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취업하기

대중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연예기획사는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신비의 일터’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자,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 전역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 그러나 이들 회사에 입사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는데…. 국내 유명 음반기획사를 중심으로 연예매니지먼트사 채용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지난 1월 취업 포털 ‘사람인’에 국내 3대 연예매니지먼트사 중 한 곳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모집 부문은 음악사업부. CD, DVD, 화보 등 YG 소속 아티스트와 관련된 상품을 제작하고 음반 및 공연 프로모션을 기획할 담당자를 찾는 자리였다. 단 1명을 뽑는 데 접수된 지원서는 무려 478장. 서류 전형과 두 차례의 면접 전형을 거치는 동안 477명의 지원자가 탈락했다.

또 다른 대형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 번 공고를 낼 때마다 채용인원의 300~400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린다. JYP 인사담당자는 “지난해 네다섯 차례 사원을 모집했는데 인기가 많은 마케팅 직군의 경우 경쟁률이 500 대 1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평균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할 만큼 지원자 숫자가 월등히 많다 보니 서류 전형을 통과해 1차 면접에 올라가는 지원자의 비율은 사실상 10~15%에 불과하다. 수백여 명의 지원자가 서류 전형에서부터 고배를 마시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예매니지먼트사(연예기획사)의 채용 기준에 대한 다양한 루머도 흘러나온다. 취업 커뮤니티에는 ‘OO엔터테인먼트 면접에 가보니 죄다 해외 유학파들만 와 있었다더라’ ‘국내 유명 대학을 나와 최고 수준 스펙을 갖춘 아무개도 서류 전형에서 물을 먹었다더라’ 하는 후기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것이 궁금하다] 줄줄이 낙방… 연예기획사 취업의 정답은?
[이것이 궁금하다] 줄줄이 낙방… 연예기획사 취업의 정답은?
서류에서만 90% 탈락, 높은 취업 문턱

국내 대표 연예매니지먼트사인 SM, YG, JYP를 비롯해 대부분의 기획사에선 시기를 정해놓지 않고 공석이 날 때마다 수시로 채용을 진행한다.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상 신입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이 많고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한 자릿수 채용이 대부분이다.

수요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연예매니지먼트사의 문을 기웃거리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을 전후로 한류 붐이 일면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 일반 기업과 달리 자유로운 근무 환경, 연예인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이용해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재미도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예매니지먼트사의 사업 분야는 아티스트 관리, 마케팅 및 홍보, 신인 발굴 및 육성, 유통 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엔 해외 유통, 방송 제작 등의 신사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매니지먼트사가 많아지며 채용 역시 다양한 직군에서 이뤄지는 추세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로 진출한 기획사가 많아지면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역량을 보기도 한다. JYP 인사담당자는 “외국어 능력이 주로 필요한 곳은 해외 지원 업무를 하는 마케팅 부서”라며 “해외 유통 사업 분야와 캐스팅 매니저 역시 전반적으로 의사소통 능력은 갖추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DSP엔터테인먼트 인사담당자도 “기본적으로 일본어가 가능하면 우대하고 중국어도 할 수 있으면 좋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궁금하다] 줄줄이 낙방… 연예기획사 취업의 정답은?
“좋은 스펙보다 업계 이해도 여부를 체크한다”

연예매니지먼트사의 좁은 채용문을 통과하려면 또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연예매니지먼트사 인사담당자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고스펙’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학력과 어학 점수에 부족함이 없는 ‘고스펙’ 지원자들이 많이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펙이 낮더라도 지원한 업무에 대해 명확한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가 성의 없는 이력서를 낸 높은 스펙의 지원자보다 면접 기회를 많이 얻는다는 조언이다.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인사담당자는 “해외 대학 출신 지원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학력만을 기준으로 뽑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대학 시절 음악 관련 동아리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사람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대중문화와 관련된 음악 동아리나 댄스 동아리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지원자는 대중문화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학력자들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DSP엔터테인먼트의 인사담당자는 “신입으로 가장 많이 뽑는 직군이 현장매니저, 캐스팅 매니저인데 업무 특성상 노동 강도는 센 반면 연봉 수준은 낮아 고학력자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요한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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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도 빈익빈 부익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소수의 대형 연예기획사가 분점하고 있듯 연예매니지먼트 채용시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두드러진다. 국내 3대 기획사 중 한 곳의 인사담당자는 “직원 1~2명을 뽑는 데 최소 500~600명이 몰린다”며 “해외 유학파도 많이 올뿐더러 외국인들도 수시로 입사 문의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3대 대기업에 다니던 지원자가 기존 직장보다 훨씬 낮은 연봉 수준인데도 지원해 입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에 비해 3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중소 규모 연예기획사의 인사담당자는 “채용을 진행할 때마다 20명 정도가 지원한다”며 “대학생들이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에 관심이 많다는 건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연예기획사 취업 선호 요인을 묻는 질문에 “사회 분위기가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야 하니까 졸업하고 그저 여기저기 서류를 넣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것이 궁금하다] 줄줄이 낙방… 연예기획사 취업의 정답은?
글·사진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