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몇몇 공기업의 면접관을 하면서 겪은 열린 채용의 면접 현장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일반 면접과 큰 차이는 예전에 비해 지원자들의 연령이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은 지원자 유형을 근거로 추정할 수 있다.


유형 1 졸업 유예자 증가

우리나라 대학생이 졸업 후 첫 직장을 잡는 평균 기간이 2010년 발표에선 10개월, 2011년 발표에선 11개월이었다. 여기엔 졸업 유예와 같은 5학년은 빠지기 때문에 실제는 12개월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이런 대학 졸업자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고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유형 2 대학원 석사 학력자의 지원 증가

과거에 대학원 진학자들은 박사과정 진학이나 석사 별도 채용에 많이 지원했는데, 최근엔 대학원 진학 동기가 취업 준비기간인 경우가 상당히 많아져서 공기업으로 방향을 잡고 취업 준비를 해온 지원자가 늘어났다.



유형 3 2년 미만 경력직들의 지원 증가

중소기업에 입사 후 비전과 처우에 대한 불만으로 공기업 준비를 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지원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연봉과 회사 이름만 보고 입사했던 대기업 2년 미만 직장인들도 경력직 이직보다는 정년에 대한 안정성이 높은 공기업 신입직을 선호를 하고 있다.



유형 4 공공기관 인턴십 수료 후, 정규직 전환 희망자 증가

실제 공공기관 인턴십 수료자를 정규직 전환시키는 공기업은 많지 않다. 있는 곳도 100%가 아닌 일정 비율만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해당 기업 인턴십을 수료한 지원자들은 조직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실제 면접에서 다른 지원자에 비해 답변 내용과 업무 이해도가 높았다.
[이우곤의 잡 멘토링] 열린 채용 확대 누구에게 좋은 일?
그렇다면 이들이 채용 시장에서 대학생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열린 채용 확대, 역량평가 중심의 채용 확대는 전통적인 연령대별 입직 과정을 바꾸고 있다. 직장만 괜찮다면 경력, 나이, 학력은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졸업예정자인 대학 4학년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조직 이해도와 직장 예절, 즉 면접 답변과 스킬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앞에 언급한 유형이 아닌 일반적인 경로로 졸업하는 4학년 학생들은 실전 면접 경험도 부족하고, 기업에 대한 이해와 실무 경험이 약하기 때문에 면접에서 일반적인 답변과 의지만 강한 답변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무자료 면접(블라인드 면접)과 같은 상황에서는 경험 많은 앞의 유형자들이 절대 유리하다.

즉 몇 년 전에 졸업한 선배들이 후배들과 같은 면접 자리에서 경쟁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고, 이는 세대 간의 경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열린 채용을 하더라도 청년층이 합격률이 높은 편이지만, 이런 채용 추세가 확대되고 경력직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나이와 상관없이 파고들기 시작한다면, 신입직 시장에서 신입직은 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어쩌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경력직 위주의 채용 프로세스가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확대될지 모를 일이다. 열린 채용이 확대될수록 당신이 유리할지 불리할지 생각해볼 시점이 됐고, 불리하다면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열려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는 의미이고, 준비할 사항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KTV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MC.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