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반값 등록금’

서울 지역 한 여대에 다니는 A씨는 새내기 첫 학기를 등록금 마련을 위해 쏟아부었다. 평일에는 음식점에서, 주말에는 커피숍에서 일하느라 학점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성적도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았고 동아리 활동도 하지 못한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학교생활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데다 전공 공부도 흥미를 잃었다는 것. 그는 “등록금 때문에 학교생활이 엉망이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B씨는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조달하고 있다. 처음 이자를 낼 때는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 학기가 늘어날수록 이자가 점점 불어나 지금은 한 달에 5만 원이 넘는 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그에겐 주거 관련 비용도 큰 문제. 허름한 원룸에서 과 선배와 함께 살지만 월 40만 원 이상이 주거 및 생활비로 들어간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가 쉽지 않다는 그는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달려간다.
<YONHAP PHOTO-1050>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청년실업해결, 반값등록금 실현'을 주장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1.5.29

    jjaeck9@yna.co.kr/2011-05-29 16:45:2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청년실업해결, 반값등록금 실현'을 주장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1.5.29 jjaeck9@yna.co.kr/2011-05-29 16:45:2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뿔난 대학생들, 촛불을 들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생활고에 허덕이는 이는 A, B씨 외에도 수두룩하다. 연 10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웬만한 중산층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 등록금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학생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명확한 근거 없이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참다못한 대학생들이 뿔났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반값 등록금’ 운동이 대규모 촛불집회로 번지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2일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와 동국대 총학생회, 참여연대 등은 동국대 본관 앞에서 등록금 투쟁 선포식을 갖고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때부터 촛불의 불씨가 켜지기 시작했다.

이어 4월 4일에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등록금넷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었다. 이를 기점으로 각 학교 총학생회와 한대련, 등록금넷을 중심으로 ‘반값 등록금’ 요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개그맨 김제동, 배우 김여진 등 유명인과 일반 시민이 합세하면서 ‘반값 등록금’은 사회 전체의 대형 이슈가 됐다.

반값 등록금, 국민의 90%가 ‘찬성’

이러한 대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일반인의 생각은 어떨까? 참여연대와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7~8일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물었더니 응답자의 53.6%가 ‘무조건 찬성’이라고 답했다. 또 36.1%는 ‘조건부 찬성’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89.7%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반값 등록금을 실천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긴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세 부담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년제, 4년제 대학생 330여만 명의 연간 등록금 총액은 14조4000억 원이다.

이 중 정부가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금액은 4조 원 정도이고 나머지 10조 원은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을 온전히 국고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5조 원의 국가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에게 세금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등록금 지원 예산 증가 외에도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김연희(숙명여대 컴퓨터학과) 씨는 “당장 급하지 않은 대형 공사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이고 등록금 지원에 더 편성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대학의 뻥튀기 예산이 가장 큰 문제”

등록금 인하를 위해 세금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대학 경영의 투명화라는 의견이 많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고액 등록금의 원인을 △대학의 뻥튀기 예산 △불투명한 예산 운영 △천문학적인 적립금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대학생 중에도 대학 예산 활용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가 많다. 유혜진(연세대 교육학과) 씨는 “매년 등록금을 인상하지만 실제 학생들이 받는 교육·행정 서비스는 그대로여서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7월부터 대학 재정 배분과 집행 실태에 대한 대규모 특별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전환해 쌓아두는 것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반값 등록금 실현 방안은 많다

