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의 지름길로 통하는 인턴십. 여름방학 인턴십의 티켓을 거머쥔 당신은 지금 한껏 부풀어 있는가? 서류, 면접 평가를 뚫고 합격했다는 기쁨, 조만간 ‘정규직’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기대감. 이런 생각으로 즐거워할 그대에게 먼저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회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터. 대학 선배와는 또 다른 직장 선배와의 관계, 친구지만 경쟁해야 하는 동기들, 생각처럼 되지 않는 실무, 그럼에도 싫은 티 낼 수 없는 현실은 그대에게 고민 하나를 던져줄지 모른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고.

모두가 인턴십 서바이벌에서 살아남는 게 아니다. 누군가 남고,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 그렇다면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인턴사원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인턴 생활을 갓 시작한 당신과 인턴십을 꿈꾸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사랑받는 인턴의 조건’을 준비했다. 인턴십을 통해 입사한 선배와 인사담당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글로 배우는 인턴십’일지라도 알아두면 분명 약이 되리라.

인턴사원의 고민은?

인턴십만 세 개째. 28세 조성현 씨

“업무보다도 직장 상사와의 관계가 어려운 것 같다. 직급과 직책이 나눠져 있고 호칭도 다르다 보니 대하는 게 쉽지 않다. 동료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KT와 한국맥도날드에서 인턴십을 했는데 둘 다 우수한 인턴사원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조건이었다.

그렇다보니 인턴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보이지 않게 경쟁해야 했다. 스트레스의 요인이었다. 또 좀 더 많은 업무를 하고 싶은데 그걸 상사에게 얘기해야 할지, 주어진 업무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한 곳은 멘토링 제도가 있었는데 멘토 선배도 바쁘기 때문에 질문하는 게 민폐일 것 같아 망설였다.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같은 인턴사원에게 물어보고 일을 해결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한 협회에서 인턴십 중인데 실무를 많이 배우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싶다.”

한국경제매거진 인턴사원. 23세 이병인 씨

“일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지,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선 나 자신을 잘 알려야 신뢰가 쌓여서 선배들이 일을 맡길 것 같은데 언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 고민이다.

평소엔 다들 업무 중이라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대화해야 하는데 먼저 얘기를 꺼내야 할지, 듣기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하면서 모르는 것이 생길 때도 질문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또 출퇴근을 자유롭게 하라고 하지만 선배들이 다 앉아 있을 때 먼저 나가려면 눈치가 보인다.”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사랑받는 인턴의 조건’

조건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HR실 커리어개발팀장
[여름방학 인턴십 뽀개기] 사랑받는 인턴사원에겐 ○○이 있다?
1. 인성을 갖추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

인턴을 뽑을 때 주로 보는 것이 인성이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매사에 임하는지, 얼마나 긍정적인 자세로 조직에 적응하려 하는지를 본다. 학력, 영어실력 등 기본 능력은 인턴사원 모두가 우수하다.

‘나만 잘났다’라는 생각보다는 조직의 일원으로 팀워크를 잘 맞추려 하고, 기본적인 예의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현대카드·현대 캐피탈의 경우 인턴사원은 8주 동안 근무를 하는데 업무 역량 이외에 인성을 따로 평가한다.

2. 작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할 것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젊은 감각의 마케팅을 많이 하다 보니 간혹 인턴십 지원자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폼 나고 재미있는 일만 하려는 인턴사원이 적지 않다. 주어진 일은 무엇이든지 제대로 배우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신입에게는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허드렛일부터 열심히 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성실한 모습을 갖추는 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3. 밝고 쾌활한 모습으로 일할 것

주눅 들어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는 게 좋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안에서 최선의 의견을 제시하는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상사나 직장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해야 한다.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해서 공식적인 미팅 자리에 늦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인사를 하더라도 쭈빗쭈빗하는 것과 밝은 표정으로 낭랑하게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팀의 일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사회 초년생으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얼마나 잘 갖췄는지가 중요하다.

성공 사례 인터뷰

“근무 일지 작성하며 자가 점검했어요”

김지혜 씨 STX 인사팀·2010년 11월 입사

지난해 6월부터 5개월간 STX에서 인턴 생활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발탁된 김지혜 씨. 그가 말하는 인턴십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보고와 질문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을 시작하거나 마칠 때, 또 중간에도 지속적으로 보고를 하면 업무 피드백 외에도 여러 조언을 구할 수 있어요. 또 업무 방향을 잡거나 잘 모를 때는 많이 물었어요. 무조건 물어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본 후 질문했죠.”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준비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름방학 인턴십 뽀개기] 사랑받는 인턴사원에겐 ○○이 있다?
“어차피 인턴들에게 업무적으로 특출한 능력을 바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복사든 뭐든 작은 일이라도 충성스럽게, 완벽하게 해내는 자세가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 보고서 한 장을 쓰라고 했을 때 그 보고서의 목적이 무엇인지, 양식은 무엇을 사용할지를 먼저 생각했어요.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업무의 개선 사항까지 고민해보면서요.”

근면, 성실함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이지만 출퇴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인턴사원도 있기 마련.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했어요. 그날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리스트를 작성하고 준비하는 게 핵심이에요. 그래야 일하기도 수월하고 하루 일과를 마쳤을 때 자가 점검을 할 수 있어요.”

‘근무 일지를 작성하라’는 것이 김 씨가 강조한 대목이다.

“일주일 단위로 큰 계획을 세우고 하루하루 업무 리스트를 작성했어요. 업무, 관계, 조직 문화 등에서 개선하고 싶은 점을 적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안이나 아이디어를 작성해 시간이 생길 때 상사에게 ‘제가 이런 일을 해보겠습니다’ 하고 얘기했어요. 제 경우엔 상사가 기특해하면서 지원해줬어요.”

단지 ‘튀고 싶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역량을 개발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인턴 생활을 정말 즐겁게 했어요. 인턴사원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 좋았어요. 물론 인턴들 사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있었지만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배워 나의 플러스알파 요인이 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직장 상사와의 관계는 많은 인턴사원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자칫 꾸중을 들을 경우 의기소침해지기 십상이다.

“상사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을 파악하는 게 좋아요. 화를 잘 내는 성향이라면 그 스타일을 존중하는 거죠. 그러면 나에게 화를 내더라도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그냥 ‘저분은 저런 스타일’ 하면서 이해하게 되고 주눅 들지 않는 것 같아요.”

‘한 발 앞서 생각하기’도 김 씨가 힘주어 말하는 비결 중 하나다. 주어진 일을 기계적으로 하지 말고 ‘생각’을 하고 진행하면 사랑받는 인턴사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인턴사원은 받을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인사 잘하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먼저 다가가서 대화하며, 작은 음식이라도 나눠 먹으면 서로가 즐거워져요. 무엇보다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즐겁게 일하는 게 중요하죠. 그것이 스스로에게도 좋아요.”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