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전쟁이 돼버린 지 오래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스펙 쌓기에 열중하며 ‘묻지 마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설령 원하는 길이 아니라 해도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사는 오늘의 20대.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 307명을 대상으로 ‘대학 시절 가장 후회되는 것’을 조사했더니 ‘적성 파악과 진로에 대한 고민 부족’이 1위를 차지했다. 많은 이가 꿈과 현실 속에서 고민 중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는 청춘들이 있다. ‘무조건 취업’이 아니라 꿈을 향해 다시 첫발을 내딛는 ‘용자’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꿈을 위해 다시 뛰는 ‘용자’ 이야기] 삼성 버리고 맨몸으로 도전! “마이크야, 기다려” 등
삼성 버리고 맨몸으로 도전! “마이크야, 기다려~”

신지은
1985년 생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2009년 삼성그룹 입사 현 청와대 행정 인턴십

“10세 때 처음으로 마이크 앞에 섰어요. 창원 KBS 어린이 노래대회였죠. 학교 축제에서 마이크는 늘 내 차지였어요. 낯가림이 심했지만 마이크 앞에서는 예외였죠. 그렇게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꿈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기까지 정확히 25년이 걸렸어요.”

대한민국 대학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삼성그룹을 제 발로 박차고 나와 행정 인턴십을 하고 있는 신지은 씨. 그의 꿈은 오로지 마이크 앞으로 향해 있다. 바로 아나운서.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것은 전공 선택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아나운서를 꿈꿨지만, 적성이나 흥미 대신 무작정 점수가 제일 높은 경영학과를 택했어요. 그나마 마케팅 분야에 흥미가 생겨서 여러 공모전에 도전해 상도 꽤 탔어요. 고시 공부하는 친구 따라 행정고시 준비도 해봤죠. 하지만 역시 아니다 싶더군요.”

진로 문제로 많은 방황을 하다가 미련이 남는 쪽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아나운서 학원에 다니고 관련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친구들 대부분이 기업 공채를 준비하는 걸 보니 또다시 불안해졌다. 그래서 일단 ‘묻지 마’ 지원을 했다.

“삼성그룹 인턴십에 합격하고 이듬해 공채에도 합격했어요. 이게 진짜 내가 갈 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진로가 정해졌어요. ‘그냥 이렇게 취업해서 회사원으로 살아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한 자부심은 컸다. 적어도 명함 내밀 때만큼은 남부럽지 않았다. 입사 초에는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쉽기만 한 일은 세상에 없었다.

“재무팀을 지원했는데 해당 부서에 자리가 없어서 전혀 생각지 못한 부서로 배정받았어요. 스트레스에 허덕였죠. 어느 날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이 호응을 얻으면서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일할 기회를 잡았어요. 하지만 늘 마음속에는 제대로 시도조차 못해본 ‘꿈’이 꿈틀대고 있었어요.”

일에서 재미를 찾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는 하루하루였다. 통장은 살쪘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한편으로는 ‘내려놓기’에 대한 불안함이 컸다. 더구나 그 자리는 수많은 이가 간절하게 원하는 곳.

아나운서라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확실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출근 준비를 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번뿐인 인생, 알량한 봉급에 끌려다니며 살 수는 없다!” 이날 그는 ‘미래’를 선택했다.

사표를 던진 후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경험했다.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011년 청와대 행정 인턴십을 시작했다. 최고의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그는 ‘다양한 경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대학 시절 방황하며 시간을 보낸 것이 무척 아쉽기 때문. 한편으로 방송에 대한 꿈도 함께 키워가고 있다.

“지금 1, 2년 취업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조바심 내지 말았으면 해요. ‘안정된 직장에나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고 진로를 정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겠죠!”
[꿈을 위해 다시 뛰는 ‘용자’ 이야기] 삼성 버리고 맨몸으로 도전! “마이크야, 기다려” 등
평생직장 아닌 평생직업을 찾으련다!

김건우
1984년 생 단국대 교육대학원 석사 현 위니스 컴패니(Weni’s Company) 대표

대학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는 신지은 씨와 달리 김건우 씨의 대학 생활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공부 대신 여행과 아르바이트에 열중했다. 혼자서 땅끝마을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는가 하면, 방학 때는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떠났다.

또 백화점 판매원, 티켓 매니저, 콜센터 상담원, 커피숍 서빙, 공연 진행, 논술 강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교육대학원 졸업 후에는 중학교 사회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경험은 하고 싶은 일, 흥미로운 일을 찾는 과정이었다.

“단순히 돈을 벌자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죠. 그래서 늘 재미있게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 같아요. 여행도 마찬가지예요.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았죠.”

그는 취업 준비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대다수 대학생이 취업을 목표로 하지만, 그는 대학 1학년 때부터 ‘CEO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신입생 OT에서 한 강의를 듣고 나서 즉흥적으로 세운 목표였다. 그때는 그저 CEO라는 직함이 멋있어 보였지만 졸업을 앞두고 더욱 꿈을 구체화했다.

CEO라는 다소 막연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여러 경험이 필요했다.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지 스스로 알아야 하기 때문. 우선 마케팅, 홍보 분야에 관심을 뒀다. 언론홍보를 복수전공하면서 전국대학생 PR 연합동아리 PR’s 활동도 했다.

교육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논술 강사로 일할 때 느꼈던 성취감이 계기가 됐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건 아니다. 가르치는 일도 그의 다양한 경험 중 하나였다.

그 후 직장 생활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홍보 담당 모집에 지원해 합격한 것.

“흔히 말하는 ‘디시 폐인’이었어요. 어느 날 디시인사이드 홍보 담당 채용모집 공고가 뜬 걸 보고 얼른 지원했죠. 합격한 후 정말 재미있게 일했어요.”

‘안정된 직장’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사가 아닌 자신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고 무언가 이루고 싶다’는 꿈이었다.

그러던 중 바이럴 광고 마케팅을 접하게 돼 지금의 온라인 홍보대행 사업을 시작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위니스 컴패니(Weni’s Company)’의 CEO라는 명함을 갖게 된 것이다. 그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한 우물이 아니라 여러 우물을 파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딘가에 이끌려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삶의 목적을 찾아갈지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유학 가서 공부를 더하고 싶기도 하고, 외국에 진출해서 사업을 하고 싶기도 해요. 언젠가는 방송국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글 신지선 대학생 기자(서경대 유럽어학부 3)│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