남자가 알아서 독해해주길 바라는 여자가 만나면 그 대화가 잘될 리 없기 때문. 그렇다면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대화란 어떨까? 대표적인 그들의 멘트를 모아봤다.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얼마 전에 그녀와 첫 섹스를 했는데 솔직히 좀 놀라웠어요. 저는 그녀와 정말 달콤하고 평생 못 잊을 만큼 짜릿한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 여러 가지로 공을 들였는데 그녀는 그냥 둘이서 취미로 스포츠를 하는 것 같은 정도의 분위기더라고요. 한참 피스톤 운동 중인데 ‘뒤로 해줄래?’ ‘우리 끝나고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그녀를 보고 내가 테크닉이 많이 부족한 건 아닌가 하고 한동안 자괴감에 시달렸죠.”-21세 남자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저는 작년에 일생의 첫 섹스를 당시 남자친구와 했어요. 그는 경험이 많은 남자였고 저는 난생처음이니 무척 상황이 달랐죠. 그런데 그날 새벽에 그가 요구한 건 놀랍게도 애널 섹스였어요. 물론 그것 자체가 너무 변태적이라거나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두 사람이 원하면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첫 섹스는 로맨틱해야 하잖아요. 특별한 체위나 좀 센 체위보다는 노멀하고 부드러운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 결국 거절했지만 덕분에 분위기는 매우 싸해졌던 기억이 나네요.”-22세 여자


애프터 섹스

섹스 후 많은 남자들이 거부할 수 없는 피로함에 잠에 곯아떨어지곤 한다. 하지만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 그것임을 기억할 것. 여자들은 남자가 사정 후에 겪는 극도의 피로감을 이해하고, 그가 좀 더 스위트한 액션을 펼칠 수 있게 유도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첫 섹스 후에 가장 하고 싶은 건 그녀와 로맨틱한 샤워를 즐기는 거예요. 서로의 몸을 제대로 만난 첫날의 의식 같은 거죠. 하지만 지금까지 몇 번 시도해봤는데 환영하는 여자는 많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몸매에 대한 걱정 때문이겠죠? 하지만 정말 그녀를 좋아한다면 섹스 도중이나 섹스 후에 몸매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해요.”-24세 남자
[LOVE] 첫 섹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는?
“전 남자친구는 섹스가 끝나고 침대에 누워서 담배를 피우곤 했어요. 사정 후에는 담배가 그렇게 당긴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바로 1분 전까지 뜨거운 체온을 나누던 남자가 갑자기 혼자서 공허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면 저는 뭘 어떻게 하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샤워를 해야 하나? 아니면 자는 척을 해야 하나? 그가 최소한 저를 따스하게 안은 채로 담배를 피기만 했어도 둘이서 도란도란 수다도 나누고, ‘이렇게 해줄 때 정말 좋았어’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23세 여자



Think About This!

자, 이쯤 되면 첫 섹스를 두고 어떻게 준비할지, 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테크닉을 구사해야 하는지, 섹스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상대방과 시간을 보내야 할지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바로 피임이다. 지갑 속에 콘돔을 갖고 다니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지키고, 또한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먼저 피임에 대해 말하기를 멋쩍어하고 두려워한다. (25세 이상을 대상으로, 즉 대학을 졸업하거나 결혼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하는 층을 대상으로 설문해도 이 수치는 대동소이하다.) “콘돔 쓰자”라고 흔쾌하게 말을 건네는 남자, “내 것은 다 썼는데 우리 이번에 새로운 걸 골라볼까?”라고 답하는 여자. 그런 남녀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섹스 라이프는 훨씬 즐거워지지 않을까? 첫 섹스의 로맨스와 피임에 대한 책임의식은 남녀 모두 마음속에 절반씩 갖고 있어야 한다.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이자 연애·성 칼럼니스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