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관

2010년 하반기 안방극장을 휘어잡은 드라마 ‘대물’을 기억하는가? 배우 권상우가 연기한 하도야는 열혈 정의파 검사. 하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검사라도 혼자 힘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는 없다. 하도야 검사 역시 검찰수사관 송 계장의 도움에 힘입어 ‘정의’를 향해 달릴 수 있었다.

송 계장 같은 검찰수사관은 검사나 검찰이 등장하는 드라마·영화에 반드시 등장하는 감초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저 ‘수사하고 범인 잡는 사람’ 정도로 이해하는 게 고작이다. 24년차 베테랑 검찰수사관인 정병인 사무관에게 ‘그들만의 세계’에 대해 물어봤다.
[멘토에게 듣는 직업 세계] ‘정의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면 지원하라
바늘구멍 취업 시장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해도 새롭게 시작되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현실에서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공무원 채용시험에 목을 매는 이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 그래서일까?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서울 노량진, 신림동 등 고시촌으로 모여들고 있다.

검찰사무직은 공무원 시험 중에서도 쉽지 않은 분야로 손꼽힌다. 지난 4월 치러진 9급 검찰사무직 시험에선 25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원 시험 전체 평균 경쟁률이 93.3 대 1이던 점을 감안하면 3배에 가까운 살인적인 기록인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공무원은 다른 직렬에 비해 생소한 분야다. 직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수사관은 검찰공무원 중에서도 ‘베일’에 가려진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4년 경력의 베테랑 검찰수사관 정병인 사무관은 검찰공무원에 대해 “정의사회 구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직업”이라고 정리했다.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할 때 검찰수사관을 참여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제243조 규정에 따라 검찰수사관이라는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동료 직원 중에서도 검찰청에 발을 들여놓은 후에야 검찰수사관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았다는 이가 많아요. 그만큼 대중적인 직업은 아닌 셈이죠.”

검찰수사관 업무는 범죄 수사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일반 행정, 행정소송 관리, 형 집행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 또 검찰수사관이라고 해서 검찰청에서만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정 사무관 역시 청와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했다. 다양한 정부기관과 재외공관 해외 주재관으로도 파견된다.

‘박학다식’ 요구… 늘 공부하는 직업

정 사무관은 검찰수사관이라는 직업의 본질에 대해 “사실을 왜곡시키지 않고 밝혀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왜곡이란 폭넓은 의미다.

“고의로 특정 사실을 바꾸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전문 분야에 무지해서 부실한 조사를 하게 되는 것도 왜곡이죠. 결과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지 못하게 되니까요.”

자신이 맡는 사건에 대해 속속들이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생각해보세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납니까? 교통사고, 화재, 도박, 지적재산권 사건, 기술 유출 사건…. 검찰수사관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할까요?”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 정도는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늘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 시간이 부족한 게 이 직업의 특징이다.

이들은 늘 범죄와 싸운다. 따라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이 검찰수사관과 잘 어울린다. 실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건은 따로 있다. 바로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세다.

“사건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여유를 가져야 해요.”

또 하나, 책임감이 중요하다. 수사는 사건이 해결되기 전 임의로 그만둘 수 없는 일. 일단 시작하면 범죄 혐의 유무를 증명해야 끝이 난다. 맡은 일을 끝까지 해결하겠다는 책임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많지 않죠. 범죄가 완료된 후 모든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증거 수집 등 조사의 어려움이 상당해요. 이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책임감과 함께 긍정적인 사고도 할 줄 알아야 해요. 내가 맡은 사건은 반드시 해결한다는 마음가짐이죠.”

그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큰 뜻을 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을 가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수사 영역은 점점 전문화될 겁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수사관을 필요로 하는 때가 많아지고 있어요. 검찰수사관을 지망한다면 자신의 전공 분야에 충실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길 바랍니다. 미래는 넓은 안목을 갖고 꿋꿋하게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 될 것입니다.”


검찰수사관에 대해 궁금한 점 몇 가지

▶ 검찰수사관이란?

일반적으로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청에 근무하고 있는 검찰청 직원을 통칭하는 말이다. 다만 검찰공무원의 직위상 5급부터는 담당 업무에 따라 ‘사무관’으로 명칭이 바뀐다. 즉 수사 업무를 맡는 사무관은 검찰수사관, 비(非)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관은 검찰사무관이라 부른다.

▶ 검찰수사관의 업무는?

크게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압수 수색 등 범죄 수사, 자유형 미집행자를 검거하고 재산형(벌금, 추징금)을 집행하는 형 집행, 사건 처리 지원, 국가배상·행정소송 지원, 검사실 참여 수사관으로서 보강 수사 및 검사 신문 참여, 검사의 직무대리로서 직무 수행과 일반 행정 업무가 있다.

▶ 연봉은 얼마나 되나?

공무원은 직급, 호봉에 따라 급여 차이가 있다. 일반 공무원 연봉 기준에 따른다고 보면 된다. 다만 검찰수사관은 공안직군 공무원 소속으로 일반직군에 해당하는 공무원과 비교하면 검찰직 9급 1호가 일반직군 9급 3호봉 수준의 급여에 해당한다. 하지만 각종 수당의 차이가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공안직군이 일반직군 공무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검찰수사관의 연봉은 9급 1600만 원, 7급 2200만 원, 5급 3170만 원 수준(수사비 등 별도)이다.

▶ 도움되는 전공과 자격증은?

아무래도 관련 학과인 법학, 범죄심리학, 범죄수사학 전공자가 유리하다. 검찰사무직 직렬에서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자격을 소지한 자에게 5%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 올해 검찰수사관 채용 일정은?

공개채용은 행정안전부 채용관리과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별채용은 대검찰청과 전국 검찰청이 주관하는 시험을 통해 특정 분야 수사전문가를 수시 채용한다.

채용 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go.kr), 대검찰청 홈페이지(www.spo.go.kr), 나라일터 홈페이지(gojobs.mopas.go.kr)를 참고하면 된다. 지난 4월 2011년도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 검찰사무직 경쟁률은 253 대 1이었다.


정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사무관
1987년 검찰사무직(9급) 공채
1987년~현재 광주지검 목포지청, 서울지검, 대통령실 특별감찰반, 국가인권위원회, 대검찰청 등에서 근무
2010년 2월 검찰수사사무관으로 승진


글 김지예 대학생 기자(중앙대 법학 3)│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