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당신은 지금까지 속았다. 지상파 방송 3사와 더불어 케이블TV까지 점령한 ‘맛집 프로그램’은 거의 모두 가짜다. ‘트루맛 쇼’는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며 맛집 프로그램의 허황된 이미지를 발가벗긴다.

‘트루맛 쇼’ 제작진은 일산에 아예 ‘테이스트(TASTE)’라는 음식점을 ‘CCTV 친화적으로’ 차려놓고, 그 안에서 뒷돈을 건네면 TV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생중계한다.
[Cinema] 시청자 속이는 방송을 속이는 통쾌함 트루맛 쇼
홍보대행사 쪽은 노골적으로 1000만 원 이상을 요구했고, 전문 브로커 중 ‘임선생’이라는 자는 900만 원이면 출연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 과정에서 제작진은 KBS ‘VJ 특공대’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서 “진짜 맛있어요”를 연발하는 가짜 손님으로 출연하게 되는 경로를 일일이 체크한다.

‘엄마랑아기랑’이라는 유명 사이트가 바로 이런 맛집 프로그램에 가짜 손님을 조달하는 창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트루맛 쇼’의 클라이맥스, 돈을 건네고 실제로 SBS ‘생방송 투데이’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매운 청양고추 요리’로 출연하는 블랙 코미디가 펼쳐진다.

‘트루맛 쇼’는 지난 5월 6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 두 번 상영됐지만, 보고 나온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관객상까지 수상한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아직 공식적인 언론시사회도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제에서 본 관객이 전부인 이 독립영화가 왜 그렇게 화제일까? 답은 하나다. TV가 시청자들을 속인 것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TV를 속이기.

‘트루맛 쇼’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모토가 ‘역지사지 퍼포먼스’라고 밝힌다. ‘TV에 나왔으니까 거짓말은 아니겠지’라는 시청자의 믿음과 방송사의 안이한 제작 방식이 결합되며 1년 동안 방송 3사에서 수천 개의 맛집이 방영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탄생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분노와 폭소와 탄식을 번갈아 터뜨릴 수밖에 없다. 피터 위어의 ‘트루먼 쇼’와 앤디 비츨바움의 ‘예스맨 프로젝트’, 그리고 한국 TV 특유의 요란뻑적지근한 예능 프로그램의 놀라운 결합.

MBC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미디어 비판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최대한 “깃털같이 가벼운 블랙코미디”로 포장해 관심을 환기하고 싶었다며 “형식미로서의 스타일보다 상상력으로서의 스타일”을 강조했다. 이 놀라운 영상 고발장을 놓치지 마시길.


모비딕

감독 박인제 출연 황정민, 진구, 김민희, 김상호
[Cinema] 시청자 속이는 방송을 속이는 통쾌함 트루맛 쇼
1994년 11월 20일 서울 근교 발암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 사건. 사건을 추적하던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 앞에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향 후배 윤혁(진구)이 나타난다.

그는 일련의 자료들을 건네며 발암교 사건이 조작됐음을 암시한다. 발암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이방우는 동료 기자 손진기(김상호), 성효관(김민희)과 특별 취재팀을 꾸린다. 내부 고발과 음모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스릴러.


슈퍼 에이트

감독 J. J. 에이브람스 출연 엘르 패닝, 조엘 코트니, 카일 챈들러
[Cinema] 시청자 속이는 방송을 속이는 통쾌함 트루맛 쇼
미드 ‘로스트’ 때도 그랬고 영화 ‘클로버필드' 때도 그랬다. J. J. 에이브람스의 신작 ‘슈퍼 에이트’ 역시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1979년,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을 몰고 올 의문의 열차 충돌사건을 목격한 6명의 아이가 우연히 자신들의 슈퍼 8mm 카메라 속에 담긴 그날의 진실을 포착하고, 정체불명의 공격에 맞선다”라는 짤막한 시놉시스가 더 큰 호기심을 유발한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감독 브래드 퍼맨 출연 매튜 맥커너히, 라이언 필립, 마리사 토메이
Matthew McConaughey (as Mick Haller) stars in Lakeshore Entertainment's THE LINCOLN LAWYER.
Matthew McConaughey (as Mick Haller) stars in Lakeshore Entertainment's THE LINCOLN LAWYER.
LA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매튜 맥커너히). 어느 날 할리우드의 부동산 재벌 루이스 룰레(라이언 필립)가 강간미수 폭행 사건으로 그를 찾아온다.

결백해 보였던 그는 사실 할러가 의뢰인을 유죄라고 단정해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었던 옛날 사건의 진범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할러는 룰레의 폭행 사건은 변호하되 예전 살인 사건의 진범임을 한꺼번에 입증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글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