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사무실·전문가 멘토링 ‘아낌없이’


대학생 창업 공모전 올 가이드

창업은 황무지에서 새로운 성을 쌓는 일이다. 탄탄한 기반이 만들어져 있는 직장에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준비와 신중한 선택을 필요로 한다. 도전 정신도 필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세상의 ‘호감’이다. 소비자가 좋아할 아이템인지 아닌지 검증을 받아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미래의 사장님을 꿈꾼다면 각종 창업 공모전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평가받고 창업을 현실로 만드는 데 이만큼 유용한 통로가 없다.
'2011 아시아대학생 창업교류전'에 참가한 각 국 대학생들이 4일 베이징에서 조별 미션 수행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
'2011 아시아대학생 창업교류전'에 참가한 각 국 대학생들이 4일 베이징에서 조별 미션 수행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
취업 대신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사를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시켜 사업가 반열에 뛰어오르는 이들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창업은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전문 지식과 경험, 꼼꼼한 준비 없이 시작했다가 낙담하고 마는 이가 부지기수다. ‘과연 내 아이디어가 창업에 적합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이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특급 도우미가 있다. 바로 민간기업·공공기관이 개최하는 창업 공모전들이다.

예비 사장님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평가해 ‘될 성 부른’ 아이템을 뽑고, 실제 사업에 이르도록 돕기도 한다. 이상헌 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장은 “아이디어와 패기만 가지고 도전하기엔 창업 시장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다”면서 “다양한 창업 공모전에 도전해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업 계획을 평가받는다면 훨씬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창업 공모전은 일 년 열두 달 꾸준히 열린다. 정부가 취업에 몰려 있는 청년 수요를 창업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만큼 공모전 종류나 혜택이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자신이 준비하는 창업 아이템에 적절한 공모전을 찾아 준비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 공모전 자체의 ‘스펙’도 따져봐야 한다.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 2002년 시작된 창업 공모전의 ‘원조’.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KT&G가 협찬하며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등의 대학(원)생들이 창업 아이디어의 자웅을 겨루는 기회다. 이 창업교류전의 경쟁률은 보통 10 대 1을 웃돈다. 많을 때는 10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2012년 대회가 학교 대항 토너먼트 형식으로 바뀌었다는 것. 학과장, 산학협력단장 등 학교 내 유관 부서장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지나친 경쟁률 상승을 막고 학교 내에서 미리 검증한 아이템을 모아 대회를 열기 위함이다.

인기의 비결은 빵빵한 혜택에 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지식경제부장관, 중소기업청장, 한국경제신문 사장 명의의 상장과 메리츠종금증권 인턴십(1등) 기회가 주어진다.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면 상금 1000~2000달러가 주어진다. 여기에 아시아 각국의 청년들과 함께 지내며 아이템 발표대회를 함께하고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박재균 한국경제신문 미래전략부 차장은 “자신만의 창업 아이템을 평가받는 것은 물론 각국의 또래 청년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서 대학생들의 관심이 많다”면서 “대중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아주 작은 아이디어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2012년 행사의 참가 신청은 11월 12일까지 진행된다. 12월까지 40명의 한국 대표를 선발하고 2012년 3월에는 각국 대표 140여 명이 모두 모이는 4박 5일의 본선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창업가이드]너의 기업을 여기서 시작하라!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창업경진대회
2000년 서울대 유일의 벤처 동아리인 ‘서울대학교 학생벤처네트워크(SNUSV)’의 이비호(이투스 공동창업자) 회장과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대회다.

2007년부터 대회 명칭을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창업경진대회’로 개정하고 참가 대상을 대한민국의 전체 대학(원)생으로 확대했다. ‘대학생의, 대학생에 의한, 대학생을 위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열린 제11회 대회에는 80여 개 대학 156팀 506명이 참가했다. 올해는 지난 10월 3일 원서 접수를 마감했고 11월 26일 결과를 발표한다.

이 대회의 취지는 독창적이고 사업성이 뛰어난 사업 모델을 소유한 미래 기업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실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있다.

상금 위주의 시상이 아니라 실제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주는 게 특징이다. 올해 대회부터 창업에 대한 의지를 보는 항목을 평가에 포함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예선에서 선발된 10여 팀은 멘토를 지정받아 자율 멘토링 기간을 갖는다. 이후 본선에서 수상자를 가리는 방식. 창업에 열의를 가진 대학생이 실전 경험을 갖춘 멘토의 도움으로 실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회 참가 분야는 단순하다. ‘모든 분야의 참신하고 발전성 있는 벤처 창업 사업계획’이면 된다. 수상자에게는 200만~1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공동 주최사인 엔씨소프트, 블루런벤처스의 우선 투자 심사 기회와 창업보육센터 우선 입주권, 창업 컨설팅 지원 등이 주어진다.
[창업가이드]너의 기업을 여기서 시작하라!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소상공인 분야의 새로운 유망 소자본 창업 아이디어를 찾는 대회로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원이 주최한다. 대학생을 포함한 관심 있는 모든 이가 참여할 수 있으며 적합성, 성장성 및 수익성, 국내 도입 용이성, 실현 가능성, 시장 파급력 등 다섯 가지 항목의 평가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총 4명을 선발하며 각각 소상공인진흥원장상과 100만~300만 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올해 공모전에서는 ‘출타 군인 의류 대여업(나재호 씨)’ 등 4건의 아이디어가 수상했다.
[창업가이드]너의 기업을 여기서 시작하라!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 서울특별시가 진행하는 예비 청년 창업가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9년 창업을 꿈꾸는 20~30대 청년들에게 창업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취지로 시작해 대표적인 청년 창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6월 졸업한 2기의 경우 총 871명의 청년 창업가 배출과 함께 482개 기업 창업, 248억 원의 매출, 603건의 지적재산권 등록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창업에 필요한 물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선발된 청년 사업가에게는 강북, 강남에 위치한 창업센터에 10㎡의 공간과 집기, 회의시설, 자료실 등을 무상 제공한다. 또 정기 평가에 따라 월 50만~100만 원의 활동비를 지원한다. 여기에 창업·세무·회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의 컨설팅도 제공한다. ‘사장님’을 만드는 모든 환경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식창업, 기술창업, 일반창업으로 분야가 나뉘어 있으며, 매년 4~5월에 모집 공고가 발표된다.



