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돈워리컴퍼니(‘걱정인형’ 제작·판매) 대표

‘걱정이 너무 많아 잠 못 이루는 날에 걱정인형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 인형이 걱정을 가져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단다.’

과테말라 고산지대 인디언들의 전래 동화를 전해 들은 김경원 대표의 머리에 번뜩 생각이 스쳤다. ‘이것을 알려야겠다.’
[청년 CEO 인터뷰] 진짜 ‘니즈’를 찾으니 저절로 사업이 되더라
“과테말라에서 부적처럼 사용하고 있는 걱정인형을 한국에도 전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하고 있던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을 했어요.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수익금으로 제3세계 아이들에게 축구공을 보내는 게 목적이었죠.”

이름하여 B캠페인(Don’t worry Be happy의 ‘B’를 땀) . 그것이 ‘돈워리컴퍼니’의 시작이 될 줄은 스스로도 몰랐다.

“사업을 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수익금을 제3세계에 주고 나니 이 일이 알려졌어요. 한 인터넷 서점에서 함께 판매를 하고 싶다고 제의를 해서 사업자등록 신청을 했죠. 인형을 구입한 사람들의 댓글, 후기가 퍼지면서 주문량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처음엔 혼자 재택근무를 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뜻이 맞는 지인들이 합류했다. 사무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강남청년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아 무상으로 사용했다.

“재료는 주변에 있는 소품을 활용했어요. 창업 비용은 0원에 가까워요. 이후엔 여러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컨설팅 교육, 직원 채용 비용 등의 지원을 받았죠.”

걱정인형은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돈워리워리닷컴(www.dontworryworry.com)’에 자신의 걱정을 적으면 이를 바탕으로 인형 제작에 들어가고, 5개의 인형을 설명서·주머니와 한 세트로 묶어 발송하는 식이다. 간혹 주문자가 밝힌 걱정에 대한 답장도 첨부한다. 제작의 키포인트는 인디언 걱정인형의 정신과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것.

“원시적인 느낌을 주려고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죠. 그리고 돈워리워리닷컴에서는 카드 결제를 하지 않아요.”

이런 이유 때문에 김 대표는 회사 운영에도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걱정인형을 상품으로 보지 않아요. 조잡하게 생겨서 상품 가치도 별로 없고요. 대신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죠.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돈워리컴퍼니에선 회사라는 말도, 직원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서로를 크루(공통의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라고 부른다. 목표 매출액도 없고, 매출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창업 1년 만에 서울시의 사무실 지원을 떠나 새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6월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직원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상업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온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털어놓는 걱정을 보면서 일종의 사명의식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이지만 일반적인 영리회사의 성격을 따르지 않고 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은 고객 만족’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대학생을 위한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사람들의 생각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저 역시 한국 사람들이 걱정이 많다는 흐름을 읽고 걱정인형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포장된 니즈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니즈를 찾아보세요.”

이것만은 기억하라

① 대박을 꿈꾸지 마라. 대박을 좇다 처음 목표를 잊어버린다.
② 창업 아이템에 경쟁력을 불어넣어라.
③ 맞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여라.


김경원

1983년 생
전직 독립영화 감독(작품명-감독은 말이 없다)
2010년 7월 돈워리컴퍼니 창업
직원 수 10명
www.dontworryworry.com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