반값 등록금이 이슈화되면서 실제로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 정당과 대학, 시민단체, 언론사 등이 제시한 방안은 △부실 대학 통폐합 △학자금 대출 이자율 인하 △3년제 학사 과정 △대학 수익 사업 확충 △산학협력 확대 △기여 입학제 도입 등이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외부 장학금을 받은 경험이 있는 복다미(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씨는 “3년제 학사 과정은 일정이 빡빡해서 힘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 중에는 분명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 장학금 수혜 기준이 학점, 영어 실력 등 스펙 위주였다”고 전하면서 “경제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기여 입학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은 편이다. 신건수(연세대 법학과) 씨는 “기여 입학제는 현대판 음서제도로 악용될 여지가 크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자금 대출 이자율 인하는 찬성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조달하고 있는 임용수(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씨는 “대출 이자를 낮춰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가능하다면 무상에 가깝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거비 문제도 지적했다. “비싼 학비도 문제지만 지방 출신 학생에게는 주거비와 생활비도 큰 문제인 만큼 기숙사 확충 등으로 주거 문제만 해결해도 부담을 덜 것이다”고 말했다.
[Special Report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손 맞잡으면 가능해!”
프랑스·독일 등록금은 ‘거의 공짜’

고액 등록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의 사례를 연구해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은 대학 등록금이 무상에 가깝다. 독일의 경우 16개 주 가운데 11개 주에서 무상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도 등록금 수준이 연 50만 원을 넘지 않아 ‘공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유럽 선진 복지국가들의 사례는 한국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게 현실.

따라서 미국, 일본, 영국 등처럼 학자금 대출 이자를 대폭 낮추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체 기부금과 투자 수익을 확보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일본, 미국의 대학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의 대학 등록금 제도

UCLA students scream to protest a UCLA university Board of Regents committee voting to boost fees over two years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campus on Wednesday, Nov. 18, 2009. A UCLA Regents committee has approved a 32 percent increase in student fees at University of California campuses, sending the proposal to the full board for review. (AP Photo/Damian Dovarganes)
UCLA students scream to protest a UCLA university Board of Regents committee voting to boost fees over two years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campus on Wednesday, Nov. 18, 2009. A UCLA Regents committee has approved a 32 percent increase in student fees at University of California campuses, sending the proposal to the full board for review. (AP Photo/Damian Dovarganes)
미국_
사립대 기준 연 2000만 원이 넘어 학비가 매우 비싼 편. 한국처럼 비싼 등록금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소득 격차에 따른 부담 능력에 기초한 학비 보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학자금 대출 제도가 체계적으로 잘돼 있다. 기부금과 투자 수익이 많아 등록금 의존율이 낮은 편이다.

일본_사립대 기준 연 1000만~1500만 원으로, 물가가 한국보다 높지만 등록금은 비슷한 수준이다. 다양한 장학금 제도가 존재하고 기부금이 많다. 학자금 대출 이자가 무상에 가깝다. 수도권 대학만을 선호하는 한국과는 달리 학비가 싼 지방 국립대도 인기가 높다.

<YONHAP PHOTO-0164> Students hold banners as they pass the Houses of Parliament in central London during a demonstration against the rise in tuition fees, on January 29, 2011.  Protests are also taking place in Manchester in an attempt to force the Government to overturn their decision to change the way that fees are to be paid. AFP PHOTO/LEON NEAL

/2011-01-30 01:01:50/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Students hold banners as they pass the Houses of Parliament in central London during a demonstration against the rise in tuition fees, on January 29, 2011. Protests are also taking place in Manchester in an attempt to force the Government to overturn their decision to change the way that fees are to be paid. AFP PHOTO/LEON NEAL /2011-01-30 01:01:50/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영국
_학비는 연 600만 원 정도. 정부 재정 적자가 심화되면서 정부 예산을 줄이고 대학들이 학비를 올릴 수 있게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생 시위도 심각한 상황. 대부분의 학생이 학자금 대출로 학비를 조달한다. 고소득층은 높은 이자를 부담하지만 저소득층은 이자를 거의 내지 않는다.

독일_16개 주 중 11개 주는 무상, 등록금을 받는 주는 연 160만 원 정도로 학비가 매우 싸다. 장학금, 학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 제도가 잘돼 있어 돈이 없어 대학을 다니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대학 진학률이 40% 정도로 정말 필요한 사람만 대학에 진학한다.

프랑스_등록금이 연 50만 원을 넘지 않아 무상에 가깝다. 국가에서 교육비 대부분을 지원한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사람만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굳이 나오지 않아도 임금 면에서 크게 차별받지 않는다.