소박하지만 대중성 있는 아이디어가 ‘최고야’

일반 공모전의 부상은 상금이나 상패, 인턴십 등 기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창업 공모전은 직접 사업을 한다는 전제가 있는 만큼, 다양하고 막강한 부상이 따른다. 이렇다 보니 해마다 참가 신청자 수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상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 공모전 주최 측의 심사 포인트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는지와 함께 예년의 입상작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거창한 무엇’보다 소박하지만 대중성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잘 통한다는 것.

또 지원자의 창업 의지를 내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 CEO 50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충남문화산업진흥원 배영철 기반조성팀장은 “창업 희망자의 추진 의지, 현실화 가능성 파악에 중점을 둔다”면서 “세부적으로는 목표 설정 및 실현 가능성 여부, 마케팅·홍보 전략, 사업 모델의 발전 가능성 등을 눈여겨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이템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사업을 꾸려갈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창업경진대회도 올해부터 창업 의지를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창업가이드]너의 기업을 여기서 시작하라!
입상자인터뷰
[창업가이드]너의 기업을 여기서 시작하라!
이태영(2010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 2등)
“작은 아이디어가 큰 울림 준다”

지난해 열린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에서 2등을 차지한 이태영(고려대 경영) 씨는 한국경제신문을 보다가 광고에서 처음 이 공모전을 접했다고.

“경영학 전공이라 창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 대회가 열린다는 걸 알았죠. 친구와 함께 ‘인셉션’이라는 팀을 만들어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을 면밀하게 분석해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했습니다.”

쟁쟁한 아이디어들을 제치고 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한 인셉션 팀의 아이템은 헌책을 이용한 창업 아이디어다.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또 친구들의 이사를 도와준 경험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수많은 책을 버려야 하는 게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이 책들을 유통할 만한 채널을 만들어서 대학생들이 손쉽게 중고 도서를 거래할 수 있게 한다면 생활비 중 책값을 일부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게 출발이었죠. 다양한 책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효과라고 기대했습니다. 각 학교에 헌옷 수거함처럼 책 수거함을 설치해 책을 수거한 뒤, 온라인에서 책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까지 아이디어를 확장했죠.”

인셉션 팀의 아이디어는 대중적이면서도 접근이 쉽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이 씨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창업 공모전은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기회입니다. 공모전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상품화된 사례가 아주 많아요.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실제 금융 투자 등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도전해보세요. 뜻밖에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답니다!”.



김성주(충남문화산업진흥원 ‘청년 CEO 500 프로젝트’ 참가)
창작·제작·홍보 등 동시에… “지원 제도 200% 활용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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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아이템을 곧장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모전이 꽤 많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청년 CEO 500 프로젝트’도 여기에 해당한다. 웹툰 작가 김성주 씨는 ‘청년 CEO 500 프로젝트’ 2기 출신으로, ‘엄지곰 Project’라는 작품으로 창업 지원을 받고 있다. ‘엄지곰 Project’는 지문을 이용한 만화, 캐리커처, 전시 등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웹툰 ‘별 볼일 없는 엄지곰 이야기’와 홍대 프리마켓에서 진행 중인 ‘엄지곰 핑거프린트 캐리커처’가 그의 주력 아이템이다. 군복무 시절 인주와 포스트잇으로 그린 낙서에서 지금의 사업이 시작됐다. ‘청년 CEO 500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산업에 한발을 들여놓으면서 독자와의 소통도 시작했다.
[창업가이드]너의 기업을 여기서 시작하라!
“창업 지원을 받게 되면서 현재 웹툰 창작은 물론 제품 제작, 홍보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그만큼 성과도 커졌고요.”

현재 그는 웹툰 캐릭터를 이용한 아트 상품과 더불어 강의, 일러스트 등을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 같은 지원을 받는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위로와 격려, 용기를 얻고 있다고.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고민은 대동소이합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청년 CEO들과 교류하고 창업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도움이 돼요.”

그는 예비 청년 사업가들에게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싶어하지만 처음부터 무모하게 그곳을 오르지는 않지요. 작은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다 보면 자연스레 큰 목표에 다가서지 않을까요. 작은 목표들은 정상을 오르기 위한 베이스 캠프죠!”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김경림 대학생 기자(서울여대 사학 3)│사진 김경림·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