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술 문화 우리에게 맡겨라”
순천향대 절주 동아리 ‘소쿨이’ 소쿨이. 만화 캐릭터 이름처럼 친근한 이 동아리의 이름은 사실 ‘소주와 쿨하게 이별하는 법’의 줄임말이다. 지난 2009년 결성된 길지 않은 역사에도 대한보건협회에서 선정한 우수 절주 동아리로 2년 연속 뽑혀 최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연혁을 자랑한다.
“대학에 입학한 뒤 처음 떠난 엠티에서 술을 강권하는 문화 때문에 고생하던 친구를 보고 소쿨이 가입을 결심했다”는 회장 유혜정(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 3) 씨는 “술을 줄이자는 뜻의 ‘절주(節酒)’ 캠페인을 아예 술을 끊는다는 의미의 ‘절주(絶酒)’로 받아들이는 학생이 많아 캠페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재미있는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면서부터. ‘술자리는 3시간 이내로 끝내고, 상대에게 술을 3번 이상 권하지 않고, 매달 3일은 절주데이로 삼는다’는 ‘3·3·3 구호’를 만들어 알리고, 고전 ‘별주부전’을 ‘간이 나쁜 토끼가 절주로 건강을 되찾은’ 이야기로 각색해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꾸준한 노력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져 지난해 축제 개막식에선 학생회장이 절주 선언식을 하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술 없는 OT’로 진행하는 등 학교 분위기가 바뀌어가고 있다고. 유 회장은 “현재는 보건행정경영학과 학생이 대부분이지만 올해부턴 모든 학과에서 신입 회원을 선발할 예정”이라며 “생활 속의 절주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알리는 데 계속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향(香)이 좋은 사람 여기 다 모여라”
대학연합 향수 동아리 ‘향연’ “향수 동아리라고 하면 여학생들만 있는 동아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체 회원 중 남학생 비율이 30% 가까이 돼요.” 향수연합동아리 ‘향연’의 회장 박세민(한양대 전기제어공학 4) 씨의 말이다. 향연의 활동은 향수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는 스터디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신입 회원이 되면 매주 한 차례씩 모여 향수의 농도에 따른 구분법, 향수를 나누는 기준, 향수 원료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국내 대학 중 학부 수업에서 향수에 대해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향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남녀 관계없이 열성적으로 스터디에 임한다고.
학기를 마친 뒤 진행되는 향수 제작도 향연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서울 시내에 있는 조향 전문 학원을 찾아가 직접 향수 제작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향연’이 만들어낸 향수가 수십여 개에 달한다.
그 밖에도 향수 전문 잡지의 의뢰를 받아 신제품 향수의 시향과 리서치 조사를 맡는 등 향수에 관한 모든 활동에 다양하게 관여한다. 향수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들이 졸업 후 남다른 스펙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OB 회원 중에서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 조향팀에 입사한 사례가 많다고.
박 회장은 “전공에 관계없이 향과 관련한 업종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향수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문화적인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동아리”라고 향연을 자랑했다.
“몸짓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
서울예대 마임 동아리 ‘판토스’ 서울예대 판토스(PANTOS)는 올해로 21년째를 맞는 국내 유일의 대학 마임 동아리다. 국내에서 마임을 공식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일까, 전공을 불문하고 학생들이 판토스에 보내는 관심이 뜨겁다. 매년 3월 동아리 발대식을 통해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마임을 배우고 싶다며 찾아오는 새내기가 200명 가까이 된다는 후문. 물론 그중에 끝까지 살아남는(?) 인원은 20명 남짓이다.
판토스 회원들은 매년 10차례 이상 무대에 오른다. 동아리 발대식, 워크숍, 축제 등의 학교 행사 외에도 춘천 마임축제, 안산 거리극 축제에 정기적으로 참가한다. 외부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회원들이 흘리는 땀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판토스의 손우민(서울예대 연기 2) 회장은 “기본적으로 1~2달 동안 준비하는데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습하고 밤을 새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함께 있는 만큼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힘들지만 즐겁게 연습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 사물을 있는 것처럼 연기하며 상상력을 키우고,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는 것도 마임 동아리를 하면서 얻는 점이다. “졸업 후 연극이나 마임 무대로 진출하는 선배들도 많다”고 손 회장은 귀띔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마임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마임은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예술이죠. 진짜 마임이 궁금한 분들은 저희 공연을 보러 오세요.”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Ⅰ사진제공 각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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