대학 졸업장 없이 취업 불가능한 현실 ‘문제의 근원’

고액 등록금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을 꼽기도 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이 60%대, 일본이 50%대, 유럽 선진국들이 40%대인 것과 비교할 때 크게 높은 수준.

이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4년제 대학 졸업장 없이는 취업이 잘되지 않는 데다 교육열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 대학이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대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것도 국가 차원의 지원이 힘든 이유다.

“온 사회가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숙제”

지금까지 나온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방안들은 제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것이 ‘답’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셈. 이우빈(고려대 경영학과) 씨는 “‘반값 등록금’은 학교와 정부의 힘만으로 실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기업, 시민 등 사회 전반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에선 ‘반값 등록금’ 이슈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교영(이화여대 법학과) 씨는 “지금은 ‘반값 등록금’ 문제로 사회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지속될지는 모르는 것”이라며 등록금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인터뷰 - 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정치적 해석 말고 대학생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Special Report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손 맞잡으면 가능해!”
활짝 웃는 얼굴에 고운 목소리를 가진 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의 요즘 헤어스타일은 ‘스포츠형’. 취업을 앞둔 4학년인 데다 여학생이지만 ‘반값 등록금’ 투쟁을 위해 과감하게 삭발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가 빨리 안 자라네요. 졸업사진 찍어야 하는데…”라며 쑥스러운 듯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덕성여대는 등록금이 얼마나 올랐나?

올해 3% 올랐고, 약대 신입생의 경우 18%나 올랐다.

해결책을 찾았나?

지난 겨울방학부터 학생 토론을 통해 등록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 후 천막 농성을 시작했고, 대학과 공청회를 가졌다. 지난 6월 8일 등록금 협상이 타결돼 올해 인상분에 대해 전원 환급 약속을 받아냈다.

등록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학자금 대출을 받는 친구가 많다. 또 비싼 등록금에 비해 질 낮은 교육과 행정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친구도 많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지만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 진학을 포기한 친구도 있다. 대출받을 여건도 되지 않아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대학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위 현장에서 느낀 점은?

우리는 단지 등록금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를 알리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경찰과 대치해야 하고 학생들이 연행되기도 했다. 무력으로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우리와 소통하고 싶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많은 대학생과 시민들이 응원을 보내줘 감사한 마음이 크다. 다만 정치권이 학생들의 말을 귀담아 듣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게 씁쓸하다.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려운 입장에 처한 대학생들의 순수한 갈망으로 봐주기 바란다.

반값 등록금 실현 방안이 있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대학과 정부가 무조건 ‘안 된다’라고 단정 짓기보다 장애물을 하나둘씩 제거해나가며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선 사학 비리 재단을 규제해야 한다. 또 국립대학 법인화 문제에 대해 자구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등록금 상한제도 도입돼야 한다.


반값 등록금 ‘말말말’

“우리가 받는 교육 서비스와 행정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대학 등록금은 매년 오른다. 그때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세대 교육학과 유혜진

“‘반값 등록금’은 학교와 정부의 힘만으로 실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우빈

“불필요한 정부 예산을 줄이고 등록금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면 좋겠다.” 숙명여대 컴퓨터학과 김연희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 큰 짐이다. 부모님에게 무작정 의지하기에는 너무 많은 액수다.” 단국대 언론영상학과 이내경

“외부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는데 장학금 수혜 기준이 경제 형편이 아닌 학점, 영어 실력 등 스펙 위주였다. 등록금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복다미

“지금은 ‘반값 등록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이화여대 법학과 박교영

“대학들이 건물 짓는 데에만 등록금을 사용하지 말고 학생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다.” 연세대 경제학과 이수용

“무조건 반값 등록금을 외치기보다는 향후 몇 십 년을 내다보고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이화여대 사학과 전해련

“등록금 문제 뒤에는 빈부 격차 문제가 있다.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해서 학점 잘 받고 장학금도 받는 이들이 있는 반면 가난한 대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 공부하기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을 등록금 인하로 해결해야 한다.”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김정민

