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아닌 이방인이 있다. 분명 캠퍼스의 주인인데도 주변인처럼 맴도는 이들이다. 바로 편입생과 군 제대 후 돌아온 복학생.

“동기, 선후배와 손을 맞잡고 싶지만 쉽지 않아요.” 이들이 이구동성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무엇이 이들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할까. 고충은 무엇일까.

편입생에 대한 편견·차별 ‘심각해’

[편입생·복학생의 항변] “우리도 어울리고 싶다! 색안경 끼고 보지 말라고”
2011 학년도 서울 지역 편입 경쟁률은 42.6 대 1(상위 8개 학교 평균, 일반편입 기준)이었다. 웬만한 정시 모집 인기 학과를 넘어서는 치열한 경쟁률이다. 이렇게 바늘귀를 뚫고 새로운 학교에 들어간 편입생에겐 또 하나의 문턱이 기다리고 있다. 유무형의 차별이다.

서울 소재 전문대에 다니던 Y(24) 씨는 2009년 서울 4년제 대학 공대에 편입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재학생반과 편입생반을 분리, 교수진마저 차별을 두었다. 그는 “기존 재학생반은 정규 교수가 강의하고, 편입생반은 기업체 임원이 겸임으로 강의해 수업의 질이 달랐다”면서 “선후배 인적 네트워크에서도 차이가 나 취업 준비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방 전문대에 다니던 고갑천(29) 씨는 어처구니없는 차별을 경험했다. 2009년 서울 4년제 대학 편입에 성공한 그는 학생증을 받아보지 못한 채 졸업을 했다.

“학생증을 만들기 위해 학생회장에게 사진과 신상정보 카드를 제출했는데 감감 무소식이더군요. 몇 번이나 찾아가서 물어봤지만 답변은 늘 불친절했어요. 끝까지 학생증 발급을 해주지 않아서 결국 학생증을 받지 못한 채 졸업했습니다.”

스터디를 조직하거나 동아리에 가입해 기존 재학생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게 편입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간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편입시험 준비보다 훨씬 힘든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고 씨는 “많은 편입생이 새로운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편입은 마술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편입생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서경대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편입생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더니 대부분의 응답자가 “편입생의 존재를 잘 모르며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누가 편입생인지 잘 알지 못할뿐더러 안다고 해도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학기 초에 편입생들을 위한 모임을 갖기도 하지만 참석률이 저조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학교 측도 편입생에 대해 관심이 없긴 마찬가지다. 교무처 담당자는 “편입생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말했다.

편입생이 새로운 학교에서 후회 없는 학창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 씨는 “편입생도 정당한 절차와 시험을 거쳐 선발된 학생인 만큼 기존 학생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학과 내에서도 편입생이라는 낙인을 찍지 말고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입생·복학생의 항변] “우리도 어울리고 싶다! 색안경 끼고 보지 말라고”
관계 단절·기억력 실종… 너희가 복학생의 설움을 아느냐?

지난 3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복학 첫 학기를 맞은 P씨. 그리운 친구들과 반갑게 재회하고, 귀여운 후배들의 환영을 한 몸에 받으며 재롱을 볼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동기들은 아직 군에 있거나, 졸업하거나, 유학을 떠나고 캠퍼스는 낯설기만 했던 것.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후배들과는 한 학기가 다 지나도록 어색함을 털어내지 못했다.

늦은 밤까지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다가 결국 곯아떨어진 K씨. 공부를 좇아가야 한다는 조바심에 열심히 전공 책을 보고 있지만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입대 전에는 자연스럽게 들어오던 내용이 요즘은 외계어처럼 어렵기만 한 것.

군에서 전화 가설 작업을 하다 추락 사고를 당한 Y씨. 치료를 받다가 전역했지만 아픈 허리는 완치되지 않았다. 복학 후 강의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허리 통증이 심해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있지만 언제 완치될지 기약이 없다.

군 제대 복학생이라면 이들의 이야기에 적어도 한 부분 이상 공감할 터. 개인차가 있겠지만 많은 복학생이 캠퍼스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공부 기억력의 실종으로 어려움을 겪고, 군 복무 후 신체적 후유증으로 고생을 한다. 무사히 대학 생활로 복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복학 후 한동안 혼자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최재환(서울시립대) 씨는 “새로운 관계 형성에 힘쓰라”고 당부했다. 그는 “복학 직후 학교생활 적응이 힘들 정도로 외로웠지만, 동아리·학회 등 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소원해졌던 친구들과도 다시 만나면서 다양한 사람과 다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먼저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듬직한 복학생의 모습을 보여줄 때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말라”는 게 선배의 조언이다. 졸업을 앞둔 황태성(연세대) 씨는 “한 번에 큰 욕심을 내지 말고 천천히 뇌를 자극해보라”고 말했다.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지식은 한순간 사라지는 게 아니므로 천천히 뇌를 자극하다 보면 기억력이 되살아난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황 씨는 또 “잘 안 될 때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혼자 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만으로는 원하는 성적을 거둘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고 후배에게도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학생의 학교 부적응은 복학생 자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게 복학생들의 의견이다. 올 하반기 복학을 앞두고 있는 K씨는 “우선 복학생 자신이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재학생들도 학업 멘토가 돼주는 등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대 경험 등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만한 게 많을 것 같다”면서 학교생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글 정건희 대학생 기자(서경대 국어국문 3)·이동화 대학생 기자(연세대 문헌정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