“대학의 회계 처리가 투명해져야 한다. 또한 비싼 등록금에 걸맞은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김민희

“비싼 등록금을 내며 사립대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안쓰럽다. 그 친구들에게 대학은 취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등록금 인하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진정한 대학이 됐으면 좋겠다.” 진주교대 미술교육과 정은지

“학자금 대출 이자가 너무 높다. 대출 이자를 확 내려서 무상에 가깝게 하면 좋겠다. 또한 지방에서 올라와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주거비와 생활비도 큰 문제다. 기숙사를 확충해서 주거 문제만 해결해도 많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임용수


‘반값 등록금’ 일지

3월 2일 - 등록금넷과 동국대 총학생회, 참여연대 등이 동국대 본관 앞에서 등록금 투쟁 선포식을 열고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 SBS ‘뉴스추적-사면초가 대학생’ 방송.

3월 11일 - 동국대, 경희대, 한양대, 서강대, 연세대, 서울여대 등 서울 지역 대학생 500여 명이 명동 거리행진을 벌이며 등록금 인하를 요구.

3월 24일 - 배우 김여진 MBC ‘100분 토론 500회 특집-대한민국의 희망 찾는다’에 출연, 높은 대학 등록금과 낮은 취업률 등과 관련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 시청자의 공감을 삼.

3월 24일 - 경희대 총학생회는 6년 만에 학생총회를 열어 등록금 3% 인상안을 거부.

3월 30일 - 서강대 총학생회는 22년 만에 학생총회를 열고, 학교 측 협상안을 거부하는 데 합의.

3월 31일 - 이화여대는 5년 만에 열린 학생총회에서 1주일간 채플 수업 거부 결의.

4월 4일 - 한대련과 등록금넷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등 1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정부에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

4월 12일 - ‘반값 등록금 실현될 때까지’ 릴레이 1인 시위 선포 기자회견.

4월 17일 - 한대련 소속 전국 학생 대표들이 대학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보신각에서 청계천까지 삼보일배 실시.

5월 1일 - 한대련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5·1 대학생 권리실현을 위한 대표자 삭발 기자회견’ 개최.

5월 22일 -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기자간담회에서 반값 등록금 재추진 의사 밝힘.

5월 29일 -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를 함. 경찰이 청와대로 기습 행진을 시도하는 대학생 73명을 연행해 감.

5월 31일 - 한대련은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를 매일 열 것을 선포.

6월 2일 -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에 김제동(개그맨), 김여진(배우), 권해효(배우),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참여. 30대 날라리 선배부대가 피자와 치킨 500마리 지원, 시민 참가 본격화, 광화문 사거리 거리 행진.

6월 3일 - 이정희(민주노동당 대표), 김남훈(프로레슬러), 고재열(시사IN 기자) 참가 발언. 조배숙(민주당 의원) 참가. 참가자 1000여 명으로 확대. 광화문 사거리 거리 행진.

6월 4일 - 고등학생, 시민 등 참여자 늘어남. 2000여 명으로 확대. 종로 거리 행진. 유시민(국민참여당 대표),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 참가.

6월 6일 - 청계천 촛불순례, 청계광장 촛불집회 9일차. 손학규(민주당 대표), 김진표(민주당 원내대표) 참가 발언.

6월 10일 - 전국 대학 동맹휴업 예고. 6·10민주항쟁 25주년 기념 대규모 촛불집회 개최. 한대련 소속 대학생 72명이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을 기습적으로 점거한 채 ‘반값 등록금’ 실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좌시위를 벌이다 72명 전원이 경찰에게 강제 연행됨.

6월 17일 -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촉구 2차 국민 촛불집회 개최.

6월 23일 - 한나라당 ‘2014년까지 등록금 30% 이상 인하하겠다’ 발표.


글 문혜윤(고려대 불어불문 4)·이현주(서울여대 독어독문 2)·정구선(한밭대 전기공학 3) 대학생 기자│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